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공감 인권법캠프 참가 후기
인권법캠프 후기 1
평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특히 인권과 관련된, 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 당연함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내가 인권에 대해, 소수자들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알아보고, 그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 공감 인권법캠프를 방문했다.
처음 유스호스텔에 도착해 명찰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다가오며 자리에 앉는 조원들과 간단한 인사를 했다. 첫 시간은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으로, 각 조원 간의 자기소개(좋아하는 숫자, 단어)를 통해 서로 간의 어색함을 녹이고, 뒤이어 관심 있는 인권 분야를 주제로 해 스몰 토킹+빙고 게임을 진행했다. 그 게임에서 기적적인 배치로 우리 조는 승리했고, 상품으로 귀여운 공감 양말을 선물 받았다.
이후 각자가 선택한 세션에 따라 강연이 진행되었다. 첫 시간은 빈곤과 관련한 강연이었다. 필자의 관심이 부족했던 탓일지는 모르겠지만, 빈곤에 관련된 제도의 이름만 알고 그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제도의 실현과 관련된 부분, 실제 제도의 실현 속에서 발생하는 단점들에 대한 내용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복지제도는, 물론 한정된 자원으로 어쩔 수 없겠지만, 수요자 중심에서, 그들의 관점으로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원들과의 점심 이후, 공감 변호사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다과회 형식으로 편안하게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변호사님의 사례, 공익변호사를 택한 이유 등 궁금한 것들을 서로 질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사회의 또 다른 모습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간은 노동과 관련된 강의였다. ‘노동’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지는 수많은 종류의 노동들과 그 세분된 개념, 실제 우리가 노동자로서 법을 적용받을 때는 어떤 용어가 사용되고, 이때 우리가 노동자인지 아닌지, 등의 평소와는 다른 접근을 통해 노동을 보다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였다.
처음 친구에게 이 캠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우선 필자는 법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 법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고 접할 계기가 없었다. 그런데 ‘법 캠프’라니. 가도 되는 걸까? 싶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강의를 들어보며 든 생각은 잘 왔다는 생각이다. 평소에 접하지 않던 법조문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다른 참가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조금씩 법조문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큰 희열을 주었다.
사회적 이슈를 보고 문제를 인식한 뒤, 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법 없이도 가능하다. 다만 그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해결 방안을 구상하고 그 방안을 사회의 규범으로 명문화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법률과 그 법률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과, 그것들을 반영한 새로운 법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는 조금 더 ‘인권’에 가까워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그리되기를 기원한다.
글_조성현(캠프 참가자)
인권법캠프 후기 2
보건학을 공부하면서 늘 답답했던 것은, ‘건강권은 인권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나 스스로 인권이란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인간답게 대하는 것이 인권이라면 ‘인간다운 삶’은 어떤 것인가? 서로를 해치지 않고 자유를 보장하게 해 주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자유는 무엇인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감 인권법캠프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포스터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자격은 어떻게 부여되는가’ 라는 문구를 발견한 것이었다. ‘여기에 가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나와는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해 왔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하고, 또 간간이 뉴스에서 접해 온 공감 변호사분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 보고 싶었다.
첫 주제마당은 ‘빈곤과복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사회권 침해에 대한 판단기준이 자유권 침해에 대한 판단기준보다 현저히 느슨한 현실 속에서 사회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구제받을 길은 요원하다는 말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중립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온 판례들과 법적 기준들에 숨겨진 허점들을 보며 입법부와 사법부의 책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주제마당이 마무리될 때쯤 국민기초생활법의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해 토의를 진행하였는데, 우리 조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판례의 타당성을 어느 정도 변호할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전근대적 가족 관계를 사회의 기본 단위로 간주하고 수급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점에서 개정될 필요가 있는 법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진행한 ‘공감 변호사와의 대화’ 시간에는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솔직하고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 특히 공익법 관련 활동을 하면서 효능감이 떨어지는 순간, 허탈감이 드는 순간들이 올 수 있지만 점진적인 변화 역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발자취가 누군가의 안내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바란다는 변호사님의 말씀이 마음에 깊게 남았다.
두 번째 주제마당은 ‘노동인권’이 주제였다. 노동은 돌봄이나 건강권과도 깊게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캠프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한 주제였다. 노동자의 종류가 분화되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전에 없던 형태의 노동도 등장하며 이들이 기존의 노동법에서 소외되는 사례들을 다루었다. 처음에는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ILO 권고나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서 법만 바꿀 것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주제마당이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으로 이주영 교수님께서 참여해 오신 인권 활동에 대해 들으며, 강연에서 인용하신 “사람은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 뿐이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스스로를 돕는 일’을 도울 수 있음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아라공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이라는 구절이 ‘인간을 인간답게 대한다는 것’이라는 나의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고 느꼈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도우며 살아간다는 것, 내가 나 스스로를 돕고 있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타인이 인간답게 살아감에 기뻐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인간다운 삶일 것이다. 법은 한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인간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기반이 된다. 이제 나에게는 인간다움을 긍정하는 법이란 어떤 것인지, 그것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겼지만 더 이상 답답하지는 않다. 캠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더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었고, 나 역시 캠프에서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글_윤지원(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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