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인종차별적 논의를 즉각 멈춰라! –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규탄성명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인종차별적 논의를 즉각 멈춰라!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 규탄성명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어 ‘최저임금을 외국인근로자에게 구분적용(차등지급)’하자는 주장을 다시금 제기하였다. 그는 지난 번 국민의힘 대표 경선 당시에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27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또 세미나를 열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활성화하고 더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최저임금을 개선해야 한다며, 업종별·지역별 차등을 통한 최저임금 구분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단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매번 지적하는 바이지만 이러한 논의는 시대착오적이며, 국제법·국내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 반인권적 발상이다. 또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하거나 혹은 무지한 비현실적 주장이다. 나의원은 이런 논의를 즉각 멈춰야 한다.
첫째, 업종별, 지역별 차등은 그 업종과 지역에 대한 최저임금 미만 낙인이 찍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노동력 유입이 어려워진다. 예컨대 임금과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돌봄분야에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면 누가 일하려 하겠는가. 또한 이런 방안은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켜 타업종과 지역에도 최저임금 미만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될 것이다. 결국은 전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둘째, 사적 계약을 통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도 노동시장을 모르는 비현실적 이야기이다. 업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별 계약을 통해 ‘가사사용인’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시장 임금은 현재 최저임금 선이다. 만약 외국인에 한해 최저임금보다 훨씬 더 낮게 주고자 하면 모종의 강제조치를 실시해야 할텐데 그것 자체가 법률위반, 국제협약위반이며 인권침해가 될 것이다.
현재 정부의 사회서비스 영역을 제외하고 절대 다수의 가사사용인 민간 돌봄노동자들은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급은 12,000-1,5000원 안팎이지만 이는 명목급여일 뿐 주휴 및 연차수당, 퇴직금, 이용 취소로 인한 손실을 따지면 사실상 최저임금 선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최저임금 미만의 가사사용인으로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배우자들까지 활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돌봄서비스 시장을 다시 비공식시장으로 퇴행시키려는 황당한 정책이다. 한편, 서울시가 법무부에 가사노동자를 E-7(특정활동 비자)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기존 법무부가 운영하는 계절근로나 조선업 기능인력 등을 볼 때 이러한 방안은 높은 송출수수료를 노동자에게 부담시켜 인력업체나 브로커들만 배불리게 될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을 사업장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셋째, 단기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얘기인데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계절근로처럼 5-8개월 일하는 단기노동자를 또 만들자는 것이라면 한참 잘못된 얘기이며 설사 그런 노동자라 하더라도 최저임금 미만을 주자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이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가사, 간병 분야 노동자가 더 필요하고 개별 가구의 부담이 있으므로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차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도 얘기하고 한국은행도 발표하고 해서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온 내용이다. 또한, 위 세미나에서는 최저임금 차등지급 논란을 피하고 이주노동자가 한국의 높은 생계비(숙식비)로 어려움을 겪을 것을 감안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숙식을 제공하되 그만큼을 최저임금에서 깎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나, 이는 지자체가 세금으로 이주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특정 가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본국에 송금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게 줘도 된다는 논리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노동자가 임금을 어디에 쓰는 것까지 관여하겠다는 것인가? 쇠락한 지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소비로 상권이 살아나고 경제가 활력을 얻고 있는 것은 왜 말하지 않는 것인가.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그룹을 우리 사회에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는 이주노동자를 당연하게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정부와 정치권이 지속해서 주고 있는 것으로서 큰 문제다. 돌봄 이주노동자가 필요한 이유가 저출생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이주노동자 차별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심화시킨다면 저출생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돌봄을 시장화, 외주화 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더 책임을 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해 왔고 다시 한 번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손쉽게 외국인력으로 대체하려 하고 최저임금마저도 주지 않으려는 것은 한마디로 놀부심보, 도둑놈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이 가입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는 인종, 피부색, 민족이나 종족 출신에 구별없이 “근로, 직업 선택의 자유, 공정하고 알맞는 근로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정당하고 알맞는 보수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111호), 헌법과 근로기준법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나의원을 비롯하여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말하는 일부 정치인, 언론 등은 시대착오적 인종차별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정신차리기를 촉구한다. 이주노동자는 차별과 착취의 대상이 아니다. 동등한 사람, 노동자,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2024.8.28.
전국 이주·인권 단체 일동
(사) 광주여성노동자회, 가족구성권연구소, 경주여성노동자회,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금속노조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난민인권센터, 노동자권리연구소,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빈곤사회연대,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삶과 노동을 잇는 배움터 이짓, 생명안전 시민넷,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안산교육희망넷, 언니들의병원놀이, 올려!바꿔!최저임금공동행동, 음성노동인권센터,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이주여성인권포럼,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결집 불안정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 나오미센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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