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권하는 책]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이 만화를 처음 접한 곳은 여성주의 저널『일다』에서였다. <권경희, 임동순의 전원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만화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귀촌, 귀농에 별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은 이 책이 『일다』에서 출판한 책이었기 때문이다.『일다』는 이 책의 출판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후원주점까지 했으니, 여성주의라는 관점으로 돋보이는 기사를 많이 내는 『일다』에 신뢰를 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 책이 무척 궁금했다.
“두 여자”, “두 냥이”, “귀촌일기” 그리고 “만화”
이 책의 제목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 조합이 참 흥미롭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도시 토박이 권경희 씨와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격무에 시달리다가 귀촌을 결심한 지 한 달 만에 함께 실행해 옮긴 임동순 씨, 두 여자의 귀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두 지은이와 함께 귀촌한 고양이 ‘카라멜’과 농촌에서 만나 함께 살게 된 고양이 ‘백작’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개인적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왜 제목을 “귀농”일기가 아니고 “귀촌”일기로 지었을까. 혼자 짐작하건대, 이 책에는 두 지은이가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농사를 짓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처음에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 빈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부터, 집을 빼달라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이사하게 된 사연, 주변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 길고양이와 식구가 되는 과정 등 도시생활과는 색다른 농촌의 다양한 일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 일상들을 매우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만화라는 형식 때문일 수도 있는데, 두 여자와 두 냥이의 좌충우돌(?) 일상이 매우 재미있게 그려져서, 이 책을 손에 들면 계속 읽게 된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네온사인’이 없는 곳에서는 못 살겠다 싶었던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지금과 다른 삶을 꿈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귀촌을 무작정 장밋빛환상으로 그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같은 책을 읽고도, 나는 ‘자유롭다’고 느낀 삶을, 어떤 이는 ‘궁핍하다’고 느낄 정도로, 두 지은이의 귀촌일기는 농촌에서의 녹록지 않은 일상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평범하지 않은’ 삶 또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귀농예찬이 아니라, 어떤 이에게는 ‘궁핍’하게 보이는 삶일지라도, 자발적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며, 다른 삶을 꿈꾸는데 조금 더 용기를 내도된다고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글_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