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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공익법 교육·중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후기 –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만들어가는 공변 생태계_이제호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지난 2년간 이주민센터 친구에서의 일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하고 있는 이제호입니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대림역 8번 출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공감-나우에서 지원하는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으로 인해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2년간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맨 처음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을 신청했을 때의 생각과 감정이 떠오릅니다. 학생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왔던 친구 센터의 대표님, 센터장님, 사무국장님이 ‘한 번 친구에서 일해 볼 생각 없는가?’라는 제안을 해주셨고, 채용공고를 살펴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 안내페이지를 클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전 자립지원 대상이었던 변호사님들의 어마무시한(?) 후기와 글을 보면서 ‘이거 내가 이런 사업을 신청할 정도의 사람인가?’라는 걱정과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라는 사람만 보고 사업이 선정되겠나, 우리 단체의 상황, 자립지원사업의 취지 등을 고려하였을 때 인연이 닿으면 선정이 되고, 아니면 말겠지. 라는 심정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어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지만, 이내 적어도 발목만 붙잡지 말자는 심정으로 센터장님과 사무국장님의 지도편달아래, 그리고 수많은 공익변호사 선배님들의 직·간접적인 도움아래 일을 해나갔습니다.
단체의 성격상 정말 다양한 일을 하였습니다. 먼저, 사무국장님을 도와 법률지원 활동들을 하였습니다. 상근변호사가 2명이 되어, 그 동안 외부 자문단에 의존하던 소송구조를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긴급성이 요구되는 사건에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하여, 화상을 입은 자녀를 두고 보호소에 구금된 외국인노동자의 보호해제사건을 지원하기도하고 강요에 의해 작성된 거짓 면접조서로 강제출국의 위기에 놓여있는 새신랑을 도와주기도 하였습니다. 또 소송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법률상담도 연간 500~600여건을 진행하였습니다.
제도개선이나 연대활동 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국내에 있는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활동, 공공기관에 일하는 이주여성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연대활동, 그리고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한 이주배경아동들이 차별 없이 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권위 진정제기 활동과 연대활동 등에 참여하였습니다. 필요한 경우, 제도개선의 바탕이 될 수 있도록 자료를 마련하는 연구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미약하지만 그래도 이주민센터 친구에 제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은 친구센터에서 적어도 1인분의 인력은 꾸준히 법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었다는 것, 그리고 인권교육활동들이 어느 정도 체계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두 이번 자립지원 사업이 아니었으면 이루지 못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역시 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상근자가 세 명인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업무들’을 경험한 것입니다. 단체의 운영, 각종 보조금 사업, 손님 응대, 회계처리, 회의, 인터뷰, 외부 대응, 봉사자관리, 이사, 짐정리, 행사 준비와 진행, 뒷정리, 청소, 홈페이지 및 SNS관리 등등…너무 다양한 종류의 일이 있다 보니 혹시 그 중 어떤 것은 겨우 챙기지만 어떤 것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것처럼 챙기지 못할 때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공익‘변호사’의 역할을 최대한 하길 바라셨던 후원자님께는 죄송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활동이 저에게 많은 경험과 의미로 다가온 이유는 이주민센터 친구에서의 경험이 ‘직업으로서의 비영리단체 상근변호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직업으로서의 ‘비영리단체 상근변호사’, 일터로서의 이주민센터 친구
놀라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사실 이주인권은 저의 주된 관심분야가 아닙니다. 저는 이주민/이주인권의 문제를 이주민센터 친구에 와서 처음 공부하게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사람이 자기 존재를 존중하고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삶’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권이야기나 혐오와 차별개선, 인식개선 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런 일을 직접 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법률 업무인 법률 소송이나 법률자문 보다는 법률지식을 가지고 교육/소통/제도개선/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 더 끌렸습니다. (물론 2년간 일을 하다 보니 소송이나 자문도 매력이 있는 업무더군요)
그러다 보니 저는 자연스럽게 내가 일하기 좋은 ‘일자리’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주민센터 친구는 참 좋은 일자리였습니다. 많은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가 이주민인권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이주 정책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거기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운 형태의 법률전문가의 직업을 고민할 수 있는 업종(?),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같은 고민을 나누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같이 존중하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실 여느 친구들의 직업 및 직장선택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그곳이 이주민센터 친구였고,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이었고 또 그것을 도와준 것이 ‘자립지원사업’이었습니다.
저는 제 소개를 할 때, 공익변호사라는 말을 잘 못합니다. 그것보다는 ‘비영리단체 상근변호사’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직접 활동을 하면서 저와 같은 저년차/고년차 공익전업변호사님들을 여러 자리에서 다양하게 만나면 ‘공익변호사’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익전업변호사’라는 직업은 마치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활동가 만큼이나 그 활동방식, 영역이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개개인이 생각하는 공익변호사의 내용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답을 못 내리겠지만 하나 분명히 느껴지는 건 정말 많은 분들이 다양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요즘 유행어로 “찐”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고민이 약간 옅은(?) 제가 스스로를 ‘공익변호사’라고 부르는 것이 많은 선배·동료·후배 변호사님들의 치열한 삶의 고민을 희석시키는 것 같아 민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 고민이 진지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 형태의 공익전업변호사 중 인권옹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상근변호사라는 직업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는지를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만들어갈 생태계
저는 이 지점에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에 대한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변호사의 다양한 공익활동 및 자립지원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데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이런 다양한 방식들을 실험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제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사연이 있는 법률소송이나 치열한 법정다툼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자연스럽게 변호사니까 당연히 재판을 다니고 소송을 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저는 병원으로 치면 1차병원처럼 응급환자들에 대한 1차적인 처치를 하거나 일상의 법률상담을 진행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변호사님들과는 다르게 단체 운영을 위한 업무를 더 많이 합니다.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소송업무보다는 다양한 교육이나 소통활동을 하는데 더 집중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한 변호사님은 ‘우리는 착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도 필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동료, 선배 변호사님들처럼 치열하게 싸우고 법리를 개척하는 역할은 아닐지라도, 대림동이라는 지역에서 법률전문성을 토대로 저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혐오와 차별을 해소해나가는 것 또한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 나는 나의 삶과 직업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이주민센터 친구의 후원자님들, 센터의 동료들을 이주인권·인권인식 개선에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필요한 일을 찾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은 이런 시도들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지원 사업은 종료가 되었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과 지원으로 올해까지는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만들어가는 공익전업변호사 분야의 생태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이 누군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누군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공익·인권을 위한 역할을 발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은 변호사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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