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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HIV 감염인 의료차별의 실태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방향 토론회 후기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HIV 감염인 의료차별의 실태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방향 토론회 후기

  • 일시 : 2024년 9월 13일 (금) 오전 10시
  • 장소 : 국회도서관 소회의실

2024년 9월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HIV 감염인 의료차별의 실태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 다녀왔다.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들의 의료 서비스 이용 실태 및 차별 경험을 바탕으로 약칭 에이즈예방법 개정 방향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토론회는 HIV 감염인들의 의료기관 이용 실태와 의료차별을 주제로 한 두 개의 주제발표와 보건정책 및 법률 전문가와 정부 공무원 등을 모신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주승섭 보건학 박사는 설문조사 결과 높은 의료 필요를 지닌 HIV 감염인들이 광범위한 의료 영역에서 차별, 소외, 접근성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경우 대규모 인원(799명)을 대상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HIV 통계에서 소외됐던 시스젠더 여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한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료차별 정책 권고 이후 대부분의 차별 지표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의료기관에서 변화를 체감하는 응답보다 그렇지 않은 응답자가 더 많았으며 병원은 불편한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장서연 변호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방향과 관련하여 인권위 진정 사례를 바탕으로 진료거부금지 및 벌칙조항 신설을 제안하며 특히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의사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채용신체 검사 시 근로자 동의 없는 관행적인 HIV 검사와 검진 결과 통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고민거리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내재적 낙인이다. 나는 자기혐오야말로 약자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자료집에 따르면 타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HIV 감염인들이 죄책감, 나를 탓하기, 낮은 자존감, 자살충동 등 구조적 무력감을 느끼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는 의료기관 이용 포기와 같은 자기위해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리건강 측면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체계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둘째, 토론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인데 바로 “감염인들도 늙는다”는 것이다. HIV 감염인의 경우 비감염인에 비해 더 많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늙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서 건강 관리에 힘 쓰는 것 또한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HIV 감염인의 장애 인정 여부이다. 이는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진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배포된 자료집에서 확인했던 주제다. 이는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법적 차별’로 인정되기 어려워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포괄적 적용을 감안하는 법기술적인 목적에서 제안된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인적으로 낙인 효과가 우려스러우나 감염인들이 당면한 당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과도기적 제안이라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과 비교해 2024년의 조사가 차별 지표가 나름 개선됐음을 보여준 것을 두고 좌장이었던 고려대 최홍조 교수는 감염인들이 차별에 둔감해졌거나 아니면 실제로 차별 경험이 줄었을지 모른다는 상반된 해석을 제시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쌓아올린 집단 경험을 고려했을 때 후자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토론회에서 처음 알게 된 “U=U” 구호를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음하겠다. 이는 “Undetectable=Untransmittable”의 약자로서 꾸준한 치료를 통해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켐페인 구호라고 한다.

 

글 _ 나도원 (공감 4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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