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Trust Conference,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희망으로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에 걸쳐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서 2019년 트러스트 컨퍼런스(Trust Conference)가 개최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로이터 통신으로 익숙한 언론사인 톰슨로이터의 사내 재단인 톰슨로이터 파운데이션(Thomson Reuters Foundation)은 언론자유와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 그리고 포용경제의 확장을 위해 설립된 재단으로서 사회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추구하는 노력의 하나로 인권과 언론, 포용경제의 확장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60개 국가 출신 활동가 600여 명을 한 자리에 모아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게 하는 트러스트 컨퍼런스라는 귀중한 자리를 매년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특히 톰슨로이터 재단은 트러스트 컨퍼런스에 올해 처음으로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친 지원자 중 일부를 선발하여 체인지메이커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 참여 비용을 일부 혹은 전액 지원하며 그들을 위한 별도의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공감의 박예안 변호사는 그간 공감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인정받아 5,000여 명의 지원자 중 선발된 50여 명의 체인지메이커로서 항공료와 체류비 전액을 지원받아 런던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019년 트러스트 컨퍼런스 –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 선발자들과 함께 / 가운데가 박예안 변호사
오전 8시, 체인지메이커를 위해 메인 컨퍼런스 시작 전날 마련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아직은 어스름한 런던 거리를 걷다 보니 저 멀리 런던의 명물 회전 관람차도 보입니다. 비의 나라답게 하루에도 몇 번씩 가는 빗줄기가 스쳤던 런던은 서울보다 훨씬 춥고 쌀쌀했지만, 컨퍼런스가 열렸던 퀸엘리자베스 센터 안은 밝은 미소와 활기가 넘칩니다. 처음 회의실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부터 마주친 수많은 낯선 이들의 눈빛 속에 하나같이 따뜻한 동료애가 빛나고 있었던 것은 무척이나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누가 소개해주기를 기다릴 틈도 없이 다가서서 서로의 경험을 묻고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느라 보통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일쑤인 본 세션 시작 전까지의 시간이 그저 짧기만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인도에서, 독일, 스위스, 키르기스스탄에서…. 청소년 권리 활동, 농업을 통한 지역사회 자립운동, 여성 권리 확립 운동, 공정한 미디어 운동…. 참으로 다양한 체인지메이커의 배경과 활동 분야가 무색할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혹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그 누구와도 쉽게 나누기 어려웠던 활동에 대한 고민을 이심전심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인지, 체인지메이커로서 모인 참여자들은 격의 없는 대화와 새로운 활동 방향의 모색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탄탄하게 채웠습니다.
모금 활동의 꿀팁부터 각자의 활동을 더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까지, 충만하고 보람되었던 첫날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시작된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포용경제의 확산과 자유권에의 공격이라는 두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관련 분야의 활동을 하는 연사에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더불어 세션 사이사이마다 네트워킹 시간이 배치되어 바로 전 세션에서 논의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어찌 보면 원론적인 인권의 이야기가 어떻게 각자의 활동 현장에서 생생한 사례로 적용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풀뿌리 모금으로 운영되는 변호사 단체라는 특성 때문인지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의 활동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대한민국의 공익법 분야 전반을 소개하면서 뿌듯한 마음과 더불어 더 다양하게 활동의 지평을 넓혀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계 각지에서 인권과 평화의 불씨를 피워내고 지켜나가고 있는 많은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쪽이 든든하고, 저 또한 그들과 함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좋아하는 책의 제목처럼, 비록 짧고 강렬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여정 어디에선가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을 알기에 웃으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 템즈 강변에 두텁게 쌓인 낙엽은 이제 황량한 겨울의 전령이 아니라 포근한 겨울잠의, 그리고 그 아래서 태동하는 새싹의 요람같이 보입니다.
글_박예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