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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시설# 장애인인권

장애인의 목숨값 500만 원? – 거주시설 내 지적장애인 기도폐쇄 사망사건 보험사의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일부 승소

인천시 소재 중증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던 장애인이 급식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중, 음식물이 기도를 막았고 해당 시설의 미흡한 응급조치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망인은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유가족들은 면회가 금지되었고 망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 6개월이 넘어가던 때였습니다. 시설로부터 전화를 받은 유가족은 황망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망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가족은 황망하고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상황을 파악하고, 경찰조사를 받습니다. 경찰조사를 끝낸 시설은 장애인의 목숨값으로 1,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경찰은 사건을 종결합니다. 1,000만 원이라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시설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보험사와 논의한 시설은 망인이 뇌전증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망인이 뇌전증에 의해 발작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기도폐쇄 되어 사망한 것이 아니냐며,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보험사는 장례비를 포함해 500만 원 이상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유가족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항변했지만, 시설은 모른 척 하고, 보험사는 500만 원 이상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습니다. 망인은 10년 전 경미발작을 한 이후 약물복용을 시작했고, 이후 단 한 번도 발작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은 보험사를 상대로 4년 간 고투했습니다. 시설 내 CCTV 및 생활기록지를 직접 확보하고, 망인이 시설 거주할 당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며 진술했습니다. 그 동안 시설은 유가족에게 지난 일을 들춘다고 하며 법원의 사실조회요청에 단 한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의 당사자는 보험사와 유족이기 때문에 시설에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 사건을 지원하면서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에서 장애와 질환을 가진 이들이 사망할 경우, 대부분의 보험금 소송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를 위해 장애인을 시설로 내모는 시설사회에서 장애인의 목숨값이 고작 500만 원인 현실, 유가족이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현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재판을 진행하면서 시설의 책임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장애인복지법과 시설이용 계약에 따라 일반 생활 영역에서 그 이용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고, 위험이 발생하면 이를 신속히 인지해 대처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망인은 사망하기 1년 전부터 시설의 강요로 인해 정신과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시설은 정신과 약물 복용에 동의하지 않을 거면 시설에서 데려가라고 협박했습니다. 망인이 어렸을 때 이혼하고 망인을 혼자 키워 온 어머니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망인은 점점 늘어나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6월에는 손과 발에 힘을 주지 못해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아침식사 중에는 손이 떨려 젓가락질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7월에는 거의 매일 대소변실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설은 즉시 약물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시설의 편의를 위해 관리를 위해 이를 방치했습니다. 망인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시설측은 망인의 식사지원에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으나, 사망 당일 망인에게는 국물도 없는 볶음밥과 큰 방울토마토가 제공되었고, 망인의 식사지원을 돕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유가족이 확보한 CCTV를 보면 망인은 밥을 먹다가 손을 드는 등 불편함을 표시함에도 망인에게 다가가 확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때라도 급식실의 종사자 중 한 명이라도 망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도움을 주었더라면, 망인의 기도폐쇄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습니다.

망인의 기도가 폐쇄되어 하임리히법이 시행되었으나, 망인은 의식을 잃었고 산소공급중단으로 청색증이 왔습니다. 그러나 시설 종사자들은 약10분이 지나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등 응급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식을 잃고 산소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심폐소생술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응급조치매뉴얼이고 시설 종사자들은 이를 숙지하고 있어야 했으나 사전교육 등의 미비로 시설 종사자들은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골든타임을 그대로 흘려보냈습니다.

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59조에 따라 응급상황 후송체계(보호조치 사업)’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시설은 후송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망인은 시화병원은 벤틸레이터 미비로, 센트럴병원은 기도 이물 제거기 미비로 각각 수용 불가되어, 출발한지 1시간 17분이 지나서야 필요 장비를 갖춘 나사렛병원에 이송될 수 있었습니다

망인이 살 수 있었던 모든 순간 시설의 책임으로 인해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러나 재판 내내 시설은 어떠한 문제의식과 책임의식도 없이 망인의 죽음을 이미 지난 일로 치부하며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었고, 공판동안 유가족이 요청하는 자료조회, 사실확인에 전혀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법원은 시설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 2명에게 보험금 각 2,500만 원 지급을 명했습니다. 법원의 판결에 감사드리고 힘들게 긴 기간 동안 싸워 온 유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 보험사의 청구에 반소를 제기할 당시 패소할 경우 패소비용의 부담으로 인해 청구금액을 많이 높이지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시설의 심폐소생술미비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40퍼센트만 인정하였고, 망인의 일실수익도 30퍼센트만 인정했습니다.

장애인의 생과 삶 모두 시설에 묶여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생과 삶 모두 존중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죽음을 경시하고 책임지지 않는 일은 이 사건,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시설에서 장애인이 사망할 경우 장애인의 장애와 다른 질환 등을 이유로 들며 시설은 책임을 회피하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합니다. 이때 입증책임은 온전히 유가족이 지게 됩니다.  모든 정보가 시설에게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불합리하고, 결국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유가족은 중도에 포기하거나 상황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불합리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장애인과 유가족에게 이 판결이 의미가 있기를 바랍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설화와 시설관리에 대해 책임이 있는 정부가 시설 내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 더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공감은 시설 내 장애인의 죽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소송과 제도개선에 힘쓰겠습니다.

[사진설명] 왼쪽) 2024년 9월 12일, 1심 판결 선고 기자회견 / 오른쪽)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조인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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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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