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 맞서 소송을 시작하다
정부 통계상, 작년에 산업재해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855명입니다. 이 중 428명은 건설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절반이 넘는 산재 사망 사고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건설 현장에서 사망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입니다.
작년 9월입니다. 베트남공동체의 대표인 원옥금 씨가 공감에 소송을 의뢰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응웬(가명) 씨는 베트남에서 온 건설노동자입니다. 2011년 한국에 들어온 후로 계속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던 그는 2019년 7월부터는 서울 반포천 유역 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2019. 9. 25. 응웬 씨는 지하 암반 굴착 현장에서 돌을 나르는 차들 사이에 머리가 끼어 즉사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베트남에 거주하던 그의 아내가 장례를 치루고 수습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응웬 씨에게는 두 명의 자녀도 있습니다. 둘째 아이는 그가 사망하기 두 달 전에 태어났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일용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는 퇴직금을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 근무를 해야 인정되는데 건설노동자는 그렇게 일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설노동자야말로 퇴직금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일이 끊겨 돈을 벌 수 없을 때, 갑작스런 사고로 다치거나 죽어 생계가 막막할 때 퇴직금은 긴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은 건설노동자가 일용직으로 건설공사장을 옮겨 다니더라도, 간헐적으로 일을 하더라도 퇴직금 성격의 퇴직공제금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건설사업주는 퇴직공제에 가입해서 건설노동자(피공제자)의 노동에 상응하는 공제부금을 일(日) 단위로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납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건설노동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한 경우 건설근로자공제회는 누적된 공제부금에 이자를 더해서 해당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공제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만약 건설노동자가 현장에서 사고 등으로 사망한 때에는, 그 유족이 사망한 노동자를 대신하여 퇴직공제금을 받게 됩니다.
이런 절차에 따라 응웬 씨의 아내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퇴직공제금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노동자가 사망할 당시 유족이 외국인이고 국내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퇴직공제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 근거로 법규정을 들었습니다.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은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유족의 범위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3조를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3조는 ‘근로자가 사망할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로서 외국에 거주하고 있던 유족은 유족보상연금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법률에서 대한민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유족은 제외하였기 때문에, 퇴직공제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건설이주노동자가 본국에 가족을 남겨 두고 홀로 한국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외국인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전에도 공감에는 같은 내용의 공익 소송 신청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지 않아 소송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이 제도적으로 차별과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물론 최근 법률이 개정되어서, 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족도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개정 법률은 2020. 5. 27.부터 시행되고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응웬 씨의 유족은 여전히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2020. 5. 27.전에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유족도 퇴직공제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개정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앞으로도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공감(대리인 박영아 변호사, 윤지영 변호사)은 응웬 씨의 유족을 대리하여 건설근로자공제회를 상대로 퇴직공제금 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동시에 법률 규정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습니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_윤지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