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걸림돌이 내일의 디딤돌이 되길 – 2024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지난 9월 2일 대한변협회관에서 2024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가 열렸습니다. 이 보고회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차에 걸친 판결 선정 작업을 통해 선정된 디딤돌, 걸림돌, 주목할 판결을 보고하고, 판결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판결선정대상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선고된 판례 중 ‘장애’를 언급한 판결들로, 장애와 관련된 사안이 주요하게 다루어진 판결을 모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디딤돌·걸림돌 선정 작업은 선정대상인 3,812건의 판결문 중 1차로 41명의 변호사들이 142건을 뽑고, 2차로 12명의 변호사들이 25건의 판결문을 뽑은 후, 3차로 변호사 4명과 시민단체 위원 4명으로 구성된 최종 선정 위원들이 판결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디딤돌 12건, 걸림돌 4건, 주목할 판결 2건이 선정되었습니다.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는 1차 선정작업 부터 최종 선정작업까지 참여하였고, 보고회에서 디딤돌 판결 12건에 대해 발제했습니다.
[사진 설명] (왼쪽) 2024 장애인 인권 디딤돌 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포스터 / (오른쪽) 디딤돌판결 12건을 발제하고 있는 조인영 변호사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작업과 보고회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는데, 특히 이번 선정작업에서는 디딤돌 판결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적 장애인의 진술 신빙성 및 법적 보호 인정 판결들”은 유사한 판결들이 많아 다수의 판결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하나의 디딤돌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계속 걸림돌 판결로 결정되었던 사건들이 디딤돌 판결이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디딤돌의 정의는 “1. 디디고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평평한 돌. 2. 마루 아래 같은 데에 놓아서 디디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한 돌.”입니다. 보통 문제 해결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할 때는 2.의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디딤돌 판결문을 정리하다 보니 디딤돌 판결들이 갖는 의미는 1.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걸림돌 판결들도 사실은 장애 차별을 인정받고자 당사자들이 용기 내어 제기한 소제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를 뒤로하고, 그 끝이 걸림돌이 될지라도 세상을 향해 소리쳐보고 두드려보고자 하는 시작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걸림돌이 되더라도 다시 그 판결의 내용을 검토하고, 연구하고, 연대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다시 소를 제기해보는 이 과정에서 결국 디딤돌 판결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디딤돌 판결들은 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장애인 인권이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늦더라도 걸림돌을 하나씩 두드리고 치우다 보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길이 되었습니다. 새삼 디딤돌 판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애쓴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 연대단체, 연구자, 변호사, 법원 등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 생각해 봅니다.
납득할 수 없는 법해석과 장애인권감수성이 전무한 판결문에 화가 나고 더 치열하게 싸워야겠다고 다짐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디딤돌 판결문들 덕분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 많았고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판결문들을 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사업을 9년째 주최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김치훈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본 행사가 단순히 하나의 사업의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판결에 대한 기록이자 장애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주요한 역사이며, 보고회를 통해 장애인 인권의 목소리를 높이고 사법부가 장애인권을 더욱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치훈 소장의 말처럼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이 단순히 선정작업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권의 역사에서 사법부의 역할과 의미를 보여주는 한 장(章)의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걸림돌 판결 중 하급심 판결 일부는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가 상급심에서 여전히 다투고 있는 사건들이기도 했고, 디딤돌 판결 중 [지적장애인 우체국 금융거래 인정 판결(대법원 2020다301308)]은 공감의 조미연 변호사가 오랫동안 애써온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공감이 진행하는 많은 사건들이 장애인 인권에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지켜봐주세요.
디딤돌 판결(제목 임의)
1. 정신장애인 면접과정에서의 차별인정 판결 (대법원 2023두50127 불합격처분취소)
2. 활동지원기관 장애인 성폭력 가중처벌 인정 판결 (대법원 2023도2358)
3. 농아인 피고인에 대한 위법한 수사 인정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1노7010)
4. 보행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탑승거부차별인정 판결 (서울고법 2022나2052639)
5.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보호자동반 탑승차별인정 판결 (서울중앙 2023카합21154)
6. 발달장애인 성년후견 종료 결정 (서울가정법원 2022후기611 성년 후견 종료)
7. 지적장애인 우체국 금융거래 인정 판결 (대법원 2020다301308)
8. 정신적 장애인의 진술 신빙성 및 법적 보호 인정 판결들
9. 지적장애인에 대한 산재 자살 인정 판결(서울행정지법_2022구합62741)
10. 장애인에 대한 위계등간음 성폭력 인정 판결 (대법원_2020도15730)
11. 전동휠체어 과실치사상 무죄 판결( 2023고정84)
12.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장해등급결정 판결 (대법원2019두5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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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에이블뉴스 / ‘2024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 9월 2일 개최
오마이뉴스 / 장애 관련 판결문 3812건 중 디딤돌 12건, 걸림돌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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