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요양보호사, 불안정노동 실태와 해법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곁에서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방문요양보호사’입니다. 올해 공감 (담당:강은희,윤지영)은 ‘방문요양보호사’의 노동 실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담은 180쪽 분량의 보고서를 지난 10월 발간했습니다.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요양보호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소개합니다. 왜냐하면 요양보호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처럼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월급명세서에서 ‘장기요양보험료’라는 공제 항목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는 매달 이 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험료는 노인들의 요양을 위해 사용됩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병을 앓거나 나이가 많아서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돌보겠다고 만든 제도입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저렴한 비용으로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시설요양) 아니면 집으로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방문요양).
노인들은 병원, 군대와 같은 시설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내가 사는 집에서 요양서비스를 받기를 선호합니다. 객관적으로 집에서 케어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문요양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전체 요양보호사의 84.1%가 재가요양기관에 근무합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방문요양기관과 근로계약을 맺고 방문요양기관이 소개한 노인 가정에 가서 식사, 약 복용, 세면, 양치, 배변 등의 신체 활동을 도와 드립니다. 청소, 세탁, 병원 등의 외출 동행, 기역력 향상 등의 지원, 말벗 등의 정서 지원 등등 노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 방문요양기관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방문요양보호사’에게 임금을 지급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주로 이 일을 할까요. ‘방문요양보호사’의 95%가 여성입니다. 그 중에서도 5,60대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50세 미만인 사람은 10%가 안되고요. 50대가 38%, 60대가 42%, 70세 이상도 10%가 넘습니다. 이처럼 중고령 여성들이 주로 ‘방문요양보호사’ 일을 합니다. 현재 활동 중인 ‘방문요양보호사’는 40만 명에 이릅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어려운 노인을 돌보면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보람만으로 이 일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로는 생계를 유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일 말고는 마땅한 일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방문요양보호사’가 받는 월급은 얼마일까요. 2019년 보건복지부가 대대적으로 실태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월 평균 80만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시급이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 데다가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받지 못하는 비율도 절반에 이르고 무엇보다 근무시간이 적습니다. ‘방문요양보호사’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3.5시간, 주당 근무시간은 17.4시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방문요양보호사’는 더 많은 노인을 돌보려 합니다. 근무시간을 늘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것이죠. ‘방문요양보호사’의 50%가 2명 이상의 노인을 담당합니다.
그러나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하루 4시간 일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돌봐야 하는 노인 말고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부부 중 한 명만 치매를 앓아 요양서비스를 받게 되었을 때, ‘방문요양보호사’는 치매를 앓는 노인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도 돌보면서 청소, 음식 준비, 빨래 등의 집안일을 다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한 명의 노인을 돌볼 경우 보통 하루 3시간씩 주 6일 일을 하게 되는데, “청소, 빨래, 식사 준비, 어르신 옷 갈아 입히기, 운동이나 스트레칭, 대화 나누기, 식사 도움, 설거지, 쓰레기 비우기” 등등 이 모든 걸 하기에는 하루 3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초과해서 일을 해도 미리 정해진 3시간분에 대해서만 임금이 지급됩니다.
