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천오백일간의 기록 – “깻잎투쟁기” 저자 우춘희와의 대화
prologue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의 숨막히는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 ‘깻잎투쟁기’의 저자 우춘희 연구활동가가 깻잎 한다발을 들고 공감 사무실을 찾아왔다. ‘사회를 먹여살리는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캄보디아 합숙소에서부터 밀양의 깻잎농장까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천오백일간의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 놓았다. 이주인권활동을 하며 같은 지점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까. 우리의 대화는 약속한 시간을 가뿐히 넘겨 두 시간 반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마무리되었다. 20분 남짓의 짧은 영상으로 줄이기에는 너무 아쉬운 그와의 대화를 글로 풀어본다.
김지림 변호사 (이하 지림) ㅣ 우춘희 선생님 반갑습니다. 깻잎 한 다발을 가지고 공감 사무실에 오셨어요. 이게 웬 깻잎인가요?
우춘희 연구활동가 (이하 춘희) ㅣ 제가 2020년에 이 책에도 등장하는 김미자님의 깻잎 농장에서 사업주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요. 지난주에 밀양에 가서 다시 뵈었는데, 제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깻잎 한 상자를 주셔서 이 눈물 젖은 깻잎을 변호사님께도 드리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지림 ㅣ ‘깻잎투쟁기’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선생님이 왜 ‘눈물 젖은 깻잎’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실텐데, 오늘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나가 보도록 할게요. 연구자이시면서도 직접 깻잎 농장이 있는 현장으로 가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춘희 ㅣ 연구자와 현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 ‘하루에 10시간씩 더운데 일해요’, ‘하루에 만 오천 장의 깻잎 따요’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10시간 동안 깻잎을 계속 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런 노동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제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직접 내려가게 되었어요.
지림 ㅣ 책을 보면서 계속 여쭙고 싶었는데, 혹시 위장취업을 하신 것인가요?
춘희 ㅣ 하하 아니요. 위장취업은 아닙니다. 연구윤리상의 문제도 있지만 지금 한국의 농업현장에서 젊은 한국 여성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어서 위장취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지림 ㅣ 그렇군요. 이 책은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로 한국에 입국하기 전, 입국한 직후 노동환경, 숙식환경, 그런 환경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성폭행 등 여러 인권침해 상황, 그리고 이런 문제들로 인해 결국 출국하는 과정까지 세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Part 1. 입국 전 준비
지림 ㅣ 저는 이주노동자들이 이미 한국에 입국한 뒤 일하면서 겪는 문제들을 주로 보다보니, 이분들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얼마나 큰 비용을 들여 준비를 하고, 또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시는 것인지 몰랐어요.
춘희 ㅣ 맞아요. 책에도 등장하는 보파씨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보파씨는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서 좀 떨어진 외곽의 프리메이라는 지역 출신인데요. 농촌 지역 여성들은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아 어린 시절에 고등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성인이 되면 프놈펜 같은 대도시로 와서 일자리를 찾는데, 사실 교육수준도 낮고 경제력도 없다보니 미용실 같은 곳이나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많이 합니다. 프놈펜 외곽에 아디다스, 나이키 이런 대기업 외주 공장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런 공장에서도 한 달에 200불 조금 넘게 벌면서 월세를 내고, 저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니 좀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태국, 싱가포르, 일본, 또 한국 등으로 가서 미래를 바꾸는 꿈을 꾸는 것이지요.
지림 ㅣ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싶다’라고 결심하면, 누구나 다 올 수 있는 것인가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춘희 ㅣ 많은 분들이 기존의 직장일을 하면서 동시에 한국 취업 준비를 합니다. 퇴근하고 한국어 학원을 다니며 어학 공부를 하고, 1년에 한 번 꽤 높은 응시료를 내고 시험을 치죠. 고용허가제를 통해 제조업이나 농업으로 갈 수 있는데, 사실 제조업이 월급도 조금 더 높고, 공장의 도시인접성 때문에 도시 생활이나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제조업이 농업보다 인기가 많아요. 그런데 제조업에서는 남성 위주로 많이 뽑기 때문에 여성은 뽑히기가 어려워요. 실제로 보파씨도 욕심을 내서 제조업으로 지원했다 무려 5년 만에 결국 농업으로 지원한 뒤 합격을 했지요.
지림 ㅣ 세상에, 5수를 하셨군요!! 우리가 보통 일을 구할 땐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지정하여 이력서를 넣는데,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예비 고용주들이 여러 이력서들을 보고 선택해서 오게 하는 방식이라고 알고 있어요. 연락이 오기 전에는 내가 어디에서 일하게 될 지 전혀 모르는 것이죠.
