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한 병원들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 진정제기
공감은 2021년 4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HIV/에이즈 감염인 인권단체, 장애인인권단체들과 함께 HIV감염을 이유로 절단부위 봉합수술을 거부하는 병원들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2021년 4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오른쪽)과 발언중인 염형국변호사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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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9월 A씨는 경기도 한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엄지손가락이 말려 들어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봉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지만, 13시간 동안 찾지 못했습니다. 구급차 안에서 병원에 전화를 돌려봤지만,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20여곳이 거부했습니다. 겨우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은 건 13시간 만이었습니다. 응급처치시간을 놓친 A씨는 평생 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에 있는 자를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규정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 등록여부를 불문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 피해자는 HIV 감염인으로서 인체의 면역세포 중 CD4+ T림프구가 서서히 파괴되는 ①신체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②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면서, ③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상태입니다. 피해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상정하는 전형적인 장애인에 해당합니다.
현재 HIV 감염인을 규율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은 HIV 감염인을 예방의 대상과 치료의 대상으로만 접근하여 차별과 격리·배제를 정당화시키고 있습니다. HIV 감염인은 감염 순간부터 치료 기회의 제약, 직장생활의 배제 등 장시간에 걸쳐 차별과 편견·낙인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포함시켜 차별금지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HIV 감염인을 보호할 국가제도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으로 인정하여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시켜달라는 것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차별’로 인정되면 실효적인 구제조치가 가능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차별을 이유로 진정을 제기하여 시정권고 결정을 받아낼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권고결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법원에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구제조치를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HIV감염인은 인권보장의 테두리 밖에 있었습니다. HIV감염인도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공감은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시키고, 인권보장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