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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딥페이크# 성범죄# 성폭력# 여성인권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2024년 성범죄 재판의 최신 쟁점들 :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공개토론회 참여 후기

행사명 :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 공개토론회

날짜 : 2024년 12월 13일

장소 : 서울서부지방법원

 

지난 12월 13일 금요일 저녁,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의 공개토론회에 다녀왔다.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는 법관과 재판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학회로, 성범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매년 하반기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2024년 성범죄 재판의 최신 쟁점 중 특히 시급성과 중대성이 높은 ‘딥페이크 기술을 매개로 한 성폭력의 확산과 형사 절차상의 과제’와 ‘최협의 폭행·협박 폐기의 의미와 전망’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토론회는 “우리는 전진하는 중-성폭력 법리의 발전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강연에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구성요건에서 촬영 대상으로서의 ‘신체’ 범위, 촬영의 착수·미수와 기수의 시점, 그리고 딥페이크 합성물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 유발’이 인정되지 않았던 사례 등이 논의되었다. 이는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며 여성 인권 분야에서 접했던 주제들이라 더욱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자원 활동 중 하나로 딥페이크 관련 범죄를 규제하는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2의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발의된 입법안들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범죄구성요건, 경미한 처벌, 처벌 대상 등의 한계가 지적되었고, 이후 이를 보완하여 구성요건 중 ‘반포 목적’을 제외하고, 법정형을 상향하며, 허위 영상물의 제작자뿐만 아니라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해당 조항이 개정되었다. 이러한 개정은 불법 합성물 제작의 처벌 대상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리고 해당 활동을 통해 그밖에 여러 유형 성범죄의 경우에도 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유죄 인정의 대상을 합리적으로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 사람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로 제작한 ‘가상 포르노’를 불법 합성물 처벌 대상 표현물에 해당하는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구성요건인 ‘사람의 신체’에 영상통화 화면과 같은 ‘신체 이미지’도 포함되는지 여부의 문제 등이 그러하다. 강연을 들으며 새로운 유형의 성범죄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성폭력 법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은 처벌 대상에 속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으로 또다른 성범죄를 유발하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했었다. 이번 토론회의 각 세션은 이런 현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추적단불꽃 원은지 대표가 텔레그램과 같은 ‘성착취 생태계’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어떻게, 그리고 왜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 이어서 백가을 연구자는 딥페이크 기술의 작동 원리, 현재 발생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유형을 설명했다. 이후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토론문에서 법원이 법을 해석할 때 보호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많은 제언들과 달리 입법 공백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 해석과 법원의 역할에 무게를 두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 점이 인상깊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추행죄의 구성요건 중 ‘폭행·협박’의 해석에서 기존의 최협의설을 폐기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다뤘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추행죄 인정 여부 판단 기준을 기존의 ‘유형력’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로 전환했다. 첫 번째 세션과 달리 새로운 판결의 실무적 영향을 다룬 내용이 많아 이해가 다소 어려웠지만, 김동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의 확신 있는 발제와 토론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와 같은 주제의 토론회가 법원 관계자들로 구성된 학회 주관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새로웠고, 그 장점을 살린 논의의 깊이도 돋보였다. 성범죄 문제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연구와 개선을 추구하는 이들이 모여 형식적이지 않은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관계상 플로어 토론이 생략된 점이 아쉬웠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동안 자원활동가로서 접했던 주제들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었고, 또 새롭게 생각해볼 주제와 실무적인 이야기도 접해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글 _ 양하연 (공감 40기 자원활동가)

 

#성범죄 #딥페이크 #성폭력 #토론회 #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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