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자녀산재 불승인 규탄 기자회견 : 법개정이 안되었으니 자녀산재 불승인? 계엄상황 무시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
- 이 글은 2024년 12월 24일 진행된 ‘자녀산재 불승인 규탄 기자회견 보도자료’의 내용을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2022년 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해 자녀산재(건강손상자녀)도 산재보험 대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개정안은 치명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법은 법시행 이전에 태어난 자녀산재 피해자의 산재신청 기간을 1년으로(일반적인 산재의 경우 3년 내지 5년 또는 그 이상) 대폭 제한하였습니다.
그 결과 1년 이내에 산재신청하지 못한 과거 피해자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올림은 이러한 기존 자녀산재 피해자 3명에 대하여 2024.11.11. 산재신청을 진행하면서, 과거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하였습니다. 다행히 국회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개정안을 발의(이용우 의원 대표발의안)하였습니다. 다만 2024.12.3. 비상계엄 상황으로 인해 아직까지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2024.12.12. 근로복지공단은 신청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녀산재 피해자 3명에 대해 불승인을 통보하였습니다. 현재 국회가 계엄으로 인해 정상적인 법개정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아니하고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개정에 대한 국회의 논의를 기다리지도 않고 기습 불승인 결정을 한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태를 규탄합니다. 국회는 빠른 시일 내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기자회견 발언문] 천지선 변호사
자녀산재법 개정의 필요성
대법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4년 8개월 전인 2020. 4. 29. 선고한 2016두41071 판결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자녀의 건강손상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 판결이 있고 약 1년 8개월이 지난 후인 2022. 1. 1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고, 개정된 후 다시 1년, 대법원 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2년 8개월 후이자,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3. 1. 12.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건강손상자녀 관련 조항들인 제91조의 12, 13, 14 등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문은 개정이유를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함에 따라, 근로자의 자녀가 부상, 질병, 장해, 사망에 대한 특례 규정을 신설하고, 그 자녀를 근로자로 보아 각종 보험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산업재해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조항은 산재법 개정 이유와 개정 이유가 된 대법원 판결을 현저히 축소하여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첫째, 대법원은 개정 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으로 자녀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습니다. 법률 개정 없이도 자녀의 건강손상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위 사건과 판결에서는 신청기간의 제한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석면의 잠복기는 최장 4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업병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후 다시 수십 년이 지난 후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자신의 질병이 업무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것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통상적인 시효의 기산점 법리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 때문에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을 안 시점부터 시효가 기산되어야 하는데, 둘 다를 알게 되는 시점은 보통 한참 후입니다. 본인이 아파도 이런데, 자녀의 건강손상이 부모의 업무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특히 자녀의 선천적 장해의 경우는 확정되는 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현행 법률도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장해등급 판정은 18세 이후에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행 법률은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의 특례 조항 시행일인 2023. 1. 12. 이후에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하도록 하였습니다. 2023. 1. 12.이전에 태어난 업무상 재해를 입은 자녀들은 법률 개정 전에도 소송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었는데, 법률 개정 이후에는 특례규정만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소송을 통해서만 인정하겠다는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들은 2012년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여 2020년에야 업무관련성을 확정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사건과 판결에서는 성별의 제한이 없었습니다.
생식독성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만든 “생식독성물질 취급근로자 직업건강가이드”는 “납 및 그 무기화합물, 2-브로모프로판, 아세네이트 연, 와파린, 일산화탄소, 크롬산 연 등”을 대표적 생식독성물질로, 어느 전자업체의 부품조립공정에서 2-브로모프로판 성분의 세척제를 사용한 근로자 다수가 난소기능 저하증(여성), 정자 생성기능 저하증(남성) 등 생식독성에 의한 재해 집단 발생 사례로, 알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행 법률은 “임신 중인 근로자”의 경우에만 특례 조항을 두어 남성 근로자와 임신 전 여성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임신 전에 업무로 인하여 난자와 정자가 손상된 경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자녀 산재를 인정하면서, “요양급여 수급권자는 근로자이어야 한다는 산업재해법의 규정이 이미 정당하게 평가된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 “국가가 궁극적으로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문에 명시하였습니다.
자녀가 2023. 1. 12.이전에 태어났다는 사실, 생식독성 피해를 입은 남성근로자의 자녀라는 사실, 임신 전 생식독성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근로자인 원고들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라는 본질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다시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답하게 됩니다.
조속히, 근로복지공단은 법개정 없이 승인할 수 있는 사안을 승인하고, 국회는 빠진 부분을 채워 넣기를 촉구합니다.
<자녀산재 불승인 규탄 기자회견문>
“법개정이 안되었으니 자녀산재 불승인? 계엄상황 무시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한다”
2024년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위헌적인 계엄을 통한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는 국회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인해 다행히도 좌절되었다. 이제는 심판의 시간이다.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한 윤석열과 그 동조 세력들의 잘못을 남김없이 드러내 엄중 처벌을 해야 한다.
윤석열의 내란 행위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계엄의 영향으로 국가 경제나 외교적 공백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계엄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삶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수많은 자유를 일거에 박탈하는 위법한 포고령으로 인해, 국회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를 침탈하는 군대로 인해 반성은커녕 내란범을 옹호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불안의 계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계엄의 영향은 또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의 내란행위는 국회 정기회의가 진행되는 중간에 진행되었다. 정기회의에서 원래대로였다면 진행하였을 법안 논의들이 비상계엄으로 인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은 현행법의 공백과 허점으로 인해 법개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산재 피해자 등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마저도 무너뜨렸다.
원래 이번 국회에서 자녀산재와 관련하여 법개정 논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차지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정OO님의 아이 장애는 업무로 인한 것임이 인정되었지만, 아버지 자녀산재는 법에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되었다. 또한 자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유OO님 아이의 장애는 어머니 자녀산재에 해당되지만,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고, 너무나 짧게 설정된 산재신청 기간이 경과된 상태였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는 장철민, 김주영, 이용우 의원이 제시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계엄으로 인해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12월 12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신청 기간 연장 법개정을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 자녀산재 피해자 3명에 대해 불승인을 통보했다. 정기국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12월 10일 정기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내부 절차를 밟아 이튿날 불승인 통지를 전달했다. 12월 3일 계엄으로 인해 국회가 정상적인 법개정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알면서도 외면했다. 특히 3라인 LED 여성노동자들의 3명의 자녀 산재 신청에 대해서는 아무런 재해 조사도 없이 신청 한달만에 불승인 통지를 한 것이다.
산재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할 기관들의 무책임하고 가혹한 결정으로 인해, 자녀산재 피해가족은 기나긴 법적 절차로 내버려졌다.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에게 요구한다.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불승인 처분을 철회하고, 국회의 법개정 논의를 기다려라. 그리고 국회에게 요구한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자녀산재법 신속하게 개정하라.
2024. 12. 26.
기자회견 참가자
건강한노동세상,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 공공운수노조,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노회찬재단,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사)김용균재단,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2025.3.8.여성파업조직위(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운수노조 건보고객센터지부, 공공운수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불꽃페미액션,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서울인권영화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정치하는엄마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KEC지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행동하는인하인권연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일과건강,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상 공동주최 38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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