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해도 소용없어, 그래도 퀴어퍼레이드는 계속 된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이라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다양한 행사가 열립니다. 비단 인권단체들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업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하고, 프라이드 제품 한정판을 제작하여 판매한 수익금을 인권단체에 기부합니다. 공감도 6월을 맞이하여 크래프트하인즈코리아 의뢰를 받아 혼인평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였고, 의류브랜드 COS가 제작한 프라이드 티셔츠의 수익금을 기부받기로 하였습니다. 전 세계 도시에서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과 축제가 열리며, 도시 곳곳이 무지개 깃발로 도배가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방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성소수자 행사를 방해합니다. 매년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할 때마다 차별적인 행정과 보수기독교 단체의 방해를 대비해야 하며, 개최일시와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제15회를 맞이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는, 개최 전부터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제기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에 긴급하게 대응해야 했고, 축제 당일 새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이 500명의 공무원을 동원하여 퀴어문화축제 개최조차 못하도록 한 시도에 대하여 대응해야 했습니다.
공감은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긴급연락을 받고,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 대한 방어를 준비하였습니다. 공감은 답변서와 심문기일에서,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대구기총 등은 피보전 권리도 불분명한 반면에, 집회금지로 인하여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입게 될 피해는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1년에 한 번 개최됩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축제라는 형식으로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집회와 행진을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민, 여성, 인권단체 등이 참여하고,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1년에 하루, 존재 그대로 존중 받고, 도심을 행진하며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날입니다.
대구지방법원은,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예정일 이틀 전인 6월 15일,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손을 들어주며,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법원 결정의 요지는 대구퀴어문화축제 같은 집회의 경우, 그 집회가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성다수자’의 권익도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 축제는 안했으면 한다는 혐오발언을 하더니,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축제 당일에는 대구시청 직원과 중구청 직원 등 500명의 공무원을 동원하여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막으려고 하였습니다. 중구청의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예년처럼 집회행진 신고를 마친 상태였고, 대구 경찰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당일 버스노선 우회 등 협조요청을 하였으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를 모두 무시하고 무리하게 집회 무대차량 진입시도를 막다가 대구경찰과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당일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매년 축제 준비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정적 차별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일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공평하고 차별적인 상황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도 오세훈 서울시장 시기를 맞아, 개최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15년부터 매년 개최장소로 사용하였던 서울광장은, ‘청소년 행사’의 형식을 띤 CTS 기독방송이 주최하는 행사에 밀려 사용이 불허되었습니다. 대외적인 명분은 청소년 행사가 우선순위라고 하였지만, 뒤늦게 공개된 서울광장 운영시민위원회의 회의록에는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문화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커진 규모와 도심 행진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하여 고심하다가 을지로2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성대하고 안정적으로 진행이 되어서 다행이지만,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에,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가장 큰 규모의 성소수자 행사가 서울시의 차별적인 행정으로 인하여 매년 개최 일시와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은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시의 이러한 차별적 행정은 보수기독교 단체들로 하여금 축제방해 시도의 성공경험을 학습시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선동을 더 하도록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설명 : (왼쪽) 서울퀴어문화축제 혼인평등연대 부스에서 공감 구성원들 / (오른쪽) 혼인평등연대 연대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그래서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는 대구시와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방해와 차별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각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는 꿋꿋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공감은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금지하는 시도에 대한 법적 지원과 더불어, 혼인평등연대 소속 단위로서 퀴어문화축제 부스와 행진트럭에도 참여를 하였습니다. 부스 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축제 참가자들에게 혼인평등을 주제로 한 OX 퀴즈를 내며, 혼인평등 이슈를 알리고 반응을 듣는 것은 저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행진트럭을 직접 꾸미는 일에도 참여하고, ‘모두의 결혼’ 부채와 손피켓을 나눠주고 서울 도심을 수 만 명과 함께 행진하는 것은 여전히 설레는 일입니다. 공감은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아직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인권단체들과 함께 성소수자들의 자유와 평등을 넓혀 가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