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반부패정책 – 김영수 변호사
[공변의 변]
거꾸로 가는 반부패정책*
김영수 공감 변호사
어떤 조직의 불법적 관행이나 부패를 세상에 드러내는 한 개인의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발언은 반부패에 가장 효과적인 행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흔히들 공익제보자는 투명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빛과 소금’과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실제 사회적 시스템을 더 투명하고 청렴하게 개선한 공익제보 사례도 드물지 않으며, 작년 한해 내부 공익제보로 환수된 국가예산만도 4백8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사회에서 공익제보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와 때론 참혹한 희생을 필요로 하는지 공익제보자들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불감사회 – 9인의 공익제보자가 겪은 사회적 스트레스”, 신광식 지음).
“소송에 승리를 했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앙상한 뼈밖에 없었습니다. 어렵게 승소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살점은 다 빼앗기고 나한테는 뼈만 돌아온 꼴이 되었습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아프리카에서 거미가 모래에 웅덩이를 파놓고 어떤 동물이 푹 빠지면 발버둥 칠 때마다 더 빠져들더라구요. 나도 그 수렁에 빠진 셈이죠.”
“문둥병이 특징이 있다고 그래요. 살아있기는 살아있어도 꼬집어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사회도 부패가 너무 많아서… 문둥이 사회가 된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을 해보면 사회의 낙오자죠. 내 자신이 당당하고 떳떳하더라도 상대 측이 그렇게 보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내부고발은 하지 않을 겁니다. 한때 진실을 밝히려는 내 행동이 이렇게 큰 고통을 안겨줄지 몰랐습니다.”
이렇듯 공익제보자에 대한 조직의 보복은 가혹하다.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평균인식은 지금도 “조직의 배신자”, “조직사회의 부적응자”란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개인이 우리사회에서 자신의 양심과 진실에 충실하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을 기대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조차 하다. 오죽하면 참여정부에서 공익제보 건수가 줄어든 것은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가혹함을 본 학습효과 때문이란 견해가 있을까.
2005년 부패방지법 개정을 통해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막는 보호장치가 일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국가청렴위원회 자체의 조사권이 없으며, 민간분야의 공익제보행위에 대한 보호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등 부패를 근절하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현재의 공익제보자가 당하는 고통이 크면 클수록 미래의 공익제보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부패 없는 사회 역시 그만큼 멀어지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이런 마당에 새정부는 국가청렴위원회 폐지하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와 통합하여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하는 결정을 하였다고 한다. 국가청렴위원회는 공무원의 비리와 부패 행위를 신고받아 조사하고,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으로 국민고충처리위원회나 행정심판위원회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고 할 수 있다. 새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독립적인 부패방지기구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 UN반부패협약의 의무사항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부패방지기구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부패 방지 기능의 약화를 초래하여 그동안의 정부의 반부패 노력까지도 거꾸로 되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 본고는 이미 시민사회신문에 게재된 칼럼을 일부 수정하여 재수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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