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인권법캠프 참가후기
저에게 이번 캠프는 특별했습니다. 권리와 법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 또 그 사람과 연대하여 함께 나아가는 사람, 여기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법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입니다. 관심 있게 보던 이슈들을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공감을 찾게 되었고, 공감의 자원활동가로 5개월을 보내며 실제로 구성원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불안했던 저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의 좋은 삶을 위해서 일하는 공감의 구성원들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 인권법캠프 역시 인권과 법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기 때문에 신청했고, 성소수자인권과 장애인권분야에서 이전보다 조금 더 관심의 범위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로 함께 모이는 것이 제한되고, 물리적 거리를 유지해야만 서로를 지킬 수 있는 날들이 몇 년 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만 표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여서 함께하려는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이동이 어려운 사람, 수도권에 살지 않는 사람,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공부하고, 강의에 대한 소감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참가할 수 없었을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면 조금 과장일까요?
오전은 캠프 참여자 각자의 관심사에 맞게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습니다. 저는 성소수자 인권과 장애인권을 선택했는데, 모두 결국에는 사람의 삶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소중한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나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오직 행운, 좋은 판사를 만날 확률이나 운이어서는 안됩니다. 출근하기 싫지만, 월급날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주말에는 원하는 대로 꾸미고 친구를 만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료제도를 당연하게 누리는 것처럼 지극히 평범해서 오히려 지겨워야 할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후에 이어진 김제동 님의 헌법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헌법을 문장 하나씩 뜯어서 읽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저에게 헌법은 법학과 수업 중 한 과목이나 수많은 법의 상위 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 정도로만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의 존재 이유와 만들어진 목적이 모두 국민으로의 나, 시민으로의 나, 하나의 온전한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의 나, 그리고 그런 “나” 가 모인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한 모두가 유명인, 변호사, 입시생, 직장인 등 각자가 속한 사회적 그룹보다 생각과 의지를 가진 개인으로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자원활동가로 공감 사무실의 문을 처음 연 그날도, 캠프에 참가한 날도 항상 공감으로부터 같은 메시지를 저는 받았습니다. 누구든 이 공간에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참여할 수 있고, 개인의 특성과 관계없이 환영받으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을요. 또 한 번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공감의 모든 구성원들 정말 감사합니다.
글_우경주(캠프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