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권하는 책]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 공존을 위한 다문화”라는 책의 지은이는 ‘이주여성인권포럼’이다. 부끄럽지만 포럼 멤버로서 공저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출판되어 나온 책을 처음 받아 펼쳐보는데 신기하고 흥분되었다. 책장을 넘기자니 포럼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시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주여성인권포럼 첫 모임은 2005년 5월에 이루어졌다. 이주여성지원단체 활동가분들과 의기투합해서 마련한 자리였다. 2000년대 이후 이주를 매개로 다양한 여성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단체별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방식을 함께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자연스레 제도개선 방안으로 고민이 확대되었고 필요한 실태조사, 국내외 문헌 조사와 국외입법 정책을 연구했다. 현장 활동가뿐만 아니라 여성학․인류학․법학 연구자, 미국 변호사, 국제기구 활동가가 함께했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공익변호사로 첫걸음을 뗀 초짜 변호사로서 이주여성 현장 단체에 파견 나가며 고민거리가 많은 때였다. 그런 시기 이주여성인권포럼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활동가, 연구자를 만날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었다. 2005년에는 포럼차원에서 연구조사팀을 꾸려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조사를 위해 베트남, 필리핀 현지 조사를 다녀왔다. 낮에는 현지 기관 방문과 귀환한 이주여성 인터뷰를 진행하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마주친 실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떠한 방향으로 대안을 제시해야 할지 새벽까지 폭풍 수다를 나누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국제결혼중개업 규제를 위한 제도 개선 활동을 펼쳤다.
2006년에는 포럼 멤버들과 ‘외국인 연예인 도입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의 미군기지촌으로 유입되는 예술흥행(E-6) 비자 소지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연구했다. 결론적으로 2003년 선행 연구 당시 파악된 실태와 조금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사실에 개탄했다. 예술흥행(E-6) 사증이 인신매매의 창구로 유용되고 있었고,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는 실태 개선의 의지 없이 공연심사와 비자 발급절차를 만연히 진행하고 있었다. 2013년 현재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수년째 인신매매범죄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활동을 진행해왔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알맹이 없이 구호만 난무하는 ‘다문화’에 대하여 제대로 보고 말하기 위해 본격적인 공부도 함께했다. 데리다의 ‘환대에 대하여’,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 아감벤의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을 읽고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의 삶과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포럼 안에서만 나누기에는 아까워 2009년 6월에 강좌를 개설해서 이주민 활동가, 연구자와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철학’이라고 하면 까막눈에 지레 겁부터 나지만 포럼에 참여한 덕분에 환대에 대해 귀동냥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였다.
지난 9년간 이주여성인권포럼이 다문화 사회, 다문화 공존을 상상하며 실천해온 결과를 이 책에 담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1부에서는 누가 한국인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에 대해 성찰한다. 2부에서는 ‘다문화’와 ‘공존’을 위한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3부와 4부에서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하고 있다.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미셸 이야기, 귀환 이주노동자의 제이의 삶, 필리핀 이주여성들의 ‘home’ 만들기, 기지촌 이주여성의 성매매 피해와 치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문화 사회의 비전에 대하여 아래로부터, 허심탄회하게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이 책이 쓰일 수 있기 바란다.
글_ 소라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