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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


“머리가 심장을 갉아 먹고 있다”


 


아이들이 세상을 등지며 남긴 말들이다. 굳이 OECD 가입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통계수치를 들지 않아도 우린 너무나도 자주 매스컴을 통해 아이들 유언을 접하고 있다. 더욱 끔찍한 일은 아이들 주검이 쌓여가는 데도 세상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고작 내놓는다는 대책이란 자살 방지를 위해 학교 창문을 몇 센티미터 이상 열지 못하게 한다거나 가해 학생을 구속 수사하는 엽기적인 대책뿐이다.


 



제대로 된 대책을 위해서는 대체 “학교란 어떤 공간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답이 당연하고도 쉽게 떠오른다. 매일 아침 부모가 등굣길 자녀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여왕의 교실’ 속 교실 풍경은 우리 생각을 잔혹한 버전으로 반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개학 첫날 반장을 뽑는데, 담임선생은 남들 심부름이나 하는 반장은 ‘꼴등’에게 맡길 일이라고 한다. 꼴찌 반장이 급식 당번을 하다 카레를 엎어버리자, 남은 카레 4인분을 성적순으로 나눠주라고 한다. 규율과 복종이 우선시되고 성적에 도움 안 되는 우정이 설 자리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학교란 “밥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잠을 자고, 또래 집단 사이에서 정치를 하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혹은 당하고, 사랑과 실연을 겪는” 곳이다. 다른 말로 해서 학교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학교가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에서부터라고 강조한다. 학교를 공부하는 곳으로만 인식하는 한 학교 폭력의 대책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형사처벌, 가해 학생의 학교로부터 추방으로 단순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경책은 잠시 폭력을 비가시화시킬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본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애도의 시간”, “침묵의 시간”을 거쳐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서둘러 죽음의 흔적을 지워버리려 하거나 다른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전전긍긍하며 쉬쉬할 뿐이다. 제대로 된 애도가 설 자리는 없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대체 불가능한 것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뼈저리게 겪으면서 통곡”해야 하고, “죽음을 설명하고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말이 나올 때까지” 곱씹으며 반복해서 성찰해야 비로소 폭력의 자리에 죽음이 아닌 삶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육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처에 대해 같이 대화하고 어루만져 주고, 그러면서 그것을 견딜 만한 것으로 보듬어 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인내하며 함께 견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의 교무실에서든, 학부모끼리든 이 문제에 연루된 내 고통의 이야기를 들어 줄 동료, 이웃”이라고 한다.


 



공동체 속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곧장 혼내거나 징벌 체제 속으로 밀어 넣지 않고 “이 문제를 차분하게 한번 응시하고, 그리하여 아이의 상처가 무엇인지 알고, 알 때까지 어떤 집행을 유예하는 것, 그리고 집행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의 종용을 버텨 보는 것”, 이것이 학교폭력의 현실에 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실천이라고 제시한다. 이해받고 위로받은 기운으로 아이 스스로 또래 집단의 관계망 속에서 문제를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폭력의 희생자들에게 죽음은 마지막 폭로의 방법이다. 그가 폭로하는 것은 그 공동체의 무관심과 무능이다. 그가 몸을 던진 것은 그가 속한 공동체가 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당한 고통을 제도가 들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죽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어른들의 직무유기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조급함을 버리자. 학교를 사람 사는 곳으로 인정하자.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하지 말자. 아이들에게 신뢰를 얻자. 온몸을 던져 관심과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 곁을 내주고 시간을 내주자.


 


글_소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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