춘희 ㅣ 맞아요. 그리고 사실 고용주로부터 받는 표준근로계약서는 ‘작물 재배업, 임시 숙소, 월급 xx원’ 이런 식으로만 된 계약서라 구체적인 작물정보나 노동환경, 숙소환경 등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마저도 빠르게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니, 우선 급하게 서명을 하게 됩니다. 계약이 성사되어 한국에 오기 전에 일주일 정도 합숙교육을 받는데, 한국에서의 노동 강도나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보다는 20대 초반 해외 취업에 대해 한껏 기대에 부푼 모습들이지요.
지림 ㅣ 단순히 해외취업에 대한 기대 외에도,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 강국인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동경심이 있을 것 같아요. 인권침해 이런 부분은 상상도 못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그런 부분이 있어도 감수하겠다는 마음일까요?
춘희 ㅣ 둘 다인 것 같아요. 일단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라는 마음과 동시에 ‘한국 법은 좋으니까 다 해결해 줄거야’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른 채로 말이죠.
Part 2. 비닐하우스 숙소 이야기
지림 ㅣ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오신 분들이 바로 맞닥뜨리는 농촌의 기숙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2020년 한 겨울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홀로 밤을 지내다 사망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의 사건을 접하고 과연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공감은 그 전부터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구호로 고용허가제 숙소 개선 활동을 해왔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비닐하우스라는 비주거시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소로 제공될 수 있고, 또 그런 열악한 장소를 숙소로 제공하고서 월급에서 수십만 원의 숙소비를 공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일까요?
춘희 ㅣ 사실 국제법상으로는 이주를 한다고 해도 선주민들과 교류도 하고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을’에 살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하는 사업주, 정부 시각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 작업장 옆의 비닐하우스 숙소를 사용하면서 출퇴근시간을 줄이고, 여러 상황에 빠르게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막연한 인종차별적 편견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집을 임대해주려고 하지 않는 지역의 분위기와, 임대차 관련법과 제도를 알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 등의 문제가 합쳐져 사실 사람이 살 수 없고, 살아서는 안 되는 비닐하우스 같은 곳이 계속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소로 제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비닐하우스 숙소 _출처 : 우춘희
지림 ㅣ 비닐하우스 사망사건 발생 후 직접 현장을 가서 보니 화장실이 다 밖에 있고 그나마 있는 화장실도 정말 비위생적이어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숙소는 위생도 문제지만, 안전도 문제 아닐까요?
춘희 ㅣ 맞습니다. 비닐하우스는 건축법상 불법 가설물이기때문에 주거시설처럼 정화조를 묻을 수 없어서 정말 열악하죠. 그리고 일단 숙소에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도 꽤 흔한데요. 꾸준한 문제제기로 인해 이제 그런 부분은 조금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비닐하우스 자체가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있고, 마을 전체가 그 숙소에 외국인 여성 몇 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범죄피해를 입더라도 언어의 한계로 인해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많아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고요. 이렇게 위생과 안전 차원에서 문제적인 비닐하우스가 버젓이 숙소로 제공되고 방치되는 상황 속에서는 계속해서 사람이 다치고, 병들고, 죽는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Part 3. 깻잎농장 이야기
지림 ㅣ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가면 비닐하우스를 쉽게 볼 수 있지요. 저는 사실 깻잎 농장에서 실제 일하시는 모습은 본적이 없어 상상이 잘 안되는데, 선생님은 직접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깻잎을 따며 일을 하셨어요. 선생님이 경험한 실제 깻잎 농장의 노동환경은 어땠나요?
춘희 ㅣ 일반적으로 농업 노동환경은 제조업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거나 폭우가 내려도 이주노동자는 깻잎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는 계속 일을 해야 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아무리 숨이 턱턱 막혀도 고용주 입장에서는 ‘더운 나라에서 왔으니 괜찮아’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더운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더위에 강할 수는 있겠지만, 40도가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또 캄보디아는 겨울이 없는데, 한파에 적응할 시간 없이 일을 하다 동상에 걸리는 일이 허다하지만 농촌에서 병원 가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참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사진설명] (왼쪽) 비닐하우스 깻잎농장 내부 / (오른쪽) 깻잎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_출처 : 우춘희
지림 ㅣ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건강검진을 다 거치고, 건강한 상태로 오셔서 사실상 몸을 갈아 넣어 최대 4년 10개월 일한 후에는 온갖 병을 얻어 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어차피 이 분들은 출국할 사람들이고, 또 한국에 올 많은 예비인력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나 고용주 차원에서는 딱히 처우를 개선할 이유도 동기도 없는 것 같아요.
