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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동성혼# 성소수자인권# 혼인평등소송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의 시작 : 22명의 성소수자, 혼인평등을 위해 용기를 내다

2024년 10월 10일 오전 10시 30분, 당산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소송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모두의결혼(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혼인평등연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법률센터의 공동주최로 개최 되었습니다.

소송의 원고는 총 22명, 11쌍의 동성 부부입니다. 평범한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에서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시민사회 활동가까지 이 사회 곳곳에서 일하며 동성배우자와 가족을 꾸려 살고 있는 22명의 성소수자들이 혼인평등이라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큰 용기를 내 소송에 나섰습니다.

[사진 설명] 왼쪽 : 혼인평등소송 원고 당사자들 / 오른쪽 : 기자회견에서 소송의 주장과 절차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공감 백소윤 변호사  (사진 제공 : 혼인평등연대)

이번에 제기하는 혼인평등소송은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처분에 불복하는 혼인신고불수리불복신청(가족관계등록 비송) 사건입니다. 이번 소송은 서울 가정법원, 동부지법, 서부지법, 남부지법, 북부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 등 총 6개 법원에 11개 사건으로 제기되며, 동성부부를 결혼제도에서 배제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다투게 됩니다. 대리인단은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월 11일 법원에 소장을 접수할 예정입니다. 혼인평등소송 대리인단에는 단장 조숙현  변호사를 포함해 13명의 변호사가 참여하여 사건을 대리합니다.

단장인 조숙현 변호사는 “동성동본금혼, 호주제, 부성승계강제주의 등 그 당시에는 아직 폐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여겨졌던 불평등한 가족법 내의 제도들이, 사법부의 판단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으로 선언되고 개정되어 왔”던 역사를 언급하며, 동성혼 법제화 역시 “우리 가족법에 남아 있는 차별적인 제도를 개선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또한, “동성 간의 혼인을 허용하지 않을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고 위헌이 아니라고 이유를 쓰기가 오히려 어려운 소송”임을 강조했습니다. 

원고들은 소송에 임하는 각자의 소감을 밝히며, 동성부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과 동성부부에게 한국 사회에서 법적인 가족과 부부에게 주어지는 존중과 보호를 동등하게 보장받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아와 저는 2년 전 마포구청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어차피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혼인신고를 했던 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마포구청도, 서울시도, 대한민국 정부도 알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보통의 시민으로서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내가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가족으로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손문숙 (원고)

 

“저는 옆에 있는 김찬영과 함께 지난 10년간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처럼 일터에서 일상을 보낸 뒤, 집에서 따뜻한 저녁밥을 함께 차려먹고, TV를 보며 ‘오늘 별일 없었어?’라는 대화를 나누고, 반려견을 돌보는 게 삶을 살아가는 가장 큰 기쁨이자 원동력입니다. 평범한 부부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법 앞에서는 언젠가부터 한없이 작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함께 살면서도 서류상에나, 같이 살 집을 구할 때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유산 문제를 상의하려고 해도 우리는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가 실제로 꾸리는 삶의 모습에서 절반으로만 비칠 뿐이었습니다. (…) 누군가 제게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가족’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제가 결혼을 평등하게 인정받고 싶은 이유 역시 누구나 그렇듯 ‘가족’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지금의 가족이 가장 자연스럽고 소중합니다. – 정규환 (원고)

 

“작은 집 안에서 둘이 함께 행복하게 아이를 돌보다가도 현관을 나서는 순간 드는 걱정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작게는 누군가 아이와 저희 부부를 보고 뒤에서 수군거리며 저희 아이와 어울려 놀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을지, (…) 크게는 갑자기 덜컥 규진이 큰 사고를 당해 세상에 더 이상 없다면 제가 엄마로서 아이를 지금처럼 키우는 것이 가능할지. (…) 몇 년 후 저희 아이가 조금더 자라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에는, 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그저 건강하게,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뛰어놀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세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세연 (원고)

 

이 날 사회를 맡은 모두의 결혼 이호림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이번 소송에 대한 모두의 결혼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성부부들이 결혼을 원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 삶을 나누며 가족으로 살아가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결혼이 보장하는 보호와 존중, 존엄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습니다. 성소수자 시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이곳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존엄의 문제이자 ‘당장의 시급한 먹고 사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성소수자들은 그동안 이 존엄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이어왔으며, 이번 소송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러분의 이웃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동성부부들이 동등한 보호와 존중, 존중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소송의 원고로 나섰습니다. 이 여정에 동료 시민 여러분들도 따뜻한 지지와 연대를 위한 대화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

 

이번 혼인평등소송은 2004년 3월 이상철-박종근 부부의 은평구청 혼인신고로부터 20년, 2014년 5월 21일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을 서울 서부지법에 접수한지 10년 만에 제기되는 소송입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조광수 씨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으로 인정받는 관계를 맺을 권리는 기본권”이며, “우리 모두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국회와 정부, 법원의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에는 원고 부부들의 가족들도 참여했습니다. 원고 황윤하씨의 어머니인 한은정씨는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아 딸의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 이야기가 ‘소송’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과정이 된 것이, 몹시도 유감”스럽다고 밝히며,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딸의 결혼이 “동성결혼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부부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분노할 뿐”이라고 성소수자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현했습니다. 원고 박지아씨의 어머니인 신영순씨는 자녀 부부에게 전하는 편지를 통해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를 가진 너희에게 이제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며 원고 부부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미 한국 사회는 혼인평등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기준(한국 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제544호)으로 40%의 한국 시민들은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으며, 이는 10년 전에 비해 15% 상승한 결과입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는 동성 간 혼인이 성립함을 명시하는 민법 개정안(혼인평등법)이 헌정 사상 최초로 발의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7월 18일 대법원은 동성배우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약 2주 후 당사자의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했으며, 지난 10월 4일부터는 해당 소송 당사자 이외에도 피부양자 지위를 신청한 동성배우자의 지위 등록을 시작했습니다. 동성 부부가 가족과 관련한 수많은 권리 중 하나를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2024년 10월 현재 전세계 39개 국가에서 동성결혼이 가능하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9년 대만에서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법제화 되었으며, 올해 6월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 된 태국은 내년 1월부터 동성 간 혼인신고가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네팔은 아직 민법을 개정하지 않았으나 2023년 6월 대법원의 임시 조치 명령으로 동성 간 혼인신고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도 2019년부터 전국 5개 도시에서 혼인평등 실현을 위한 소송이 진행 중이며, 2024년 3월 14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고등재판소는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바 있습니다.

모두의결혼은 이번 혼인평등소송이 그동안 성소수자 운동이 만들어 온 성취와 아시아 지역의 변화의 물결을 바탕으로 성소수자의 기본권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성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사진 설명] 왼쪽 : 혼인평등소송 원고 대리인단 / 오른쪽 : 혼인평등소송 원고 당사자, 대리인단, 활동가들 (사진 제공 : 공감, 혼인평등연대)

* 위 글은 2024년 10월 10일 진행된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 (공동주최 : 모두의 결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보도자료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 공감은 ‘모두의 결혼’의 연대단체로, 혼인평등소송의 대리인단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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