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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무죄# 승소# 장애인권# 정신장애인 공무집행방해 등 사건

끝내 우리가 이겼습니다! –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도 쉽게 자행되는 경찰의 폭력에 맞서 우리는 이겼습니다

지난 11월 28일 대법원에서 마약신고를 한 정신장애인 A에 대한 공무집행방해등 사건에 대해 최종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1,2심 모두 무죄가 나온 데 대해 검찰은 끝까지 상고하며 다투었지만,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관련 활동 소식]

2심 활동소식 : 우리가 이길 겁니다

1심 활동소식 : 수상했던 당신께마약신고를 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무집행방해등 무죄판결을 환영하며

무죄확정을 알리자 당사자로부터 기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2년동안 고생스럽게 도와주셔서 이렇게 기쁜 순간을 찾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님들 덕분에 그동안 견디어온 시간들이 무섭진 않았습니다.

너무도 고생 많으셨고 저 같은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무죄확정을 받고 난 직후에는 더 이상 당사자가 유죄를 받을까 불안해하고 고통받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가, 당사자의 문자를 받고 나서야 기쁨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을 지원해온 공감은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식이 매우 미비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경찰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 당사자에 대해 정신질환이 있는지, 장애가 있는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외적으로 보이는 상태만으로 마약투약을 의심하였습니다. 또한, 의심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위법한 강제수사를 했으며, 이에 항의하는 당사자를 공무집행방해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뒷수갑이 채워지고, 팔과 무릎에 상처를 입었으며, 속옷차림으로 연행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에 의하면,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정신과 약물 복용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피고인에게 장애가 있는지, 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필요하고, 쉽고 짧은 절차임에도 현장에서는 단 한 번의 질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질문 한 번 하지 않았는지, 왜 정신질환이 있는지 확인 한 번 하지 않았는지 계속 물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질문은 해야 한다는 인식, 상대방이 정신질환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없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며 되물었고,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마약 중독자로 의심이 된다면 경찰이 강제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경찰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습니다.

또한, 형사재판과 동시에 진행된 위법 수사에 대한 인권위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부당체포>에 대해서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과 시간적 접착성, 범조의 명백성, 체포의 필요성이 확인되므로 사법경찰관인 피진정인들이 수사의 주체로서 체포 당시 판단에 상당한 재량 여지가 있고, 그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로 위법한 체포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며 기각하였고,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진정인의 복장은 진정인은 팬티라고 주장하나 복장이 무릎 위쪽 길이 정도로 보여 외견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며 기각하였습니다. 법률판단에 국한되지 않고 장애인의 권리침해에 대해서 폭넓게 판단해야 할 인권위는 결과적으로 법원보다도 더 후퇴한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경찰도, 검찰도, 인권위도 수사상황에서 당사자 한 명의 권리보다도 강제적인 수사권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형사법의 가치에 반하는 일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규정을 별도로 두면서 보호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정신건강복지법에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2년 전 경찰은 스스로 인권경찰이 되겠다며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만들고 홍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많은 문서상 내용은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법원은 결과적으로 당시 상황이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가 허용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지만, 경찰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당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당사자는 이제 경찰을 볼 때마다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it is better that ten guilty persons escape than that one innocent suffer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안 된다) – 윌리엄 블랙스톤”라는 격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경찰, 검찰, 인권위 모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를 되새기길 바라며, 공감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사법기관의 편견과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조인영

# 장애인 인권# 재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