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0일, ‘난민의 날’. 공감은…? –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악 철회촉구 기자회견’과 ‘도쿄의 쿠르드족’ 영화상영회
2022월 6월 20일, ‘난민의 날’을 맞아 많은 행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중 공감이 함께한 기자회견과 영화상영회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전 11시, 공감은 외국인 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으로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진행된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악 철회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하였습니다.
대책위가 지난 해 9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발생한 일명 “새우꺾기”고문사건의 재발방지와 보호소내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법무부는 내부조사를 통해 인권침해를 인정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고문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일시해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이제는 뭔가 바뀌는 구나 희망을 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5일, 법무부는 ‘새우꺾기’와 같은 사지구속 고문을 가능하게 하는 보호장비를 새로 도입하고 그동안 법에 근거하지 않고 사용되어 문제가 되었던 각종 보호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보호규칙 입법예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고문사건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과 함께, 금번 외국인보호규칙 개악안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였습니다.
저녁 7시, 공감은 난민의 날을 맞아 대책위가 기획한 ‘도쿄의 쿠르드족’ 영화상영회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가하였습니다.
‘도쿄의 쿠르드족’은 1990년대 터키정부의 박해를 피해 난민협약국인 일본으로 간 쿠르드인들의 도쿄생활상을 그린 다큐멘터리입니다. 1세대 난민신청자인 부모들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다큐멘터리는 부모와 함께 일본에 오게 된 아이들, 그리고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미등록 무국적의 문제, 강제퇴거의 두려움, 정체성의 혼란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주로 보여줍니다. 이들이 겪는 문제는 한국의 난민신청자 가족이 겪는 문제와 꼭 닮아 있기에, 상영이 끝난 뒤 실제 난민신청자이자 보호소 내 고문의 피해자인 M씨, 보호소 방문활동가, 그리고 난민지원변호사인 제가 약 50분간 한국의 난민신청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하여 상영관을 가득 채운 약 100여명의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국의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난민신청자의 자녀들이 한국에서 무국적자로서 결국 미등록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 난민신청이 기각된 뒤 재신청을 한 난민신청자에 대한 취업제한으로 인해 ‘불법’으로 내몰리는 현실, 결국 내몰려서 가게 된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질문과 대담이 진행되었습니다.
함께 입법예고된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을 규탄하고, 함께 영화를 보고 난민신청자와 그 가족을 벼랑으로 내모는 한국의 현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꽉 찬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런 현실에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위로가 되는 사실이지만, 한편 매년 돌아오는 난민의 날을 이렇게 규탄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활동들이 조그만 변화를 만들어 어느 해 난민의 날에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모두가 유쾌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을까… 상상하며 글을 마칩니다.
「가혹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외국인보호규칙 졸속 개정안에 대한 공대위 성명서」
한동훈 법무부의 첫 법무부령은 고문장비 도입 규정인가
법무부는 5월 25일, 외국인보호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지난 해 11월, 법무부가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고문사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외국인보호소의 적법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첫 후속조치이다. 5월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법무부에서 처음으로 밝힌 구체적 정책안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이번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이 “보호외국인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고, 보호외국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보장”을 위함이라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된 외국인보호규칙의 내용을 살펴보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법무부는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정을 통해 ‘새우꺾기’와 유사한 사지 구속 고문을 가능케 하는 보호장비를 새로 도입하고, 그간 법에 근거가 없는 사용으로 문제가 되었던 보호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려 하고 있다. ‘새우꺾기’ 고문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첫 대책이 ‘새우꺾기 고문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한 근거마련’이라는 발상이 경악스럽다.
법무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새우꺾기’ 고문사건 당시 법에 근거가 없는 사용으로 문제가 되었던 ‘발목수갑’ 사용을 합법화하고, 보호의자 등 사지를 속박하는 위험한 장비를 추가하려 하고 있다.
발목을 구속하는 장비는 특히 노예제를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굴욕적인 처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그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 왔으며, 『UN 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준칙』 상 금지되는 장비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2006. 6. 12. 행형법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통해 교도소 등 수용시설에서도 고문방지협약에 위배되는 굴욕적인 발목보호장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보호의자’는 사지를 속박하는 장비로 의료적 위험성이 매우 커서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고문 도구이다. 2020년 5월 부산구치소에서 장기간 사지가 속박된 끝에 입소 32시간 만에 수용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머리보호장비’ 역시 고통과 부상을 유발하는 고문도구이다. 호흡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얼굴에 대한 압박으로 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새우꺾기’ 고문사건 당시 머리보호장비를 고정한다는 목적으로 케이블타이 및 박스테이프 등 위법한 장비를 결합하여 사용하기까지 하였다.
한편 법무부는 ‘새우꺾기’ 고문사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끔찍한 2차 가해를 가하는 이중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가혹행위를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후에도 화성외국인보호소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고소·고발하였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선제적으로 배포하며 M씨가 외국인보호시설을 상습 파손하고 직원을 폭행하는 등의 행위를 했으며 이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하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화성서부경찰서 및 수원지방검찰청은 올해 3월과 4월, 이에 대해 모두 불송치 및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 이유서에는 “보호소에 입소되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던 피의자가 위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에 저항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다소 과격한 행위로 볼 수 있으나 피의자가 입은 인권침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그 죄질이 중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와 같은 피의자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아직도 고문 피해자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보호소 내 질서유지를 위해 고문장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면 외국인보호소에 가둬진 채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고문당할지, 이에 대해 저항하면 얼마나 더 심각한 2차 가해가 자행될지 두렵다.
법무부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신체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것이 명백한 내용의 법령 개정을 법률도 아닌 시행규칙으로 졸속 시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개정안에 대하여 법무부에 이미 우려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새우꺾기 고문’사건에 대한 반성으로 나왔다는 조치가, 보호외국인의 인권보호 강화, 보호외국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의 실질이 ‘합법적 고문’의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오늘 세계난민의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동은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고문의 근거를 갖춰 활용하고자 하는 법무부의 치밀하고도 추악한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민청 설치를 말하기 전에 법치가 훼손되고 적법절차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부터 돌아보라. 고문은 보호가 아니다. 법무부는 지금 당장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의 입법 시도를 중단하라.
2022년 6월 20일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