직장 갑질로 힘드시다고요. 그럼 직장갑질119를 찾아주셔요
[관련기사]
한겨레 _ “사장님과 식사때 턱받이까지…” ‘직장갑질119’ 30일간의 기록
서울신문 _ 임금 떼이고, 따돌림당하고, ‘회사는 지옥도’
갑질,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력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 이러한 갑질이 많이 벌어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직장이다. 노동의 특성상 사업주와 직원 간, 직장 상사와 부하 간에는 위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함부로 대하는 문화까지 겹치면서 직장에서의 갑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갑질은 그 이상이다. 계약의 연장을 위해, 원청회사와 하청업체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제동을 걸 수 있을 텐데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고 특히 비정규직, 1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2%대에 불과하다. 사업주와 상사의 갑질에 노동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을 직장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사회에서의 민주주의를 직장에서도 실현해 보면 어떨까.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뭉치고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으면 어떨까. 그래서 만든 모임이 ‘직장갑질119’이다. 직장 갑질을 제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활동가와 노무사, 변호사가 상담을 하면서 법률상담뿐만 아니라 실제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만든 모임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픈카톡방을 열었다. 오픈카톡방에는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 가능하고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다. 우리가 스탭이라 이름 붙인 활동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상주하면서 상담을 한다. 이메일로도 상담을 하고 직접 만나기도 한다. 언론에 제보도 하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하기도 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노동 상담과 갑질 상담을 통해 사례를 수집하고, 갑질 유형을 분류하고, 실제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유관기관(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제보해 근로감독 등을 이끌어내고, 언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알려내서 직장과 업계에서 같은 갑질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이 직장갑질119다. 무엇보다 개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곳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 함께 모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곳이다. 공감도 직장갑질119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11월 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오픈카톡방에 들어온 사람의 수가 5천명이 넘는다. 한 달 새 카카오톡으로 들어온 갑질 제보가 1,330건, 이메일로 들어온 제보가 676건이다.
가장 많은 제보는 임금 체불이다. “임금을 떼였다, 수당, 포괄임금제, 시간외수당 체불 등(420건, 20.78%)” 로 특히 임금과 수당미지급의 수단으로 포괄임금제가 악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돌리고 괴롭혔다, 상사 또는 동료 때문에 힘들다(388건, 19.20%)”는 괴롭힘 제보도 많다. 상사의 폭언, 폭력적인 분위기 조성, 인격모독, 물리적인 폭력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도 잦다. 특히 여성의 경우 직장내 성희롱 및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
직장갑질119 오픈카톡방 – 성심병원 장기자랑에 관한 제보 화면
최근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성심병원 간호사 선정적 장기자랑’ 소식도 직장갑질119에서 시작되었다. 오픈카톡방에 들어온 성심병원 간호사가 동료들을 모아 오픈카톡방에서 계속해서 성심병원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선정적 장기자랑을 언급했는데, 오픈카톡방에 들어와 있던 기자가 이 내용을 바로 다음 날 기사로 내보냈다. 기사가 나가면서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대거 오픈카톡방에 들어왔고, 직장갑질119는 이들을 위한 별도의 밴드를 만들어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간호사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원 수만 벌써 1,000명이 넘는다. 직장갑질119가 바랐던 모습이 이렇게 실현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 직장 갑질로 힘드시다고요. 그럼 ‘직장갑질119’를 찾아주셔요.
글_ 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