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시민사회 연대의 잠재력 – 대만 기업과 인권 컨퍼런스 참가 및 대만 의원실 방문
공감 국제인권센터의 설립 목표 중 하나는 ‘국경을 넘는 연대로 이루는 인권 보호’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모두의 인권의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 문제들도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의 제도 개선이 국내 옹호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경을 넘는 시민사회의 연대가 힘을 발휘합니다.
지난 11월 9-11일 대만 타이베이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크게 두가지 목적이 있었는데요, ①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 기업과 인권 활동가 컨퍼런스 참석과 ②대만 정부 난민법안 관련 대만 의회(입법원) 의원실 면담이었습니다.
올해 진행된 기업과 인권 컨퍼런스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활동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채굴 및 재련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와 현지 주민, 노동자의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한국, 대만 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 대표, 노동조합 대표가, 활동가들은 대만 정부 무임소장관과 대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앞에서 직접 피해를 증언하고 대만 단체들과 함께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도 최근 인도네시아 단체들과 협력하여 피해 상황과 한국 배터리 기업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 공감이 소속된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의 오랜 노력으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른 ‘인권환경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아시아 최초로 발의되었고 작년 대만 컨퍼런스에서 법안을 소개했었는데요. 이 영향이 있었는지 대만 시민사회에서도 인권환경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 초안을 올해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틀간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저는 한국의 실사법 제정 진행 상황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 인권 관련 제도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대만 실사법안 초안을 작성한 변호사들과 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인도네시아 활동가들과 현지 진출 한국 기업과 연관된 환경, 인권 문제에 대해 듣고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 설명] 대만 기업과 인권 활동가 컨퍼런스 참가자 일동 (사진 출처: TTNC Watch)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대만의 난민 인권 활동가들과 대만 의회 의원실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이 제정되었지만 대만에서는 난민법이 없어 난민 보호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에 대선에서 승리한 민진당 정부는 난민법 제정을 공약으로 발표하고 최근 정부 난민법안을 현지 시민사회 단체들과 공유했습니다. 정부의 법안 설명자료에는 한국의 난민법과 난민 제도에 대한 참조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공감이 소속된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현지 인권단체들의 요청을 받고 지난 9월 법안 설명자료의 한국 관련 내용이 정확한지, 그리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한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마침 대만을 방문한다고 했더니 현지 활동가들이 난민법 제정에 적극적인 여당 의원실과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날 아침 의원실 보좌관을 만나 네트워크 의견서의 주요 내용을 전달하고 한국의 난민 제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에 대한 보좌관의 질문에최대한 답을 드렸습니다. 최근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 등 한국 정부의 이주민, 난민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했더니 보좌관은 연신 ‘대만 상황과 똑같다’며 웃었습니다. 원래 1시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만남은 1시간 반이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자리를 만들어 준 대만 난민 활동가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대만과 한국 두 나라의 상황에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슬프게도 한국은 난민법과 다양한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난민을 국제 기준에 맞추어 보호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만에서 난민을 실효적으로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한국의 난민 제도를 개선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달했습니다.
최근 여러 분쟁, 기후변화 등 심각한 인권 침해와 전지구적 위기에 전통적인 주권 국가 중심의 ‘국제 공동체’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자국민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극우 성향 정부들이 득세하면서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 공백을 국경을 넘는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 공동행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채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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