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 –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이하며
공감 조인영변호사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상황실장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달은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와 연대와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 선고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1. 사법적 정의는 어디로 갔나
(1) 박희영 용산구청장 및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지난 9월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제11형사부 재판장 배성중 부장판사)은 10.29 이태원참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책에 대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금고 2년, 박인혁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 상황3팀장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2주기를 앞두고 참사 발생과 관련한 일선 경찰의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참사의 책임을 묻는 당연한 결과이며,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통해 참사의 진상과 책임 규명에 한 발짝 나아갔다는 데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다 엄정한 판결을 바랬던 유가족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같은 날 서울서부지방법원(제11형사부 재판장 배성중 부장판사)은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청장 박희영, 부구청장 유승재, 안전건설교통국장 문인환, 안전재난과장 최원준에 대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전원 무죄로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안전사회를 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저버렸고, 정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파렴치하고 무도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정부와 사법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끝까지 법원을 믿고 엄중한 처벌을 하길 간곡히 바라던 유가족의 믿음과 한 가닥의 희망마저 저버렸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
지난 10월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제12형사부 재판장 권성수 부장판사)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유미진 전 112상황관리관, 정대경 전 112상황팀장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에 공직자로서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 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습니다.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습니다.
조인영변호사는 책임자들에 대한 선고 당일 유가족과 동행하며 선고를 지켜보고 선고 직후 성명 발표, 기자브리핑 등을 지원하였습니다. 2주기를 앞두고 책임자들이 무죄판결을 받는 현실에서 유가족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공감하기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검찰의 항소를 촉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습니다.
2.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 1호 진정 접수
지난 10월 2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유가족들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1호 조사신청을 접수하며, 특조위가 반드시 조사하고 밝혀야 할 9대 과제를 제시하고 특조위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1년중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10월이 우리 유가족들에겐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달이기도 합니다. 엊그제 법정에서의 그 절망스러운 순간에는 정말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란 것과 또 다른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참고 견디면서 싸워 나갈 것 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고통스러운 만큼 특조위에 대한 기대와 염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특조위가 부디 받아든 과제를 잘 수행하기를 바랍니다.
3.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외롭지 않도록,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방한
지난 10월 25일 이태원 참사의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님의 어머니와 두 여동생 그리고 사촌언니가 2주기를 맞아 방한하였습니다. 유가족들은 특별조사위원회를 찾아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했고, 송기춘 특별조사위원장을 면담하였습니다. 그리고 별들의 집을 방문하여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였습니다. 10월 26일에는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하여 그레이스님에 대한 기억을 니누고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으로서의 어려움과 심경에 대해 발언하였습니다.
그레이스님의 어머니 조앤님은 “그레이스가 보고싶어서 한국에 왔고, 나와 남은 두 딸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꺼이 한국을 찾았다”고 말씀 하시며,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실과 정의를 찾아 줄 것이라 믿는다.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는 너무 적었다. 그레이스가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특별조사위원회에 진상규명 조사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소통해준 유가족협의회 유가족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싶다”고 전했습니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은 한국 정부로부터 계속 소외당하고 외면당했습니다. 정부는 시신인도 절차가 끝난 이후 어떠한 연락도 지원도 없었습니다. 조인영변호사는 참사 직후부터 끊임없이 정부에게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의 상황을 파악하고 국내 유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소외되고 고립되지 않도록 한국정부와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4.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개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2024년 10월 26일(토)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지난 2년의 삶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고통보다 훨씬 더 크고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었습니다. 10월이 되면 언제라도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 속에 그리움만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 증인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런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그리고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 분들입니다. 이런 사회적 참사가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라고 하며 시민사회단체에게 “참사 직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행동하고 함께 걸어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그 긴 과정에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함께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시민들에게는 “마지막으로 항상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고 함께 해주시고 우리의 용기가 되어주시는 시민 여러분들께도 호소합니다. 지난 2년 간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우리 유가족들이 버텨온 힘이자 위로였고 응원이었습니다. 또한 왜곡된 시선으로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는 수많은 생존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에 맞서 이태원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공감도 언제나 피해자 곁에서 함께 서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 나갈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5.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2주기 기록집 발간
10.29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번 책은 유가족 활동 전면에 나섰던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과 분투부터, 뿔뿔이 흩어진 탓에 좀체 드러나지 못했던 지역 및 해외 유가족들의 애타는 심경과 트라우마, 참사 이후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작가와 활동가 들이 결성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25명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동행취재 하면서,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이태원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유례없는 재난참사를 최전선에서 마주한 유가족 투쟁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어떤 궤적을 그려내고 있는지 지난 두해 동안의 증언과 실례들을 꼼꼼히 길어 올렸습니다.
‘기록한다’는 ‘기억한다’는 것의 또 다른 말입니다.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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