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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국제인권# 법률안발의# 인권# 환경

Do No Harm – 기업은 인권ㆍ환경 존중 책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2023년 9월 1일 제21대 국회에서 기업으로 하여금 자신의 활동 또는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또는 환경파괴 위험을 미리 조사하고, 식별된 위험에 대해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인권환경실사를 법제화하는 법률안이 정태호 의원 대표로 발의되었습니다. 공감이 참여하는 기업과인권네트워크에서 오랫동안 애쓴 결과가 결실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제21대 국회가 올해 5월 말 만료되면서 회기 내 의결되지 못한 다른 법안들과 함께 폐기되었습니다. 법안이 폐기되자마자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재발의를 위한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그 사이 유럽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2022년 2월 처음 제안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이 2024년 7월 5일, 기나긴 협의와 논의 과정 끝에 마침내 입법되었습니다. 유럽연합 지침은 유럽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액을 창출하는 제3국 기업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 중 상당수는 그 적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24년 8월 21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정태호 의원, 이용우 의원, 대한변협 ESG특별위원회 공동주최로 ‘Do No Harm – 인권환경보호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미래’를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공감 황필규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지향의 신유정 변호사는 인권환경실사 법제화의 세계 동향과 국내 과제를 살펴보았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두나 변호사는 기업활동으로 인한 인권 침해 사례를 통해 살펴본 기업 인권환경실사 법제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수 교수, 서스틴베스트/대한변협 ESG 특별위원회 오승재 변호사,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 경영팀장, 녹색전환연구소 지현영 부소장이 참여한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체로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인권환경실사 시스템 구축 및 인권환경실사 전 과정에 걸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의 중요성, 인권환경실사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아니지만 그 대상으로서 법제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법제화에 관한 제언 및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발의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유럽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은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UN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 원칙은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에 의한 조치와 별개로 기업으로 하여금 예방과 피해회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라 부릅니다. 이 때 순차적 사업관계로 연결된 세계적 공급망을 가동하는 기업의 생산구조를 고려하여 기업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범위는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급망 내 인권침해까지 포괄합니다. 이렇듯 인권실사는 외화 및 외주화되는 경향을 보여 온 인권침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기업으로 하여금 다시 내재화하도록 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쟁점은 더 이상 공급망 인권환경실사를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는가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권환경실사의 비용과 책임이 공급망에 있는 중소기업에 사실상 전가된다면 오히려 그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권환경실사 체계와 기준 확립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토론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통찰을 반영한 법률안이 제22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Do No Harm – 인권환경 보호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미래 국회토론회 자료집

박영아

# 국제인권센터# 빈곤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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