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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경찰이면 다냐? – 황필규 변호사

[공감의 변]


“경찰이면 다냐?”
– ‘법질서 유지’, ‘공권력 확립’ 그리고 ‘인권’에 대하여 –
   
 



 


‘법질서 유지’, ‘공권력 확립’. 오래 전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표현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역사상 ‘인권’은 결과적으로 법을 통해 실현되어 왔지만 또 한편으로 법과 항상 충돌해왔다. 노예제가 유지되던 시절, 여성의 투표권이 부정되던 시절, 노예해방운동과 여성해방운동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탄압하는 것이 얼마나 반인권적이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부당하였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현재 없다. 그리고 가까이는 독재국가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역시 법의 잣대로 대응하는 정권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었음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통상 법을 내세워 인권을 탄압하는 이들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법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 거의 필연적임을 우리는 여러 역사의 순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면 하나.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헨리 포드 박물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 박물관 안에 온갖 자동차 관련 전시물과 더불어 “인권 전시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관 한 부분은 노예제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아브라함 링컨의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는 자는 그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노예제 관련 전시물 바로 옆에는 여성의 투표권과 관련된 역사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글은 다음과 같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링컨이 위 발언을 했던 시기와 위와 같이 여성의 권리가 철저히 부정되었던 시기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인권의 역사를 무시하고 “법”만을 외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장면 둘.


7월 23일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안산에서 이주관련 법률교육을 마치고 단체 분들과 저녁을 먹고 나서 밀린 일 때문에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사무실 바로 옆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제도 관련 집회를 보게 되었는데 마침 제도개선운동과 관련된 경과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어 공부도 할겸 인도에서 우산을 쓰고 지켜보고 있었다.


9시 20분경 경찰 수명이 한 장애인을 빠져나갈 수 없게, 그리고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다가가서 이러한 행위는 체포행위이고 체포를 하려면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항의하자 바로 수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사지를 들고 연행을 시도하였다. 변호사임을 밝혔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연행 과정에서 양쪽 팔이 멍들고, 혁대가 풀리고, 안경을 분실했다. 체포 사유 없는 불법체포가 분명했고 그 과정에서 신체적,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 손해가 가해졌다.  


집회 참가자 6명과 함께 전경버스 안에 실렸고, 그 버스는 안국역 앞으로 이동하여 정지하였다. 다시 변호사임을 밝히고 흥분하여 반말을 섞어가며 불법체포였음을 항의하였지만 버스 안에 있던 박OO 경사는 “변호사면 반말해도 되냐”, “경찰이면 다다” 등의 발언을 하였다. 하다못해 미란다원칙도 고지되지 않았음을 항의하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책임자에게 정식 항의하고 싶다고 했지만 한동안 전경들만이 버스 안에서 아무런 대꾸도 안하고 있었다. 10시 20분경 김OO 경위와 황OO 경사가 들어오길래 다시 변호사임을 밝히고 나는 위법한 법집행에 대해 항의했을 뿐이며, 한 시간이 넘도록 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지적하였고, 적어도 체포 후 1시간 넘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것이 과연 합법적인가를 묻자 “변호사니까 알아서 판단하시오”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면서 마지못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체포의 실체적 사유도 없었지만 절차적 원칙이 철저히 부정되는 과정이었다.


김OO 경위와 황OO 경사는 체포경위서를 봉투 속에 숨긴 채 밖에서 집회 대표자와 경찰 대표자가 상의를 하고 있고 집회 대표자가 연행자 인적 사항을 알고 싶어하니 인적 사항을 밝히라고 했다. 이미 연행자 중 한 명이 집회 주최 측에 연행자들의 인적사항을 문자로 전송한 후였는데, 어떤 대표자들이 무엇을 상의하고 있느냐고 이들 경찰에게 물었더니 자신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전해들었을 뿐이라고 얼버무렸다. 무슨 대표자들이 어떤 상의를 하고 있다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와라, 아니면 좀 더 세련된 거짓말을 준비해오라고 했더니 두 경찰관은 버스에서 나가버렸다. 실체적, 절차적 위법행위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해대는 이들이 과연 정당한 “공무수행 중”이라고 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3Ö중대 등에 소속된 남아있는 전경들에게 체포 직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하는 것 정도는 당신들도 교육받지 않느냐, 빨리 책임자를 불러오라고 요청하였더니 “연행 전에 경고 방송 하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왔고 경고방송을 미란다 원칙 고지로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시 묵묵부답. 책임자를 그냥 불러오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변호사가 소란을 펴서 한번 와 보라고 할 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중 한 전경이 “왜 변호사인데 여기 타고 있는냐”, “우리들 중에는 당신 체포한 사람 없다”, “그냥 나가라”는 기가 막히는 발언을 했다. 그래서 체포하지도 않은 사람을 구금하고 있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으니 책임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지만 다시 묵묵부답. 최소한의 절차에 대해서도 무지한 이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체포가 정당하다는 경찰 주장의 뻔뻔함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러던 와중에 11시경 다시 김OO 경위와 황OO 경사가 버스로 들어오더니 연행자 모두에게 그냥 나가라고 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들은 바로는 경찰 측이 도로에서 인도로 집회장소를 옮기면 연행자를 풀어주겠다는 안을 주최 측에 제안했고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석방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결국 경찰이 힘없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변호사와 집회참가자 일부를 인질로 삼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사적 인질극을 벌인 셈이다. 버스 앞에 서 있는 박OO 경사에게 다시 항의했지만 나왔으니까 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2OO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적힌 옷을 입고 있는 한 중대장에게 변호사에 대한 불법체포를 정식항의하기 위해 현장 최고책임자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비아냥거리듯이 손으로 집회 장소를 가리키며 집회에나 참가하라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을 거다”며 뒤로 사라졌다. 다이아몬드 세 개 혹은 네 개가 달린 옷을 입은 다른 책임자급 경찰에게 비슷한 요청을 하자 “마란다 고지를 안했다고 불법체포는 아니다”라며 역시 멀리 가버렸다. 결국 책임의 회피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인가.      


경찰에서 흔히 이야기하듯이 이러한 사례가 과연 우연적인 것일까. 소위 ‘기득권층’인 변호사에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러한 위법하고 부당한 폭력을 자행할 수 있다면, 소위 ‘일반’ 국민들에게, 그리고 특히 나의 활동이 주로 관련되어 있는 소위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법’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얼마나 극단적이고 가혹한 폭력과 인권침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상상하니 소름이 돋는다. 인권의 관점에서 인권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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