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2024매드프라이드서울# 매드프라이드# 장애인인권# 정신장애인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향한 행진- 2024 매드프라이드 서울 행사 참여 후기

일시: 2024. 05. 24.

장소: 서울시의회 일대

주관: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세계 조현병의 날을 기념해 지역사회 단체, 정신건강 관련 기관 등 14개 기관과 협력하여 진행된 올해 매드프라이드 서울 행사 – 2024년 매드 프라이드 서울 ‘다들 미치는 세상 아닌가요?’는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및 ‘야마가타 트윅스터’ 공연, 당사자 발언, 침대밀기(bed push) 퍼레이드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정신질환 ・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성을 홍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드 프라이드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주도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존중받고 사회적으로 포용 받을 수 있도록 대중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고자 기획된 운동으로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매드(Mad)’와 ‘프라이드(Pride –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자신하여 가지는 당당한 마음)’라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행사명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들이 숨어들거나 감추지 말고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로 나와 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때 그 상징은 파란 목마 모습의 마르코 까발로입니다. 1973년 2월 이탈리아 산지오바니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만든 조각품이었던 ‘마르코 까발로’는 정신병원의 벽을 허무는 상징으로 이후 정신 질환・장애 해방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설명] 왼쪽 : 2024 매드프라이드 서울 주제 ‘다들 미치는 세상 아닌가요?’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 가운데 : 마르코 까발로와 침대밀기 퍼레이드 / 오른쪽 : 행진에 참여하는 공감 구성원과 자원활동가들

 

이번 매드 프라이드 행사에서 침대밀기(bed push) 퍼레이드의 경우, 퍼레이드 차량을 선두로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출발하여 마르코 까발로(marco cavallo) 티셔츠를 입은 약 27명의 참여자와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병원용 침대를 끌며 신나는 노래에 맞춰 ‘우리는 미쳤다’, ‘자유가 치료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였습니다.

[사진설명] 참여자들에게 모자와 풍선을 나누어 준 공감 자원활동가들과 공감 구성원

이렇게 참여 후기를 작성하다 보니, 행사 전 관련 물품을 세팅하고 행사 준비를 돕고 있던 때가 생각납니다. 마르코 까발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들 미치는 세상 아닌가요?’라는 슬로건이 담긴 현수막을 정리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나가던 한 시민분께서 제게 ‘이게 무슨 행사인가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행인의 갑작스러운 질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지금 행사는 정신 질환과 정신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복귀를 지지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있음을 설명해 드렸고, 자연스레 행사 준비를 위해 들고 있던 풍선도 건네 드렸습니다. 제 답변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즐거워 보이는 시민분의 표정, 그리고 풍선을 쥐고 자리를 뜨며 건네주신 감사인사에 행사 시작 전부터 굉장히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행사 참여자분들께 직접 모자도 나누어 드리고 저 또한 다른 자원봉사자분들께 간식과 덕담을 받으며 즐겁게 행사를 도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 행사를 시작할 때는 스스로를 그저 다수의 참여자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행사가 진행될수록 옆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우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모두 한마음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즐거움을 공유하며 행진하는 동안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옆 사람과의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저는 사회적 인식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적 소수자에게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실질적 지원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금전적 지원과 직접적 서비스의 제공 등이 사회적 소수자를 도울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라고 생각하며,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이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여타 활동들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우리는 미쳤다!”라는 구호를 직접 입 밖으로 외치는 순간 제 생각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처음 “우리는 미쳤다!”라는 구호를 소리내어 말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친(crazy)’이라는 단어에 대해 사회가 낙인화한 부정적 의미를 저 또한 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크게 반성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와 함께 ‘위험함’, ‘정신병자’, ‘광인’, ‘싸이코’, ‘미치광이’ 등의 단어를 연상하여 이들을 사회로부터 단절하고 고립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와 인식이 바뀌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는 물질적 지원은 마치 새장에 새를 가둬 두고 적당량의 모이를 넣어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차가운 시선 속에서 받는 지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고립과 단절을 막고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지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이뤄 나가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바꿔나가는 것은, 단순히 금전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단단하게 뿌리내린 사회의 편견과 낙인을 뒤로하고 기존의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는 그 단절의 경계를 흐릿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매드프라이드 행진은 또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시간 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저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향한 ‘우리’의 행진을 어디선가 또 다른 이들과 함께 ‘우리’가 되어 이어가겠습니다.

글_장재민(39기 자원활동가)

 

#세계조현병의날 #조현병 #매드프라이드 #2024매드프라이드서울 #정신장애인 #장애인인권 #변화 #마르코까발로 #침대밀기 #인권 #공감 #공익인권법재단공감 #자원활동가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