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65세이상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제한 소송 제기
인구 초고령화의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 2명 중 1명은 노인이며, 이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한국에서 노인복지의 대상이 되는 “노인”은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 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2024년 노인보건복지 사업안내 참고). 등록장애인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4년에는 41.4%, 2020년에는 49.9%, 2023년에는 53.9%(142만5095명)까지 이르렀습니다. 장애노인에는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인성 장애인이 포함되는데, 전자는 기존 장애에서 고령화가 진행된 경우이고, 후자는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경우입니다. 장애노인은 장애인으로서, 노인으로서 이중의 어려움과 차별을 겪고 있으나 장애인으로서도, 노인으로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장애노인에게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활동법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급여”와 노인에 대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입니다.
두 제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활동지원급여제도는 활동지원사가 수급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가사활동 및 이동 보조 등을 지원하는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야간보호 등 그 밖의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합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경우 외부활동지원까지 폭넓게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급여제도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이 6개월 이상 동안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신체활동·가사활동의 지원 또는 간병 등의 서비스나 이에 갈음하여 현금을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장기요양급여는 그 지원의 내용이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을 지원하는 ‘재가급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급여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장애노인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는 활동지원급여이고 보충적으로 필요한 경우 노인장기요양급여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정반대로 복지서비스 체계를 설계해 놓았습니다.
장애인은 65세가 되면 기존에 제공받던 장애인활동지급여가 중지되고 노인장기요양급여의 대상자가 됩니다. 이에 따라 장애노인은 일차적으로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먼저 받은 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활동지원급여를 받게 됩니다. 활동지원급여의 제한은 장애노인의 삶에 중대하고 실질적인 피해를 가져옵니다. 총 급여시간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급여 사용 방식의 변화로 인해 장애노인은 이전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활동지원급여를 약 800시간 받던 장애인은 노인이 된 후 활동지원급여 시간이 120시간 정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요양급여를 받더라도 하루에 사용하는 시간이 8시간, 4시간으로 정해져 있어 실제로는 15일만에, 124시간의 요양급여를 모두 사용하게 됩니다. 요양급여가 외부활동을 지원하긴 하지만, 한번 외출하려면 요양보호사가 결제 시작(출근 시작)을 벽에 부착된 카드에 체크하고 나갔다가 집에 다시 돌아와 결제 종료(퇴근)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은 외부활동계획과 시간에 큰 제약을 받게 됩니다. 노인이 된 장애인은 활동과 이동이 더 느려지고 소요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 이동을 위해 필수적인 장애인콜택시는 대기시간이 길고 항상 지연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온전한 사회생활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요양급여는 6시부터 22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해 장애노인은 야간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65세 이전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가 많다는 것은 24시간 지원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지원의 필요성은 여전한데도 65세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야간지원이 중단됩니다.
현재 제도는 무엇하나 장애노인에게 이득이 되는 점이 없습니다. 그러나, 장애노인은 65세가 되자마자 활동지 원급여에서 노인장기요양급여로 사회보장급여를 변경하는 처분을 받게 되고, 이를 거부하고 활동지원급여를 온전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제도 운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장애노인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행정편의에 맞춰 제도를 운영하는 시혜적 태도에 갇혀 있습니다.
[사진설명] (왼쪽) 2024년 8월 20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오른쪽)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소송당사자 최윤정 님
이에 공감은 해당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며, 장애노인인 최윤정님(소송의 당사자)에 대한 사회보장급여변경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부의 불합리한 제도 운영은 이미 법원을 통해 그 위법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보장급여변경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안에서 “활동지원급여 신청자격을 갖춘 사람에 대하여는, 장애의 수준과 일상생활 내지 사회생활의 어려움 정도 등을 고려하여, 특히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 오로지 장애인활동법상 활동지원급여만을 지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당연히 열려 있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를 배제하는 별다른 법률규정이 없음에도 참가 행정청이 이러한 경우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다. ··· 종전부터 활동지원급여를 받아오던 모든 장애인들이 65세가 넘게 되면 일률적으로 활동지원급여만 지원받을 가능성은 전부 배제되도록 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으며, 이러한 방식의 제도 설계는 앞서 본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항 단서의 내용과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2022구합64105 2023.04.28 사회보장급여변경처분등취소). 해당 판결은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예산 등을 이유로 들며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장애노인에 대한 활동지원급여제공은 장애인들이 오랜 시간 싸워 쟁취한 것입니다. 2년전까지만 해도 장애인활동법상 수급자격을 “65세 미만으의 자로서 치매 ·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제한하였기 때문에 장애노인은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장애노인들은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를 선고했습니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노인은 온전한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공감은 이번 소송을 통해 다시 한번 현행 제도의 위법성을 확인받고, 고령화 시대에 장애 노인이 장애인으로서도, 노인으로서도 소외되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삶의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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