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권하는 책] 당신이 아는 미국과 다른 미국 들여다보기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콜럼부스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답은 ‘아니요’이다. 1492년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 이미 7,500만명이나 되는 인디언들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미국 헌법은 민주주의와 평등의 법적인 토대를 만든 커다란 성과였다? 그에 대한 답은 ‘글쎄요’이다. 여성, 인디언, 노예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고, 거의 모든 주에서 빈민들의 투표권을 박탈하고 있었다. 또한 헌법 제정을 위해 모였던 55인 중의 절반은 사채업자였다.
역사책에는 진실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역사책에 담지 않음으로써, 혹은 그러한 사실들을 왜곡하고 축소함으로써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양심적 지식인 하워드 진은 이처럼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사실들 가운데 오히려 더 중요한 것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미국 민중사』를 저술하였다. 『살아있는 미국역사』는 이러한 ‘미국 민중사’를 쉽고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하워드 진은 1988년 보스턴 대학 은퇴 당시 마지막 강의를 하면서 강의를 30분 일찍 끝내고 교내 간호사들의 파업 시위 현장으로 달려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동참했던 일화로도 유명한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 그의 책은 신대륙을 발견한 위대한 영웅 콜럼부스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1492년 스페인 여왕의 명을 받은 콜럼부스는 황금을 찾아 인도를 향해 항해를 떠났다. 항해를 떠난 지 33일이 지난 1492년 10월 12일, 그들은 애초에 가려고 했던 인도가 아닌 카리브해의 바하마 제도에 도착하였다. 바하마 제도에는 인디언 부족인 아라와크 족이 살고 있었는데, 황금을 찾지 못한 콜럼부스 일행은 인디언들을 상대로 대규모 노예사냥을 벌였다. 다른 역사책에 500명의 인디언들을 스페인으로 초대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은 실은 황금 대신 잘 팔릴 노예를 데리고 간 것이었다. 그로부터 150여년이 지났을 때 섬에는 아라와크 족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더는 ‘미국의 정치적 전통’이 자본주의와 국가주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극빈층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엄청난 부의 성장을 장려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미국의 이익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인 국가주의는 전쟁을 장려하는 것이다. 하워드 진은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이 믿고 있는 “미국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인도해 주는 국가”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1798년~1895년까지 약 100년의 기간 동안 미국은 103번이나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첫 임기 4년 동안 빈민들에 대한 혜택을 감축하면서 1조달러가 넘는 예산을 군대에 투입하였다. 이로 인해 10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무료급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한편 조지 부시 일가는 대를 이어 대규모 전쟁을 네 차례나 일으켰다. 1989년 파나마 침공, 1990년 이라크 침공,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3년 이라크 침공이 그것이다. 전쟁 때마다 명분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 목적은 군수산업의 유지, 석유 확보,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유지,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 등이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일으킨 명분 없는 전쟁으로 수십․수백만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여전히 부정․폭력․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원주민과 흑인, 여성 등의 민중의 관점에서 역사를 읽고 정부를 비판했던 하워드 진이 2010년 1월 타계하였다. 하워드 진은 생전에 언제나 희망을 말하였다. “나는 희망에 차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 변화를 이루기 위해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다면, 그 사람은 희망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글_염형국 변호사
공감지기
- 이전글 : [공변의 변] 감동을 주는 변호사가 되고싶다
- 다음글 : [자문위 칼럼] 광고를 생각한다 – 이은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