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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시민사회대표단# 유엔고문방지협약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대한민국 심의 출장기

2024년 7월 10일과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공감은 올해 초부터 이번 심의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사무국에서 활동하며 지난 6월 10일 유엔에 시민사회 공동보고서를 제출하고, 강지윤 변호사는 시민사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번 심의에 참석하였습니다. 시민사회 대표단이 제네바 현지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해드립니다.

 

1. ‘고문방지협약 심의’란 무엇인가요?

고문방지협약은 1984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인권조약으로 정식 명칭은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입니다. 국제사회는 고문과 그 밖의 가혹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중대한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근절해나가기 위한 별도의 조약을 마련했고, 우리나라는 1995년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국제인권조약 ‘심의’란 해당 조약에 가입한 국가들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가 점검하고, 이행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다양한 권고를 발표하는 절차입니다. 고문방지협약의 경우 가입 국가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전문가 위원회는 ‘고문방지위원회’입니다.

이러한 국제인권조약 심의에서 각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해당 국가의 조약 이행 상황에 대한 현장의 생생한 정보를 보고서 형태로 전달하고, 조약 이행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권고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위원회가 권고를 발표하면, 이를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대중에 알리고, 정부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2. 이번 고문방지협약 심의에서 시민사회 대표단을 어떤 활동을 했나요?

이번 고문방지협약 심의에 참여한 대한민국 시민사회 대표단은 특별한 단원 두 분을 모셨는데요, 바로 부산 집단수용시설인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박경인 공동대표입니다. 두 분은 시설에서 겪으신 고문과 가혹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러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고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위해 현지에서 맹활약하였습니다.

시민사회 대표단의 첫 공식 일정은 7월 8일 오전, 제네바 임팩트 허브에서 열린 <시설수용, 한국의 끝나지 않은 고문: 사과받지 못한 생존자들의 목소리> 토론회였습니다. 두 대표의 증언을 통해 국내 시설수용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국 정부의 피해자 구제와 탈시설 정책 도입을 촉구하였습니다.

[사진 설명] <시설수용, 한국의 끝나지 않은 고문: 사과받지 못한 생존자들의 목소리> 토론회에서 발표 중인 부산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

본심의 전날인 7월 9일 오전, 시민사회 대표단은 제네바 유엔사무소 앞에서 과밀수용, 이주아동 구금, 시설수용 등 정부의 고문방지협약 위반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사진 설명] 제네바 유엔사무소 앞에서 집회하는 대한민국 시민사회 대표단

 
9일 오후에는 시민사회 대표단과 고문방지위원회 위원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오후 2시에는 두 대표님과 대한민국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회 ‘국가보고관’ 두 분과의 면담이 진행되었고, 오후 3시에는 시민사회 대표단 전원과 고문방지위원회 모든 위원이 만나는 NGO 브리핑이 진행되었습니다. NGO 브리핑에서 시민사회 대표단은 6월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위원들의 다양한 질의에 대해 성의껏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본심의가 진행된 7월 10일과 11일, 시민사회 대표단은 심의에 참석하여 정부의 답변 내용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의 종료 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위원회의 ‘최종견해’에 꼭 포함되어야 할 권고목록을 작성하여 위원회에 전달하였습니다.


[사진 설명]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대한민국 심의에 참석한 시민사회 대표단

위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민사회 대표단은 틈틈이 제네바에 상주하는 유엔 인권사무소 및 국제 인권단체 직원들과도 만나 국내 인권상황을 공유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 고문방지협약 심의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심의 약 2주 후인 7월 26일, 고문방지위원회의 대한민국 제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가 발표되었습니다. 최종견해에서는 우리나라의 고문방지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위원회의 우려사항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인 권고들을 담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사무국은 7월 31일 국회에서 5개 정당 15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권고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사진 설명] 2024년 7월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고문방지위원회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문

2024년 7월 26일(금), 「고문 및 그밖의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아래 “협약”) 제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에 대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아래 “위원회”)의 최종견해가 발표되었다. 이번 최종견해는 협약에서 금지하는 고문과 잔혹한·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과 관련된 광범위한 국내 인권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를 제시한다.

위원회는 이번 최종견해에서 협약상 고문의 정의 국내법 통합, 시효의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사형제 폐지, 과밀수용 개선, 장기간 금치징벌 금지, 군형법 제92조의 6폐지 등 과거 심의에서도 지속적으로 권고하였던 내용들을 다시 권고하었다. 2017년 대한민국 제3-5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에도 참석했었던 한 위원은 지난 7년간 이러한 권고의 이행을 위한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였다. 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똑같은 입장만 반복하는 정부의 태도는 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당사국의 국제법상 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다.

이번 최종견해에 최근 국내 현안과 관련된 권고들이 다수 담긴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위원회는 군대 내 고문, 학대 및 사망 사건에 대해 가해 혐의자와 제도적이나 위계적 연관성이 없는 독립기구를 통한 철저한 조사와, 직접 가해자뿐만 아니라 ‘지휘 체계에 있는 자’의 책임도 규명하여 사법 처리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 사건’, ‘훈련병 사망 사건’ 등 최근 군대 내 학대, 사망사건의 수사의 독립성 문제와 지휘책임자의 책임 규명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이다. 더불어 위원회는 현재 위원장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 위원 임명을 위한 투명하고 참여적인 절차를 법률로 보장할 것을권고하였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정치적 견해’의 문제로 격하하지 않고, 국제인권규범을 포함한 ‘인권’에 기반하여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위원회는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인종차별적 처우 및 제도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권고했다.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대로 충분한 자원을 배정하여 낮은 난민인정률을 높이고, 출입국항에서의 난민 ‘불회부 사유’를 전면 삭제하는 등 부실한 난민인정절차를 개선해야 하며,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기본적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이주 구금 역시 합리적인 구금의 상한 설정, 구금에 대한 독립적 사법 심사 보장, 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미구금 원칙 마련 등 인권에 기반하여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위원회가 새롭게 주목한 의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성실히 검토하고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위원회는 이번 최종견해에서 기존 질의와 권고에 포함되지 않았던 과거사 및 시설 수용 피해자 구제에 대한 권리를 명시했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는 물론, 과거사 및 정신보건시설,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을 비롯한 모든 폐쇄형 시설 수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배상, 재활 등 효과적인 구제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과거사 및 시설 수용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구제와 배상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위원회의 포괄적이고 시의 적절한 권고를 환영하고 정부의 성실한 이행을 거듭 촉구한다. 협약을 비롯한 국제인권조약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무참히 짓밟혔던 현대사의 비극을 반성하며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자 국가 간의 약속이다. 협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며,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협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협약 심의에서도 위원회의 지난 권고 이행이 불가하다는 똑같은 ‘입장’만 반복하였고, 국제인권기구 권고의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조차 없는 현 상황에서 권고의 실효적인 이행은 요원하다. 정부는 이번 최종견해 권고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시민사회,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등과 성실히 협의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영향력에 걸맞는 책임을 다하라.

2024. 7.31.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 권고 이행 촉구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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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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