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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아름다운 마무리 – 염형국 변호사


 


   한 달 보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용산 재개발 예정 건물에서 점거 농성 하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던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고 말이다. 사망한 철거민들의 장례식조차 열리지 않았지만 이 사건이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단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만 해달라고 매달렸을 뿐인데…….” 라는 남편 잃은 부인의 넋두리와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를 모시고 더욱 열심히 살겠다.”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다짐을 담은 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갈수록 삶이 각박해지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경제발전을 빌미로 땅을 파헤치고 있고, 중앙정부 역시 경제성장을 명목으로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 재벌언론에 대한 규제를 하나하나 풀려하고 있다. 용산에서 벌어진 참사도 이러한 경제발전 제일주의로 인해 파생된 비극이다. 현 정부가 열을 올리는 경제성장과 지역경제 발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성장이고 발전이란 말인가. 차제에 우리는 다시 우리네 삶의 의미와 지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이름 모를 강원도 산골의 한 오두막에서 17년째 살아오신 법정 스님께서 작년 11월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제목으로 삶의 의미와 중요한 가르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자그만 책 한 권을 내셨다. 법정 스님은 1954년 대학 재학 중에 당대의 선승 효봉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삭발을 하고 출가한 지 햇수로 56년째 되는 노승이다. 그런 그가 산중의 작은 오두막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는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권세와 물질에 욕심을 내더라도 결국엔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앞에 놓인 많은 우주의 산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 아껴서 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되고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울 때 이루어진다. 눈앞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나 자신이 세상의 한 부분이고, 자연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가진 재산이나 권력 뿐 아니라 작은 몸뚱이조차 온전히 자신만의 것일 수 없다.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현인들처럼 지혜를 가진 이는 많지 않다.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밝아 달면 삼키고 쓰면 바로 뱉어버린다. 운전을 하다 다른 이의 실수로 차가 살짝 긁혀도 큰 일이 난 것처럼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아당긴다. 차의 크기, 아파트 평수가 지위와 인격을 결정하는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가능하면 크고 비싼 집과 차를 가지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을 ‘법’대로 하고 돈만 있으면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은 과거에 비해 나아졌는가. 오로지 성장과 부의 축적이 선(善)일 뿐인 사회에서는, 필요 이상의 것을 원치 않는 인디언들의 자족한 삶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타인을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내가 밟히는 사회에서는 아프리카 부족들이 가진 삶의 여유를 도저히 느낄 수 없다.



 


   책에서 인용된 미국의 대표적인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생존경쟁과 부의축적에 여념이 없는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그대의 삶을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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