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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 자원활동가# 장애인인권

[공감 자원활동가의 활동]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 ‘장애학의 도전’을 읽고

《장애학의 도전》은 새로운 시각에서 보이지 않던 차별의 구조를 인식하게 하고, 더 포용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장애인이라서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에 장애인”이라는 문장을 통해, 장애는 특정 개인의 신체적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장애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200년 전에는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애’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산업화와 근대 노동 시장이형성되면서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는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점차 ‘비효율적인존재’로 간주되었고, 이 과정에서 장애가 사회적 문제로 ‘규정’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과거의 의학적 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결함으로 보고, 이를 치료하거나 극복해야 할대상으로 간주하였으며, 장애에 대한 첫 공식 정의 중 하나를 제시하였던 WHO는 장애개념을 ‘손상’, ‘능력장애’, ‘사회적 불리’ 등의 용어로 개인의 신체적 결함에 초점을 맞추기도하였다. 반면, 책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장애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은 장애를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으로 해석한다. 예를들어, 휠체어 사용자가 이동하기 어려운 것은 그들의 신체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계단과턱이 가득한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장애를둘러싼 여러 고정관념을 비판한다. 또 다른 예로, 수어(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서로수어로 소통할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회가 음성 언어를 ‘정상’으로 규정했기때문에,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소통이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즉, 그들이겪는 불편함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 만든 결과인 것이다. 이는 장애를극복해야 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만들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흔히 자립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생활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저자는자립과 의존이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임을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신뢰가 형성 될수록 더욱 건강한 자립이가능하다. 따라서 자립과 의존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연립’의 개념을 통해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자기결정권과 자기결정능력의차이를 언급하며, 자기결정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의사소통을 돕는 ‘진술조력인’ 제도를 확대하여 장애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권리를 보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 공감에서 다루었던 ‘피후견인의 직업 제한’ 문제와도 연관된다.당시 사건은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 수행 능력과 무관하게 법적으로 배제되는 사례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한국의 후견제도의 구조적문제뿐만 아니라,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낸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특정한 사회적 기준에서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은 과연 보편적인 기준일까? 혹은 다수에 의해 만들어진 일방적인 기준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장애 문제를넘어, 사회적 정의와 평등이라는 더 큰 논의로 이어진다. 철학자 낸시 프레이저가 “어떤사회적 관계와 조건에서 인간이 정의로워 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듯이, 장애 문제또한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가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 이 책은, 장애를 바라보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 다르지만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공동체”임을깨닫고, 또한장애를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개념으로 바라볼때, 진정한 사회적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글_이유경 (공감 4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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