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같던 그곳에서 외로이 스러져간 이를 위해 – 부천W진병원(정신병원) 사망사건 대응에 부쳐
또다시, 또다시….정신병원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작년 5월 10일 30대 여성인 당사자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다이어트 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사자가 입원치료를 받은 프로그램은 병원에서 별도로 책자까지 만들어 홍보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는 입원한 지 17일만에 독방에 격리되고, 침대에 사지와 몸이 묶여있다 사망했습니다. 도대체 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당사자의 어머니는 딸이 병원에 입원한 날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이틀 뒤 면회를 했을 때, 당사자는 신경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상태였습니다. 어머니와 당사자는 병원에 신경안정제를 줄여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는 그 이후에도 신경안정제를 포함한 정신과 약물을 과다복용 당했습니다. 정신과약물의 주요한 부작용은 변비 등 장기능저하입니다. 당사자는 5월 20일부터 배변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하였지만, 병원은 어떠한 의료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사망하기 하루 전날인 5월 26일 아침에도 당사자는 어머니와 통화하며 “‘배가 아프다.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무릎을 꿇고 담당 간호사와 의사한테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했는데 응급실에 데려다주지 않는다.”라고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걱정된 어머니는 병원에 면회신청을 했지만, 병원은 일요일이어서 면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하며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는 그다음 날인 5월 27일 격리실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사건이 발생한 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사자는 5월 26일 19:00부터 격리되었습니다. 인권위 조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의료진은 당일 14:20경 변비와 복통을 호소하는 당사자에게 좌약을 처방했는데, 당사자가 약을 먹고 대변을 잘 못 가리자 병원은 이를 통제해야 한다고 하며 당사자를 격리했습니다. “▲▲▲님 변비로 인한 행동조절 안 되는 문제로 격리 진행하겠습니다”(의료진 카카오톡 내용). CCTV를 확인했을 때, 19:00 격리 당시, 당사자의 배는 심하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직 의료진은 당사자의 복부를 면밀히 살피지도 않았고,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게 하지도 않았습니다(병원에 있던 당직 의료진 중에 의사는 없었고, 간호조무사와 보호사만이 당사자에 대한 처치를 했습니다. 당직의사와 주치의가 있었으나 원외에 있었고, 당사자가 사망한 후에야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격리가 된 후 당사자는 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CCTV에서 당사자는 배를 부여잡고 격리실 문을 계속 두드리는 모습, 나가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자, 의료진이 들어와 당사자를 침대에 묶었습니다. 당사자는 5월 27일 00:30부터 02:20까지 5포인트 강박조치 되었는데, 당시 담당 간호조무사는 “▲▲▲님 침상 안정 전혀 안 되고 휘청거려 낙상 위험 있어 강박 시행 하겠습니다.”, “쿠아틴 200mg 복용했고 강박 시행 했습니다.”라고 보고합니다. 의료진은 복통을 호소하는 당사자를 침대에 묶고 안정제를 투여했습니다(강박에서는 주로 포인트라고 하는데, 손목양쪽이 묶이면 2포인트, 손목과 발목 양쪽이 모두 묶이면 4포인트, 몸통까지 묶이면 5포인트라고 합니다). 당사자의 증상은 점차 심해졌고, 01:36경 당사자는 묶인 채로 복부 통증 및 팽창에 더해 과호흡 증상을 보였고 코피까지 흘렸습니다. 그러나, 의료진은 계속 강박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의료진은 02:45에야 강박을 풀었는데, 당사자는 숨을 몰아쉬다가 점차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후 03:01에 보호사와 들어왔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03:20 의료진이 들어와서 당사자의 호흡을 확인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03:41 의료진은 급히 들어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119구급대가 출동했습니다. 당시 119구급대 구급활동일지에는 “04:03 혈압0, 맥박0, 호흡0, spo0”으로 적혀 있습니다.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당사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사망원인은 “급성 가성 장 폐색(acute intestinal pseudo-obstruction)”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약 하루 사이에 해당 병원과 의료진은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을 모두 위반했습니다.
우선 격리·강박의 요건을 어기고, 당사자를 이유없이 격리·강박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의료기관에서 격리·강박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험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고 신체적 제한 외의 방법으로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뚜렷하세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시행할 수 있습니다(정신건강복지법 제75조 제2항). 따라서, 격리·강박은 자·타해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임박한 위험이 예측된 상황에서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예방하고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시행해야 합니다. 당사자는 복통을 호소하고 대변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의료진이 계속 관찰하고 피해자에게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의료진은 피해자를 안정실에 격리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 지침>은 “격리·강박은 환자관리의 편의성 및 행동문제에 대한 처벌적 조치로 시행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성과 처벌적 조치로서 격리·강박을 시행했습니다.
또한, 격리·강박 시행 시에는 가급적 최소한 시간 동안 시행되어야 하고, 환자의 안전과 인권을 존중하여 불편함과 고통을 유발하지 않도록 시행되어야 합니다. “격리·강박의 모니터링 및 간호”원칙에 따르면, 의료진은 격리나 강박 시 환자의 직・간접적 요구사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임상적으로 적절한 관찰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격리 시 최소 1시간마다, 강박 시 최소 30분마다 관찰 및 평가를 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들은 격리·강박시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서 의료진에게 특별히 주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원칙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내용임에도 이들은 고의적으로 해당 지침의 내용을 전혀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를 살릴 수 있던 시간 동안 의료진은 응급의료조치가 필요한 피해자에게 어떠한 응급조치도 시행하지 않았고, 응급의료조치가 가능한 필요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도 않음으로써 응급의료법을 위반했습니다.
또한, 해당 병원은 전문의료인인 의사와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야간에 혼자 환자를 관리할 책임을 떠맡겼고, 간호조무사는 적정한 의료조치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강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후에 시행하고 주치의에게는 사후보고하는 방식으로 무면허의료행위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과 CCTV, 진료기록을 비교했을 때, 부천W진병원은 야간에 시행하였던 격리·강박행위에 대해 다음 날 오전 의료진 회의를 통해 당직의료인이 지시한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진료기록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모두 의료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병원장인 양재웅 원장의 책임도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양재웅원장은 부천W진병원의 원장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다른 정신병원에 가서 의료행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부모님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이들을 유기치사, 체포 및 감금죄,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 위반, 정신건강복지법위반 등으로 고소,고발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경찰은 소식이 없다가 작년 10월 21일에 대한정신의사협회에 의뢰한 감정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중지결정을 통보했습니다. 당사자의 부모님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고, 아버님은 충격으로 한쪽 눈이 완전히 실명되어 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경찰만 태평했습니다. 이에 정신장애인단체들은 규탄집회를 하며 이의제기를 했고, 현재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서로 이관되었습니다.
정신병원 안에서 의료진들은 의사면허증 뒤에 숨어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그걸 함께 모른척하는 오랜 관행이 우리 사회에 만연합니다. 그 폭력성과 폐쇄성으로 인해, 병원에서 정신질환자는 오히려 병들고,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고, 뭔지도 모르는 약물에 의해 화학적 강제를 당하며 병원에서 외로이 스러져갑니다. 이 사건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처절하게 일깨우는 사건이었습니다. 공감은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정신병원 내 뿌리 깊은 인권침해와 위법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 사건 앞에서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들의 외침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니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조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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