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따뜻하게 지켜봐 준 나우와 공감 _이진혜 변호사(이주민센터친구)
2022년, 저는 이주민센터 친구의 상근변호사이자 사무국장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활동하며 이주 인권에 관한 일들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익변호사 자립지원사업에 지원하였습니다. 단체의 사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함께 일하던 구성원이 바뀌고,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한 사업 위탁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업비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센터에서는 이주 청소년들과 상시로 함께하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람을 마련하여야 했습니다.
작은 비영리단체에서 변호사 한 명의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변호사가 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단체에서 새로운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2022년 당시 마침 이주민 방송이 자리 잡고 있던 공간을 인수하여 문래동에서 ‘투소프카’라는 이름으로 교육장을 운영할 수 있었고, 철공소 틈바구니에서도 아이들은 웃으며 자랐습니다. 2년이 지나, 2024년 마침내 이주민센터 친구와 이주 배경 청소년문화교류센터 ‘투소프카’는 대림동에서 보다 넓은 교육 공간과 사무실을 갖춘 곳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휴직, 영유아의 양육이라는 새로운 책무를 부여받은 개인으로서의 ‘이진혜’는 이 사업이 아니었다면 내 자리를 남겨 놓으라고 차마 얘기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소중하고, 그 자체로 센터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여야 하는 하루하루에 한 사람만큼의 일거리를 널어놓고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출산전후휴가 기간 동안 급여 지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사업의 운영 주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업비를 집행하지 못하였다면 센터의 운영비를 사용했을 테고, 빠듯한 살림을 더욱 몰아붙인다는 생각에 저는 너무나 미안해졌을 겁니다.
저는 소중한 자립지원사업 기간 두 가지 숙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저의 공익변호사로서의 왕성한, 그리고 깊이 있는 활동 영역 구축이고, 다른 하나는 이후에도 ‘자립’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주 인권 분야에서도 출생등록제도의 개선, 아동과 여성의 삶과 관련한 가사 사건들, 출입국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 나갔습니다. 몇 건의 인지 청구 사건을 수행하면서 외국법적 요소가 있는 사건들의 처리 과정을 배워나갔고 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상담 내용을 데이터로 활용하여 제도 개선에 필요한 글쓰기와 말하기를 계속하였습니다. 한부모 가정에 관한 차별적 제도의 문제점을 포착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지나치게 협소하고 소극적이며 차별적이라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 온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 운동의 결과, 혹은 영향으로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었고,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도 발의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체류권 부여 제도의 도입을 위해 활동한 이후 개별 대상자들에게 해당 제도의 적용을 지원하고, 이후 제도의 상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공간과 활동 영역의 확장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이주 배경 청소년과 함께하는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대림동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중심으로 중국 동포들과의 연대, 이주노동 관련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제도개선 활동도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충분하고 넉넉한 재정 형편은 아마 우리가 풀뿌리 후원 기반 단체라는 성격을 가진 이상 주어지지 않을 이상일 것입니다. 다만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지지 기반으로서의 단체로 거듭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주민센터 친구’와 ‘이진혜’가 활동하며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나우’와 ‘공감’의 물심양면 지원이 큰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한여름 삼계탕을 사주며 격려해 주시고 다른 공익변호사들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 주셨던 일들이 추억처럼 남아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또한 ‘나우’와 ‘공감’의 활동을 지지하는 수많은 후원자분 덕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공익변호사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