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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대학생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취약 노동

그대 안녕하신가요? –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및 보고회 진행

공감과 김용균재단,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활동가들이 1년 간의 연구 끝에 작성한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보고서가 6월 발간되었습니다. 보고서 발간 기념으로 7월 4일에는 보고회도 진행하였습니다.

[보고서 바로가기] 2024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실태조사 보고서 : 학생인식 및 참여경험 분석을 중심으로

[사진 설명] 왼쪽) 2024년 7월 4일 진행된 실태조사 보고회 / 오른쪽) 보고회에서 발제중인 강은희 변호사

 

다음 소희를 보셨나요? 저는 사실 아직도 보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소희를 보신 분들은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의 문제에 대하여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학교에도 현장실습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대학생 현장실습 제도는 ‘현장실습학기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현장실습학기제는 “해당 전공분야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학생 전공과 관련되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 현장실습 제도에 대하여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2년 전 공감 사무실에 대학교 재학생 A가 지원을 요청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A는 졸업 의무 이수 요건인 현장실습학기제 이수를 위하여 학교가 추천한 현장실습 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부당대우를 경험했습니다. 

회사가 학생을 잘 배려해준다는 교수님의 말을 믿고 기대에 부풀어 현장실습에 나갔지만 전공과 무관하고 화상을 입을 수 있는 단순 반복 업무를 보호장구 없이 수행하게 되었고, 교육부 규정상 받아야 하는 직무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을 임의로 불러 모아 불성실하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내쫓을 수도 있다 협박했습니다. 

A는 학교에 업체의 문제점에 대하여 보고하고 대체 기관을 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대체 기관을 구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현장실습학기제 수강 사실 자체를 전산 기록에서 삭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는 대학교의 현장실습 운영 실태를 감독해야 하는 교육부에도 도움을 구했지만 교육부도 나서주지 않았습니다. 

A의 이야기는 그가 썼던 한겨레 칼럼 “[6411의 목소리]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을 지켜주세요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부당대우, 전공과 무관한 단순 업무의 반복, 위험한 노동환경, 보호에 소극적인 학교와 교육부,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은 현실,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공감은 그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한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김용균재단,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소년학생노동운동네트워크 활동가들과 함께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참여 학생의 참여 경험에 대한 조사 연구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한 학생의 31.4%가 언어·신체·정신적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하였으며, 성희롱·성폭력·성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생도 20%에 달했습니다. 유해, 위험 업무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7.1%였습니다, 어디까지나 전공과 관련된 직무교육에 목적을 둔 제도임에도 현장실습학기제 경험을 “학습 중심의 실무교육 및 실습(45.7%)”이라고 표현하는 학생보다 “근로 중심의 노동력 활용(54.3%)”이라고 표현하는 학생이 더 많았습니다. 

심층면접을 진행한 학생 중 일부는 현장실습학기제 경험 이후 노동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가지고 분야를 떠나기도 하였습니다. 학교와 회사 어느 쪽에 도움을 요청해봤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피해를 감수하기도 했습니다. 

“꿈이 되게 많은 애였는데, (실습기간 중) 출근했는데 하루 아침에 저보고 그만 나오라고 하니까. 그게 너무 저한테는 충격이 컸던 거예요. 그 어린 나이에 그래서 저는 그때 그 기점으로 교수님 만류에도 전공 다 버리고… 처음 만난 사회였고, 근데 처음 만난 사회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그 충격이 너무 커서. 그래서 이쪽 업무는 내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그게 20대를 거의 많이 잡아먹었죠.” … 참여자 1

“이거를 졸업 요건으로 넣어놨으면 제대로 된 기업을 학교가 책임지고 좀 설득을 해서 같이 이렇게 해보든가. 그것도 아니고 학생보고 알아서 기업을 구해오라고 하는 정도이니까.” … 참여자 2

“아마 저희 학교 학생들 중에서 만족하는 학생들 없을 거라고 저는 봐요… 배운 거는 엑셀 능력. 엑셀 능력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인내심?… 불만인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다른 친구는 자기가 원하는 기업이 별로 없고 이게 학교졸업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원한다고 해서 100% 되는 게 아니예요. 떨어지면 다음 학교에 가야 해요. 그러면 계속 졸업이 늦어지고 그리고 현장실습을 가도 학비를 내야 되거든요 똑같이. 돈은 돈대로 나가고.” … 참여자 2

마지막으로 정부가 기존에 공개한 2022 대학산학협력활동 통계에 대한 분석에서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간의 현장실습학기제 경험의 양극화 현상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반대학의 경우 현장실습 참여 학생의 93.1%에게 실습지원금이 지급되었으나 전문대학의 경우 참여 학생의 47.0%에게만 실습지원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일반대학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5.8%에 불과하였으나, 전문대학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47.3%에 달했습니다.

연구는 실태조사와 심층면접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는 현장실습학기제에 분명 사각지대가 있음을, 여전히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학생들이 쓰이고 있고 실습 교육에서 “교육”의 역할이 괴리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묻게 되었습니다. 현장실습학기제에 참여하는 수많은 학생들은 과연 안녕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어디선가 인내를 배운 것일까. 

현장실습학기제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니 앞으로는 현장실습학기제의 현실과 학생들의 의견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현장실습학기제의 목적과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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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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