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난민] 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2 대한민국 심의 관련 NGO 대응활동
2012년 8월 21일부터 22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대한민국의 인종차별철폐협약 이행상황을 심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대한민국은 1978년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 비준하여 1979년부터 위 협약이 적용되고 있다. 협약 체약국은 협약 제9조에 따라 동 협약의 제 규정을 시행하도록 채택한 입법적, 사법적, 행정적 기탄 제반 조치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올해는 2007년에 이어 5년 만에 이루어진 한국의 15차 및 16차 정기보고서를 심의하는 자리였다. 2007년 당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사용한 ‘순수혈통(pure blood)’과 ‘혼혈(mixed-blood)’이라는 용어가 위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NGO, 정부 보고서에 관한 반박 보고서 ‘유엔’에 제출 NGO들은 정부 측에서 협약 이행상황을 보고할 때 누락하거나 왜곡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위원회가 당사국에 권고할 때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하여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제출하고, 위원회 심의에 직접 참가하여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올해도 4월부터 공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난센, 외노협, 인권운동사랑방, 민변, 희망법, 유엔인권정책센터(코쿤), 두레방, 이주공동행동 등 여러 이주인권단체들이 모여서, 외국인, 난민,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인권상황 등 대한민국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준비했다.
이번 NGO 보고서에서 중요하게 알리고자 한 것은 크게 5가지였다. 최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인종차별적 외국인 혐오발언이 공개적이고 조직적으로 표출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둘째는 한국정부의 강제단속, 추방중심의 정책 과정에서 잇달아 부상,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고, 특정 국가 출신들에 단속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 셋째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를 포함한 이주배경을 가진 아동들이 교육을 받는데 사회 문화적 환경과 법제도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고, 넷째는 위원회에서 수차례 권고를 하였음에도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정의가 한국법에 없고,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나, 인종차별이나 혐오에 기반을 둔 범죄에 가중처벌이 없는 법 제도의 미비를 재차 알리고, 마지막으로 최근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근무지)을 변경할 때, 사업장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도록 변경된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지침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하였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현지파견단’ 구성
▲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참석한 장서연 변호사 ⓒ 공감
공감은 NGO 보고서 작성뿐만 아니라 민변, 유엔인권정책센터(코쿤)와 함께 현지파견단을 구성하여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심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위원회 위원들을 직접 만나 한국의 인권상황을 더 정확하게 알리고, 위원회의 권고가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대응활동을 하였다. NGO들에 주어진 공식시간은 한국정부 심의가 있는 날인 8월 21일 오전에 NGO 미팅(Informal Meeting)과 점심시간 브리핑(Lunchtime Briefing) 시간뿐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한국 NGO들은 한국 담당 위원과 심의 전날인 8월 20일에 먼저 만나서 한국 상황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라마단 기간으로 유엔의 휴일이었음에도 아일랜드 출신의 Ms. Crickley 한국담당위원은 한국 NGO들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두었다.
한국 NGO 파견단은 심의 당일인 8월 21일 오전 NGO 미팅 2시간 동안 한국 내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 실태, 한국정부의 낮은 난민인정률,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부족과 차별금지법의 부재를 지적하였고,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정책의 대상이 매우 폐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문제점, 이주 아동의 학교 내 차별과 낮은 진학률의 문제 등을 알렸고, 런치타임 브리핑에는 보노짓 후세인 인종차별사건과 출입국단속과정에서 사망,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들 사건을 사진 자료와 함께 발표하였다.
인종차별위원회, “차별 별로 없다”는 정부 발표에 조목조목 지적
한국정부에 대한 공식 심의는 8월 21일 오후부터 시작되었고, 한국정부 대표단이 먼저 “한국은 인구구성이 점점 다양해지고 다문화사회가 되고 있다. 자스민리가 최초의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였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은 아직 인종차별 문제가 별로 없다는 취지로 보고하였다. 정부는 “외국인노동자는 대한민국 노동법에 의해 내국민과 똑같은 권한이 주어진다. 외국인 배우자 가정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지원센터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형사법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고, 난민법이 제정되어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과정을 보장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인종차별정책협약은 헌법 제6조에 의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지만, 국내 법원이 이 협약을 직접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는 국내법원이 이 협약을 적용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보다는 한국사회에 인종차별 사례가 적기 때문”이라고 보고하였다.
한국정부 대표단의 보고 이후에는 위원들이 한국정부 대표단이 시간 내 답변하기도 벅찬 많은 질문과 의견들을 쏟아냈다. 특히 한국 NGO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파악한 Ms. Crickley 한국담당위원은 MB정권 이후 국가인권위 조직과 예산 축소 문제, 이주노동자 권리 관련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제한과 특히 최근 변경된 지침에 관하여 질문하였고, 이주노조 간부들의 강제추방 사건, HIV 검사를 외국인에게만 요구하는 문제, 한국정부의 난민인정률과 최근 예정된 난민지원시설의 위치, 문화 다양성에 대한 교육에서 이주민 출신국가의 문화, 언어가 교육과정 전반에서 소개되고 있는지 등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질문들을 쏟아냈고, 다른 위원들도 한국에서 인종차별 사건의 법적 통계가 적은 것이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보다는 법관의 인식 부족이 문제가 아닌지 질타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결성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 NGO와 함께한 유엔 인종차별철폐위 ⓒ 공감
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한국정부의 답변은 그 다음 날인 8월 22일에 이어서 이루어졌다. 한국정부대표단은 국가인권위 2012년 예산은 전년대비 변동이 없다고 하면서 질문을 교묘히 피해 가려고 하였으나, 담당위원이 정권교체 시점을 비교해달라고 재질문하자 현재 정보가 없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즉답을 회피하기도 하였고, 정부대표단으로 온 법무부 담당자는 “차별금지법 추진중단 배경은 국회회기만료로 인한 법안폐기로 기술적 문제이며, 인종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연구검토를 계속하고 있고, 차별금지 기본법 제정을 NAP(국가인권기본계획) 우선 추진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가족부 담당자는 다문화가족지원법 상 ‘다문화가족’의 정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관련 있으며 한국인과 결혼이주자로 결성된 가족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위원들이 지적하였듯이 다문화정책은 사회동화가 아닌 사회통합이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권은 인정되고 있으나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권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므로 대법원 판결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최근 변경된 사업장변경지침은 브로커 폐해로 인하여 이주노동자가 직접 구직활동을 하는 방식은 폐지하였다는 취지로 대답하자, 담당위원이 “사업장변경 구직기간이 3개월로 상당히 짧은데, 이주노동자가 구직기간 도과로 미등록으로 전락할 우려 등 변경된 지침에 대하여 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인종차별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8월 31일 한국정부에 대한 최종권고문을 발표하였다. 최종권고문에는 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인종차별금지를 위한 법제화, 혐오발언에 대한 규제, 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 난민과 이주여성의 보호 등 NGO들이 제공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심의 과정에서 나왔던 이슈들을 꼼꼼히 담고 있다.
글_장서연 변호사
[참고 자료]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정부보고서 최종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