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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성소수자# 성소수자학생# 충남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학생들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위하여 –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대응과 ‘포용적 학교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2023년 12월 15일, 충청남도의회에서 통과되었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주민발의로 발의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의원발의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현 조례안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성소수자 학생·임신·출산 등 왜곡되고 잘못된 차별받지 않는 권리와 소수자 학생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학생에게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하므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일선 교육현장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의 원인을 학생인권 때문이라고 하였다.  

충남학생인권조례는 2020년 7월 10일 전국에서 5번째로 제정, 시행되고 있다. 헌법과 ‘유엔 아동권리협약’ 근거에 따라 제정되었고,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 인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전부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러한 헌법상 권리, 상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인권 보장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이다. 이에 충청남도 교육감은 2024년 1월 3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이 법령에 위반되고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이유로 충청남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상태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근거로 한다. 헌법상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지만, 학생이라는 이유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당해 온 학생들의 기본권을 조례로 구체화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신체의 자유(체벌 받지 않을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개성을 실현할 권리(두발, 복장의 자유),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징계에 대한 적법절차의 권리,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받지 않는 권리(평등권)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학생인권센터, 학생인권옹호관 등을 두고 있다. 충남학생인권조례의 폐지로 이러한 권리와 제도들이 폐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공감은 충남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충남기독교총연합회 주도로 주민발의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의 위법성에 대하여 법원에서 다투고 있었다. 주민발의안의 내용이 헌법과 상위법령을 위반하며, 주민발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정기구 폐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취소해 줄 것을 청구한 것이다. 그리고 법원 판결 전에 충남도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집행정지를 해달라고 신청하였다. 법원은 단체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일단, 이 폐지조례안의 수리발의처분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이 충청남도교육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원발의로 폐지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폐지 움직임은 충남에 그치고 않고 서울에서도 진행 중이다. 서울 역시 주민발의로 폐지조례안이 시의회에 발의되어 있고, 법원에서 그 효력을 다투고 있다. 지방자치와 주민참여를 위해 만들어진 주민발안법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위하여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고 우려스럽다. 충청남도 의회는 반헌법적인 조례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고,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이 소송 밖에 없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당사자인 학생들, 특히 소수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나 자리는 전혀 없었다.  

공감은 작년 하반기부터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과 함께, 이러한 시대적 역행을 막고,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를 하였다. 여전히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없는 존재로 취급 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녀로 분리된 시설에서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와 학교폭력 문제, 개인정보와 비밀유지 문제를 다루었다. 

본 조사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 가능하면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불가피하게 가더라도 사람이 없을 때 이용하거나, 사람이 없는 먼 곳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대답하였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고 남들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당하더라도 신고를 꺼린다. 학교폭력 절차가 청소년 성소수자의 특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사실이 보호자에게 통보되면서, 당사자의 의사에 무관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이 보호자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부모의 수용여부에 따라 당사자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으로 ‘포용적인 교육’의 원칙을 제안한다. ‘포용적인 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교육개혁”을 의미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전반적인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게 하고, 학교시설,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사건처리 절차에서 성소수자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현행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였다. 

공감에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사건을 지원할 때, 법원에 성장환경진술서를 제출하다보니, 이들의 학창시절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된다. 대다수가 학창시절이 지옥 같았다고 한다. 존재를 부정당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성별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겪는 위화감과 소외감이 컸다.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은 전무했다. 만약,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이 성별불일치로 겪는 문제를 덜 겪을 수 있도록 성별 중립적인 교육환경과 정책이 마련되어 있었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성소수자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우고, 학생인권을 부정하며, 학생인권조례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저들의 주장에 굴복할 수 없는 이유다.

장서연

# 빈곤과 복지# 성소수자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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