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주노동자 주거상황을 고발합니다 –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시민사회보고서 제출
공감은 2021년 4월 30일,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와 함께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에 대하여 한국의 이주노동자 주거상황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홈페이지 – 이주노동자 주거차별 관련 의견 제시요청] OHCHR | CFI Segregation
이번 시민사회 보고서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2021년 유엔총회에, 2022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인 ‘주거환경에서의 이주민 차별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시민사회에 각국 이주노동자 주거실태를 보고하여 달라는 요청에 응답한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20일, 최저 영하 18도에 이르는 강추위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경기도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2016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하여 4년간 건강하게 한국의 농장에서 일을 해왔던 청년이 왜 타국의 비닐하우스에서 서른의 나이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을까.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고인의 사망 직후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대책위원회’가 만들어 졌고, 공감은 대책위원회의 대리인단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고용노동부가 7,000여 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내용에 따르면, 99.1%가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 중이며 그 중 74%가 가설건축물(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 형태의 숙소에서 주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숙소로 쓰이는 가설건축물 중에는 지역자치단체에 주거시설로 미신고된 경우가 56.5% 에 달하며, 숙소 내 잠금장치가 없거나, 소화기 및 화재경보기가 없는 경우도 있어 안전을 비롯한 사생활 보호나 화재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다수 농가에서 이주노동자의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가설건축물은 장기 주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에 의해 용인되어 왔습니다. 지난 해 한파 속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주노동자의 기숙사와 주거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자 고용노동부는 우선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할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비닐하우스 등 불법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을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안’의 가설건축물만 금지하는 것을 넘어 비닐하우스 바깥의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임시 가건물 등 주거용으로 지어지지 않은 가설건축물을 주거용 기숙사로 제공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장 변경신청과 관련하여도, 변경 신청이 반려될 경우 사업주가 가할 불이익을 걱정해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 증거들을 이주노동자가 직접 수집하여 제출하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이에 더하여 임시가건물 숙소 등 숙식비로 통상임금의 8~20%를 공제할 수 있게 하는 ‘숙식비 징수지침’이 아직 폐지되지 않은 것 역시 문제적입니다. 이번 시민사회 공동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지점들을 지적하며 개선할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거권은 노동자의 국적이나 피부색과 무관하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인 인권입니다.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지난 2018년 한국을 방문하여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굴욕적인 주거조건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글 – ‘고용허가제의 허점이 빚어낸 비극’ – 에서, ‘예견된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망사건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같은 비극을 예방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도 공감은 이주노동자의 차별적인 주거환경에 대해 국내외적 관심을 환기하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시민사회보고서 작성 및 영문 번역에는 공감 33기 자원활동가 이진영, 정환엽님이 함께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