쉬기도 어렵습니다. 혼자서 노인을 전담해야 하기 때문에 ‘방문요양보호사’는 연차휴가라는 것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갑작스런 사고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해도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듯 노동강도는 세고 쉬는 날도 제대로 없지만, 정작 코로나19 상황에서 ‘방문요양보호사’는 일자리를 많이 잃었습니다. “수급자가 이용을 중단한 경우 근로계약도 당연 종료된다”는 근로계약서 문구 때문입니다. 근로계약서에 “수급자가 근무시간, 근무일의 변경을 요청하면 요양보호사는 이에 따른다“는 문구를 넣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수급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그 날로 실업상태에 놓이는 것이 ‘방문요양보호사’의 현실입니다. 작년 초에 코로나19가 막 퍼졌을 때 노인들이 감염을 걱정해서 이용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인 간 접촉이 기피된 데다가, ‘방문요양보호사’는 감염에 취약한 노인들을, 그것도 가정 방문해서 돌보기 때문에 수급자들이 요양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수급자가 원하는 경우 근로계약은 자동종료된다는 문구 때문에 ‘방문요양보호사’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근무시간과 근무기간이 불안정한 것이, 현재 ‘방문요양보호사’가 겪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나쁜 노동조건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요. 노동법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수급자가 이용을 중단하면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내용은 근로기간을 불확정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에는 업무의 시작과 종료 시각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만약 ‘방문요양보호사’가 정해진 근무시간에 수급자의 사정으로 일을 못하게 되면, 그래도 장기요양기관은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반대로 ‘방문요양보호사’가 원래 정한 시간보다 더 많이 일했다면 장기요양기관은 실제 일을 한 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의무교육시간, 회의시간도 근무시간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특히 휴업수당이 문제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수급자가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 사용자측의 사정으로 일이 중단된 것이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업수당을 받아야 합니다. 기타 연차수당, 휴일근무수당, 초과근무수당, 주휴수당 모두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켜지는 게 없습니다. 일반적인 직장과 비교해 보면, ‘방문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장기요양기관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장기요양기관은 엄연히 ‘방문요양보호사’의 사용자이고,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건데, 실제로는 직업소개소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방문요양기관의 약 80%가 개인 사업자 형태로 영세하게 운영되고 있고, 워낙 방문요양기관들이 많다 보니 ‘방문요양보호사’에게 수급자를 충분히 연결하기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또한 시급제 형태의 임금체계도 문제입니다. 현재 ‘방문요양보호사’의 70%는 시급제 형태의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대해서는 정부 책임이 큽니다. 정부가 시간 단위로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할 비용을 정하다 보니 요양보호사의 임금도 이에 연동되어 시급제가 되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만 이런 걸까요. 강은희 변호사가 외국의 실태와 법제를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기본 토양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해외에서 방문요양 일을 하는 노동자도 대한민국처럼 열악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보입니다. 유럽연합은 동일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6개월 이상 근무한 호출형 근로계약 노동자는 전일제 노동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일자리안정법은 주 24시간 이상의 최소근무시간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사용자의 사정으로 노동자가 예정된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못한 경우 예정되었던 근무시간만큼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무시간을 변경하려면 최소 4일 전, 미리미리 변경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와 같은 나라는 돌봄노동자들이 월급제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몇 가지 개선책을 내놓자면, 첫째, ‘방문요양보호사’의 사용자인 장기요양기관이 노동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내용의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것, 세부 노동조건에 관한 판단 지침을 만들고 감독을 강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실 장기요양기관보다 더 큰 결정권과 힘을 발휘하는 데가 정부입니다. 노인들의 바람대로 서비스 제공 시간을 늘리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노인의 수도 늘려야 합니다. ‘방문요양보호사’의 인건비도 현실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너무 적습니다. ‘방문요양보호사’의 희생 덕분에 제도가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공공이 주도하는 양질의 사회서비스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재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이 있는데 이 사회서비스원은 ‘방문요양보호사’에게 월급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방문요양보호사’는 근무시간에 서로 회의도 하고 교육도 받는 등 서비스의 질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명의 노인을 여러 명의 ‘방문요양보호사’가 함께 담당하다 보니 노인 입장에서도 하루에 여러 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세 민간시설이 주도하다 보니 사회서비스 시장이 혼탁한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공공의 제도인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사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방문요양보호사‘가 바라는 것은 근무시간이 늘어서 다른 직장인들처럼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직장인들처럼 월급제를 적용 받는 것입니다. 꿈이 너무 소박하죠. 공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가 ’방문요양보호사‘에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실은 ’방문요양보호사‘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요양보호사 외에도 가사간병인, 산모신생아 도우미, 장애인활동지원사, 장애아동재활치료사, 노인돌보미, 아이돌보미 등등 정부 사업으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이 모두 방문요양보호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이번 연구보고서가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