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신학대학원생들, 승소
지난 10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은 장로회신학대학교(이하 ‘장신대’)에 대하여, 징계권을 남용하여 원고들의 학습권과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불법행위를 하였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2018년 5월 17일 원고들이 무지개색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한 날로부터 4년 반, 2018년 7월 27일 부당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4년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2018년, 징계당사자인 원고 중 한 명이 공감에 찾아와 이 사건을 시작할 때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건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원고들은 가능하면 사회 법정이 아닌 학교 안이나 교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학교는 원고들이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징계 해제를 하지 않았고, 다음 학기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2018년 12월에 법원에 징계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하였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19년 5월 17일 장신대가 원고들을 징계하면서 학칙에 따른 징계절차를 위반하였고, 징계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받으면, 원고들이 학교로 복귀해서 지장 없이 학업을 마치고 목회자의 길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신대는 법원으로부터 징계처분 효력정지가처분 결정을 받고, 무효확인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고들에 대한 징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장신대원장은 오히려 sns 등을 통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앞으로도 징계사유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였습니다. 원고들은 학교와 교단 안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고, 원고 중 한 명은 목사고시를 합격하고도 면접에서 탈락하여 목사 안수를 거부당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오랜 고민 끝에, 원고들의 행위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음을 확실히 인정받고, 이 싸움을 이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원고들의 행위는 국제성소수자혐오의 반대의 날에,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석하고, 그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채플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없었고, sns 게시 내용에 학교를 특정하거나 언급하는 내용도 없었는데, 유기정학 6개월을 받았습니다. 장신대는 원고들의 징계 사실이 기재된 소책자를 작성하여 교단 총회장에서 배포하려고 하였고, 원고들은 전도사로 사역하던 교회에서 일자리를 잃기도 하였습니다. 사회 법정의 손배배상소송이라는 방법 대해서 고심이 많았으나, 원고들이 입은 피해가 너무나 심각했고, 무엇보다 향후 원고들의 사건이 본보기가 되어 학교 안과 교단 안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한다는 양심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라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원고들과 다시 힘을 내어, 2020년 5월에 장신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랜 공방 끝에 2021년 10월, 1심에서 전부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학교는 교단 총회가 2017년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을 이유로 들어, 원고들의 행위가 총회 결의에 반하는 행위로 오인될 여지가 있으므로 교수 지도의 대상이고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원고들이 징계처분을 받을 당시에는 학칙에 동성애에 관한 총회 결의 관련 내용이 없었고, 원고들의 사건 이후에 학교는 사후적으로 동성애에 과한 총회 결의 위반을 징계사유로 추가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항소하여, 마침내 2022년 10월 27일, 항소심으로부터 장신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금전적으로는 각 각에게 300만원과 200만원이라는, 원고들이 입은 고통과 시간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원고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받은 소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단과 학교 내의 상황은, 원고들의 사건과 별개로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7년 ‘반동성애’ 총회 결의를 시작으로, 장신대는 신학교 최초 입학생들에게 ‘반동성애 입학서약서’를 받고 있습니다. 원고들이 향후 목사안수를 받고 목회자가 될 수 있을지, 한국 교회의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 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이 사건을 마무리하며, 원고 당사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장신대 신학대학원생 서총명, 김지만, 오세찬, 이창기. 원고들의 이름을 기억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반동성애 운동 선봉에 있는 교계 안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선 편에 서주셔서,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사건은 민변 공익변론센터의 지원을 받아 민변 소수자인권위와 함께 진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