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등을 향한 여정 –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 청구 기각 판결에 부쳐
지난 해 2월 공감은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한다는 소식을 전한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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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제기한 지 1년 여 시간이 지난 2022년 1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동성 간 생활공동체를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2. 1. 7. 선고 2021구합55456판결)
국민의 존엄한 삶을 위해 보장되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은 실질적인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기준으로 그 보호의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도 피부양자의 지위를 인정하였습니다. 소송과정에서 대리인단은 원고와 원고의 배우자가 대외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경제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부양하며 살아가는 부부로서, 법적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였을 뿐 혼인의 의사와 실질을 갖고 있는 이성 사실혼 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혼인이란 남녀 간의 결합을 의미하므로 동성 간의 결합은 사실혼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동성 간 결합이 이성 간의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다르게 취급하여도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며, 동성혼의 인정여부는 개별 국가의 사회적 수요나 합의의 문제로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일갈하였습니다. 법원이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해야 할 최후의 보루로서 가지는 책임을 입법부로 떠넘겨 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의 원고 부부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2017년부터 동거를 시작해 2019년에는 300여명의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아플 때 서로를 간호하고, 함께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 대출이자, 적금 등을 나누어 분담하고, 한명이 일을 하지 못할 때 다른 한명이 그를 부양하는 이들은 부부로서, 서로의 배우자로서 노년을 준비하며 함께 삶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판결로 인해 원고 부부의 관계의 실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여느 이성커플과 다르지 않은 공동의 삶을 살면서도 결혼을 전제로 한 모든 제도와 그에 따른 혜택에서 제외되는 동성커플의 현실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원고는 선고 당일 항소하여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공감은 원고의 대리인단으로 항소를 준비하며 다시 한 번 평등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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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사진 출처 : 가족구성원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