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낯선 곳에서의 연대 – 2023 오사카 노동자 변호단 정기 교류회
2023년 2월 10일부터 2월 13일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일본 오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변호사들의 모임인 오사카 노동자 변호단의 정기 교류회에 참석했다. 매년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 가며 열리는 이 교류회는 올해로 벌써 24회째를 맞았고, 올해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다.
정기교류회 세미나에서 원청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에 관한 토론을 맡아 교류회의 다른 일정은 신경 쓰지도 못한 채 교류회에 참가하게 되었지만, 세미나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오사카 노동자 변호단이 방문 일정으로 계획해 준 우토로 평화기념관이었다.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재일동포 집단거주지 우토로 마을에 있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작년에 문을 열었다. 교류회 버스가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도착하자 부관장님이 기념관을 소개해주었다. 부관장님의 소개가 기억에 남아,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봤는데 그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다.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우토로 평화기념관은 불의에 맞서 싸우는 투쟁과 그에 연대하는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연대와 투쟁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남과 연대의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 인권이란 운동 속에서 만났지만 같이 밥을 나눠 먹으면서 인간적으로 이어지는 교류의 공간으로 1층의 다목적홀을 마련하였다.
(우토로 평화기념관 1층에는 특이하게도 전시관이 아닌 다목적홀이 있다)
1941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때 일본은 교통 군비행장 건설을 위해 조선인 1,300여 명을 강제징용했고 조선인 징용자들을 공사장 주변 토지에 집단 합숙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비행장 건설은 중단되고 징용자들은 방치됐다. 방치되었던 징용자들이 비행장 주변에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재일조선인들의 집단 마을이 우토로 마을이다.
우토로 마을의 재일조선인들은 해방 이후에도 직업과 주거, 생활 등 여러 면에서 차별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까지도 상수도 시설이 정비되지 않아 주민들은 큰 비가 오면 심각한 수해에 고통 받았으며, 생활용수 또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생활했다.
그리고 1986년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일본 시민들과 우토로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1988년, 주변 마을들보다 20년이 늦게 상수도 시설이 우토로 마을에 들어온다. 일본 시민들과 우토로 마을 사람들의 연대가 만들어낸 변화였다.
그러나 마을 부지를 니시니혼식산이라는 회사가 매수하고 마을의 철거를 요구하면서 우토로 마을에는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주변 지역의 우토로 마을의 주민들과 일본 시민들은 다시 「땅 투기 반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우토로 마을의 이야기를 국제사회에 알렸고, 한국 정부가 우토로 토지 일부를 매수하면서 우토로 사람들은 강제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마을 주민들과 일본 시민들, 그리고 이제는 한국 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낸 또 하나의 승리였다.
마을 주민들과 일본 시민들의 투쟁과 연대 그리고 그 연대가 가져온 우토로 마을의 승리를 기념하는 곳이 우토로기념관이다. 그리고 어쩌면 배제하고 차별하고, 나라를 팔고, 지배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불의에 항거하는 평범한 시민들이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우토로 평화기념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부관장님은 지난 1년 간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한국인들보다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일본에서도 차별과 소외의 역사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역설한다.
가깝지만 어쩌면 한국인으로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낯설고 어려운 곳인 일본, 거기에도 불의에 맞서 싸우는 재일조선인들과 그들과 연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있다.
메인 사진 제공 : 민변 노동위원회 김은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