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ning on the Optional Protocol to CEDAW for Lawyers
네팔 카트만두에서 만난 필리핀 변호사 라이사(Laissa)는 ‘Alternative Legal Assistance Center”라는 공익법단체에서 지난 20년 동안 일해왔다고 한다. 대학 시절 공익법단체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며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가 되었단다. 20년간 박봉의 월급을 받으며 한 단체에서 공익법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Balance”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방글라데시의 여성인권단체 ’Naripokkho’에서 성매매피해 여성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펼쳐온 페드로시(Ferdousi) 변호사는 자신을 ”Activist”이자 “Lawyer”라고 소개한다. 이 범상치 않은 변호사들은 지난 2010년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A Training on the Optional Protocol to CEDAW for Lawyers』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이다.
International Women’s Rights Action Watch Asia Pacific(IWRAW)이라는 국제NGO에서 주최한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역의 여성인권 변호사들에게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의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잘 활용하도록 교육시켜 각 국의 여성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취지로 기획되었다.
호주,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몽골,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등에서 참석한 14명의 변호사들은 강의와 토론, 조별발표, 모의재판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식사시간을 제외한 온종일 참여하며 집중 훈련을 받았다. 호주에서 온 변호사가 마치 로스쿨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고 푸념을 해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 강의를 이끌어 나간 도나 설리번(Donna Sullivan)은 열정적인 강의와 국제인권기구과 조약에 대한 깊고 해박한 지식으로 참가자들로 하여금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했다. 도나 설리번은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의 국제인권클리닉 교수로 활동하며 UN에 여성폭력에 대한 특별보고관 제도와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가 도입되도록 십수년간 활동해온 국제인권 전문가이자 활동가였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참가자들을 위해 천천히 분명히 말하려 노력하는 그녀에게서 연륜에도 불구하고 마모되지 않은 인권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1979년에 제정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은 현재 186개국이 비준·가입하였다. 우리나라는 1984년 12월 18일에 협약에 가입·비준하였고 이로써 협약은 1985년 1월 26일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생했다.
협약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의함에 있어 직접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차별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개인·기업에 의한 여성차별 행위에 대하여도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점, 관습·전통·문화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여성차별까지 금지하고 있는 점에서 여성인권장전이라 불릴만하다.
1999년 유엔은 협약에 위배된 권리침해로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집단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직접 구제요청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를 채택함으로써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보호하고 있는 여성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는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에 2006년 10월 18일 가입하였고 그에 따라 선택의정서는 2007년 1월 18일부터 국내 발효되었다. 현재까지 선택의정서에 따라 유엔에 접수된 개인진정은 총 22건이며, 그 중 당사국의 협약 위반으로 판정된 사건은 4건에 불과하다. 협약 위반으로 결정된 사건은 가정폭력 사건(헝가리 1건, 오스트리아 2건), 집시 여성에 대한 강제불임 수술 사건(헝가리)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진정 접수한 사례는 없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접할 기회는 많았다. 그때마다 전체 조문을 읽어나가면 좋은 말이고 맞는 말이다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이상적이고 선언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얻은 귀한 경험은 하나 하나의 협약 조문이 어떠한 사례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그에 따른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진정이 가능할지를 연습하고 검토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례 검토와 토론, 모의 진정을 통해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생동하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국내 가능한 모든 구제절차를 거쳐야한다는 높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지만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접수될 대한민국 제1호 진정 사건을 상상해본다.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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