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감

# 사회적참사# 생명안전기본법# 세월호# 이태원참사특별법# 재난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선체’를 마주할 용기 –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초청, 세월호참사 10주기 장편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 특별 상영회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초청, 세월호참사 10주기 장편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 특별 상영회

일시: 2024.5.27. 수 19:30-22:00 

장소: 명동CGV씨네라이브러리 5관 

주최: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에 대한 지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생명안전기본법 역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다짐하면서, 세월호참사 10주기 장편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 특별 상영회에 159명의 시민들을 초청하였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제 마음 한편에도 늘 자리하고 있던 세월호 참사를 다시 마주하는 데 필요했던 용기를 얻었습니다. 영화관에 도착하자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하나둘 채우고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든든해졌습니다. 

 어느새 세월호 참사 이후 10주기를 맞은 스크린 밖 우리들처럼, 영화 속 인물들도 참사 이후 10년을 맞았습니다. 사랑하는 딸 경은을 잃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도, 동생을 잃은 채은도, 다른 유가족들도, 등하교길 학생들을 태우고 달리던 안산의 버스기사 진수(최덕문)도, 참사가 벌어진 진도 바닷가에 살고 있는 어민 기성(조희봉)도,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의 작가들도, 선체가 인양된 자리를 지키는 공무원도, 선체가 인양된 후 병호와 함께 수습작업에 참여했던 옛 동료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참사 이후 10년을 맞았습니다. 

참사를 경험하는 위치와 고통의 깊이는 제각각입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를 마주한 이들의 감정을 겹겹이 그려냅니다. 누군가는 자식을 잃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며, 누군가는 일터에서, 집에서 이들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사건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며, 누군가는 참사의 책임을 피하는 데만 급급하기도 합니다. 저마다의 위치와 고통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혼자서는 겪어내기 힘든 고통 앞에서 손을 잡고 함께 겪어나가는 일은 지난합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연대의 불가능성을 감추지 않습니다. 세월호를 함께 기억하며 기억 그림 그리기를 함께하자는 제안에 “어린 아이한테 죽음을 기억하라는 게 좀 너무 한 것 같다”며 자리를 떠나는 시민의 모습도 그려집니다. 참사가 벌어진 진도 앞바다의 어민과 유가족 병호의 갈등도 그려집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진상규명으로 나아가야 하는 유가족들과 활동가들 또한 갈등을 겪습니다. 딸 경은을 잃은 병호는 기억을 잃고 끊임없이 선체로 돌아가 경은을 봅니다. 딸 경은을 잃은 수현은 필사적으로 경은의 흔적을 정리하고, 참사로부터 거리를 둡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의 인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수현은 기억을 잃고 하루종일 배회하다 선체 바닥에 누워 울고 있는 병호를 찾습니다. 평행선을 그리던 수현과 병호의 슬픔이 만납니다.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앞으로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함께 살아나갈 것을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안산으로 돌아온 병호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진상규명이라는 과제를 함께 짊어지고 또 부딪쳤던 버스기사이자 활동가 진수를 다시 만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이웃으로서, 아이들이 한꺼번에 없어진 자리에서 미안함과 슬픔을 느꼈다는 진수의 말은,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겪은 상실이고 고통이며 슬픔임을 환기합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에는 특별한 엔딩 장면이 있는데요. 병호 역을 맡은 박원상 배우가, 딸 경은을 잃은 아버지 병호로서, 선체를 방문한 학생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세월호 선체 곳곳을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병호는 스크린 속 학생들을 향해, 그리고 스크린 밖 관객들을 향해 선실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문이 떼어진 채로, 짐을 더 싣기 위해 평형수가 턱없이 부족한 채로 운항되었던 세월호가 왜 그렇게 빨리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좁은 여객실 터를 함께 지나며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을 희생자들의 모습, 잠수사가 발견했을 때 꼭 끌어안듯이 붙어있었던 희생자들의 모습을 함께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우미화 배우는 촬영 전에 유가족의 안내로 선체를 둘러보았을 때를 회상하면서, 다른 누구도 아닌 유가족이 직접 선체를 담담히 안내하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영화의 엔딩장면을 보면서는 유가족들이 그 고통과 아픔의 순간들을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승화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저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참사를 방지하지도 못하고, 참사의 진상규명에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 유가족이 너무도 큰 상실을 견뎌야 하는 와중에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부담을 이중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스크린 안팎에서 병호와 견학 온 학생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선체를 마주할 수 있었던 마지막 장면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2023년 7월부터 세월호 선체 진입이 통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아직 선체의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선체 진입 통제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현실에서 선체의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어 선체 탐방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선체 내부에서의 안전사고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선체에 방문해 세월호에 겹겹이 쌓여 있던 우리 사회의 모순을 마주하는 것이 스크린 밖에서는 반복되고 확장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끝없이 밀려오는 슬픔에 맞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우리 사회의 생명안전에 대한 마중물로 바꾸어내고자 하는 유가족들에게 우리 사회는 선체를, 참사를, 고통과 슬픔을 마주할 용기로 응답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선체를 마주할 용기를 내어 우리 사회가 잃은 삶들을 함께 기억하고 함께 아파하며 생명 안전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꽉 찬 시간이었습니다. 

* 영화 <목화솜 피는 날>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인권 이슈에 연대해온 연분홍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장편극영화입니다. SBS드라마 <녹두꽃>과 <소방서 옆 경찰서> 등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이 연출하였고, 구두리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하였습니다. 박원상 배우, 우미화 배우 등이 출연하였으며 2024년 5월 22일에 개봉하였습니다. 

참고 기사 : 한겨레 / “물 위에서도 표류하는 세월호”, 2024.04.22. 

 

글 _ 최명빈 (공감 39기 자원활동가)

공감지기

연관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