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권하는 책] 민주주의에 反하다 – 나 하나 꽃 피어
지난 4월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었다. 올 12월에는 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있을 예정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정책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을 대의민주주의라 말한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자신을 선출한 국민들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정책결정을 하도록 위임받았으며, 차기 선거에 의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선거에 있어 당선자가 있으면 낙선자가 있게 마련이어서 선거는 늘 환호와 좌절이 교차한다. 그러한 환호와 좌절은 후보자들 뿐 아니라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들에게도 존재한다. 그러나 환호를 외쳤던 사람들 중에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정책결정과 입법 과정에서 얼마만큼 자신의 요구에 충실하였는지를 돌이켜보면 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기대에 반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기대가 너무 커서일 수도 있겠지만) 늘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치권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때로는 촛불집회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표출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비판과 요구는 많은 경우에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기도 하고,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하나하나 접게 되면 결국 정치에 대해 냉소하고, 무관심해지게 된다.
하승우 박사는 『민주주의에 反하다』라는 책에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거두어들이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직접행동에 나서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뛰어난 인물에게 나를 다스려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은 누구든지 통치자와 피통치자를 번갈아가며 차지할 수 있어야 하며, 대중이 무능하고 전문가가 정치를 맡아야한다고 전제하는 선거는 비민주적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정치권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좋은 정책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유롭고 다원적인 시민의 공론장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함에도 현실 정치권력은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억압하려든다.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혹은 국가안보라는 허울좋은 이야기로 국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핵의 위험을 숨기려고 하며, 기업들의 노동자 탄압을 방조한다. 지난 100년간 이처럼 부정의한 정부에 대항하여 국민들은 끊임없이 직접행동에 나섰다가 짓밟혔고, 또다시 일어났다.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여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주권재민을 헌법이 선포하였다고 하여 개개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국민들이 존엄해지지도 않는다. 국민들이 직접 주권행사를 위해 나서지 않는 한, 부정의한 권력에 침묵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한, 주권이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문구는 허울좋은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가 아닌, 국민‘의’ 민주주의가 되기 위해서는 둥글게 모여 앉아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직접 벌이는 행동은 나를 존엄하게 만들고, 행동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나는 희망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조동화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였다.
나 하나 꽃 피어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글_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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