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Rising Symposium을 다녀와서 –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젠더 정체성과 섹슈얼리티 법 정책에 관한 커뮤니티, 연대, 학술연구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4월 6일, 7일 동안 개최된 심포지엄 “레인보우 라이징 심포지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젠더 정체성과 섹슈얼리티 법 정책에 관한 커뮤니티, 연대, 학술연구(Rainbow Rising: Community, Solidarity, and Scholarship on Gender Identities and Sexualities in Asian and Oceanic Law &Policy)”에 발표자로 초청받아 참가했다. 이 심포지엄은 하와이 대학 로스쿨의 ‘아태지역 법과정책 저널’(The Asian-Pacific Law &Policy Journal)과 ‘아태지역 법률연구모임’(Pacific-Asian Legal Studies Organization) 그리고 ’Lambda Law 학생연합회‘(Lambda Law Student Association)라는 세 단체에서 공동 주최한 것이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LGBTIQ(성소수자) 인권활동가, 변호사가 모여 성정체성과 젠더표현(sexual identity and gender expression)에 관한 법적, 문화적, 사회적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심포지엄의 첫 번째 발표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Dr. Dede Oetomo였다. 그는 GAYa NUSANTARA 재단의 설립자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LGBTQ와 HIV/AIDS 감염인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활동가로서, 1998년 IGLHRC(국제 성소수자 인권단체)으로부터Felipa de Souza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작년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 에이즈 대회(ICAAP)에도 참가했었고, 당시 부산경찰들의 연행사건을 언급하다가, 내가 연행됐던 사람인 것을 알고 무척 반가워(?) 했었다. 그는 동남아시아지역의 젠더, 성적 다양성에 대해서 소개하고, 최근 ASEAN 단위에서 있었던 성적지향과 젠더정체성에 관한 인권 논의를 소개하였다.
나는 두 번째 발표자로서, “한국과 동아시아지역의 LGBT 공익소송”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한국의 영화 ‘친구사이’ 청소년관람불가등급 취소소송, 한국 교도소 내 트렌스젠더 부당처우에 대한 국가배상소송, 홍콩의 형법조항(21세이하 남성간 성행위 처벌조항)에 관한 헌법소송, 중국 동성 커플의 재산분쟁 소송 등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관한 소식도 전했다.
세 번째 발표자는 Samoan 변호사이자 LGBTIQ 인권활동가이고, Fa’afafine인 Alexander K. Su’a였다. 남태평양지역의 LGBTIQ 이슈와, Samoan 지역의 LGBTIQ 커뮤니티와 단체들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는데, 인상적인 것은 남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성정체성에 대한 소개였다. 예를 들어 Fa’afafine는 전통적인 Samoan 문화로서 인정되고 있는 제 3의 성의 개념으로,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과 여성 양 쪽의 젠더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네 번째 발표자는 일본의 Taiga Ishikawa였다. 그는 LGBT활동가로서, 작년 4월에 도쿄지역의 Toshima 지역의원으로 당선되어서, 일본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2004년 ‘Peer Friends’라는 게이지원단체 설립하였고, 2002년 28세에 자서전을 통해 공개 커밍아웃한 이후 LGBT 인권운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동성결혼이 인정되는 국가에서 온 외국인과 결혼한 일본시민의 법적지위를 인정하는 제도를 성공적으로 로비하였고, 최근에는 Toshima 지역의 주거, 병원에서의 동성 파트너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파트너십 등록제도를 제정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 발표자는 Lamda Legal 서부지역 사무소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Peter Renn이였다. Lamda Legal은 성소수자들과 HIV/AIDS 감염인들의 인권, 시민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법률단체 중 하나다. 미국 국방부의 ‘Don’t Ask Don’t Tell’ 정책, 고용상 차별, HIV 등 미국에서의 LGBT 인권운동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였다. 특히, 최근에 LGB-T간의 논쟁이 있었는데, 입법 과정에서 ’성적 지향‘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젠더 정체성‘을 포함시키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자, LGB-T간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Lamda Legal은 ’한 번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결국 LGBT가 함께 가야한다고 결정하였고, 그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한국 입법과정에서도 참고할만한 논쟁이 될 것이다.
중간에 패널 발표들도 있었는데, 특히, 하와이 대학 로스쿨 교수인 Carole J. Petersen 교수는 LGBT인권과 국제인권조약활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트랜스젠더 인권을 ‘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여 보호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하였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를 위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거나, 성별정정을 위하여 생식능력 제거를 포함한 성전환수술을 의무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 밖에 일본에서 온 타니구치 교수가 일본의 성전환자성별정정특별법의 문제점을 발표하고, 대만에서 온 Daina Lin 교수가 최근 대만에서 있었던 레즈비언 커플의 입양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된 사례를 소개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활동가, 법률가, 교수들을 만나 많은 영감을 얻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에서 일본계 미국인이면서 커밍아웃한 하와이 주대법관인 Sabrina McKenna을 만나기도 하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단위에서 이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심포지엄에서 한 참가자가 인용한 모하마트 간디의 말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친다.
그들은 처음에는 무시하고, 그 다음에는 비웃고, 그 다음에는 싸우려 들지만, 결국 당신이 이길 것이다
*용어설명
LGBT는 일반적으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최근에는 LGBT 뿐만 아니라 간성(Intersex)이나 Questioning, Queer를 포괄하는 LGBTIQ로 확장한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학술적으로는 일반적으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줄여서 SOGI)라고 많이 쓰이고 있다.
글_ 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