춘희 ㅣ 맞아요. 농업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 뿐만 아니라 노동 시간도 문제되는데요. 8시간 계약을 하면 8시간에 맞춰 일을 하거나, 추가 노동을 하더라도 추가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노동법에 맞는 것이겠죠. 그런데 농업현장에서는 8시간 일해서는 일이 안 된다고 하여 한 두 시간 추가 노동을 하게하고, 실제 쓰지도 못한 휴게시간을 늘려서 계산한 후 8시간 일한 것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깻잎 농장을 운영하려면 하루에 깻잎 1만 5천장 정도는 따줘야 농사가 굴러간다는 명목 하에요. 만약 할당량을 다 따지 못하면 월급에서 그만큼을 깎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림 ㅣ 아니 잠깐만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는다라… 이렇게만 얘기하면 독자분들이 착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는 불법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춘희 ㅣ 우리 사회는 이주노동자를 ‘인력’으로만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정부 정책 자료집을 보면 ‘외국인 근로자 인력 수급 방안’ 이런 표현을 쓰는데,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인력을 데려왔는데 사람이 왔다’… 사람이거든요. 국민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이므로 인권, 최소 법이 지켜져야 하는데 농업으로 가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노동력을 쥐어짜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렇게 우리 밥상에 올라온 깻잎을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들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Part 4.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이야기
지림 ㅣ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근무환경, 근로조건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직’ 일 텐데요.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다릅니다. 외국인근로자고용법에서는 노동자에게 책임 없는 예외적인 경우 (사업체 파산, 임금체불 등) 외에는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잖아요.
춘희 ㅣ 네, 그런 예외적인 경우 외에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고 한다면 고용주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고용주의 ‘허락’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노동환경이나 숙식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일수록 사람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에 동의를 안 해주고, 오히려 근로자를 무단이탈로 신고해서 체류자격을 박탈시켜버리겠다 협박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 부분이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동자가 이곳을 떠나 더 나은 조건의 사업장으로 갈 수 있게 된다면 사업주 입장에서 노동자를 잡기 위해 혹은 고용하기 위해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되겠죠. 깻잎을 많이 잘 따면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숙식비를 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인센티브가 있다면 어떨까.. 사람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환경을 통해 숙련된 노동자들이 계속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좋겠어요.
지림 ㅣ 내국인의 경우에는 회사들이 급여나 복지 등을 경쟁적으로 개선하면서 사업장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인재를 유치하려고 하는데, 고용허가제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어차피 사업주가 동의를 안 하면 다른 곳에 갈 수 없으니까 딱히 기존의 환경을 개선할 필요를 못 느낄 것 같아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내국인은 없지만 우리 사회가 굴러가려면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고.. 그래서 결국 취약한 상황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그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네요.
춘희 ㅣ 사람을 쥐어짜고 묶어 놓아야만 운영이 가능한 사업장을 계속 운영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용노동부 차원의 그리고 정부차원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지림 ㅣ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왔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면서 집필을 하셨는지, 우리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더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춘희 ㅣ 저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 그 음식이 차려지는 밥상 이면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책을 적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이주인권활동가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주민에 대해 혐오, 차별적 발언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우리가 일상에서 ‘외국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다 뺏는다’는 식의 발언을 마주했을 때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면서, ‘생각해봐, 이 깻잎. 이주노동자가 아니라면 이 가격에 이 맛있는 깻잎 먹을 수 있을까?’라고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림 ㅣ 책을 읽은 독자 스스로가 음식을 먹으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도 중요하지만, 그 한 명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조금씩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에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네요.
춘희 ㅣ 네. 맞아요. 여러분이 차를 타고 가시다 하얀색 비닐하우스 속에 검은색 비닐하우스의 모습을 보신다면, 여기에는 99%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을 거예요. 사실 비닐하우스에 살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이렇게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도 되는 걸까요?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왔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더럽고 위험한 곳에 살아도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가 밥을 먹으러 갈 텐데요. 밥을 먹는, 젓가락을 드는 우리 모두가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그 밥상이 담고 있는 인권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모습, 그런 이야기도 기회가 된다면 풀어나갈 테니 관심 많이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pilogue
그날 저녁, 그가 밀양에서부터 가지고 온 귀한 깻잎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 간만에 푸짐하게 김치고등어찜을 준비했다. 그러다 ‘이 고등어는 누가 잡은 거지?’라는 생각에 멈칫한다. 지금 한국에서 고깃배를 타는 사람들 중에도 이주노동자들이 많다고 하던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이 음식들이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이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하면 좋겠다는 그의 마지막 바람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숟가락을 든다.
* 그의 단단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면, 밀양에서 직접 촬영한 현장의 사진들을 보고 싶다면, 그리고 그가 강력 추천하는 책의 제목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
[공감 유튜브]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은 없다 : ‘깻잎투쟁기’저자 우춘희 연구활동가 인터뷰/ 김지림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