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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침묵의 봄 –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은?

 

‘침묵의 봄’은 최근에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이다 (나중에서야 유명한 고전임을 알게 되었다). 1962년에 처음 나왔으니 벌써 50년 전의 일이다. 저자인 레이츨 카슨은 유려한 문장으로 독약과 다름없는 농약의 무차별적 살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농약의 무차별적 살포로 해충이나 잡초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 가고, 물과 땅이 오염된다. 길가를 수놓았던 아름다운 들꽃은 사라지고, 봄을 알렸던 새들의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호수와 하천의 수면 밑에서 유유히 헤엄쳤던 물고기들은 누런 배를 내놓고 힘없이 떠다닌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천적이 사라지고 내성까지 갖춘 해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로 다시 습격해 온다. 더 강력한 독약이 필요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리고 독은 우리 몸에서도 조금씩 조금씩 쌓여간다. 산업계의 막강한 지원으로 새로운 농약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농약의 무해성을 역설하)는 연구자들이 넘쳐나는 반면, 그 악영향,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과 그 대안을 위한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레이츨 카슨의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농약의 진상을 널리 알려서 관련 정책을 바꾸도록 하겠다는 순수한 소망과 믿음이 곳곳에서 배어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박멸이 아닌 공존을 얘기하며, 대규모 살충작전의 대상이 된 해충들의 해악이 많은 경우 부풀려졌을 뿐만 아니라, 해충이나 잡초를 둘러싼 생태계를 면밀히 연구 및 분석하지 않고 독약부터 쏟아 붓는 방법으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가 일어남은 물론 결코 해충 박멸의 원래 목적조차 달성할 없고, 상황이 오히려 악화됨을 고발한다. 그녀는 농약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업자들에 정면으로 맞섰고, 그 결과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식의 인신공격까지 감내하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광범위한 반향을 일으켜 관련 정책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의문은 매우 단순했다. 책이 처음 출간되고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어디에 서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에 뿌려지는 농약이 ‘침묵의 봄’에서 언급된 치명적 농약과 같은 것인지, 더 독한 것인지, 더 약한 것인지, 국지적으로 뿌려지는 것인지, 비행기 등을 동원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지,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오염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등등을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에 언제, 어떤 농약을 뿌리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다만 어머님께서 경비실 옆에서 맛있게 익었다면서 따오신 살구는 꺼림칙해서 손이 가지 않는다). 매달 “소독”한다며 찾아오는 업자가 뿌리고 가는 “인체에 무해한” 바퀴벌레약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여름철 동네에서 왔다 갔다 하며 새벽잠을 깨우는 “소독”차가 뿜고 다니는 안개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명절 때 전 부치느라 거의 한 통씩 쓰는 식용유에 강력한 농약에도 끄떡 없도록(그래서 종자가 전용농약과 같이 한 세트로 팔리는) 유전자가 변형된 콩이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알지 못한다. 오늘 먹은 감자가 싹이 나지 않도록 방사선 처리가 된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주변의 환경이 점점 더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흔했던 약수터가 하나 둘씩 폐쇄되어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20년 전만 해도 황사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집안을 환기시키기 전에 인터넷에서 미세먼지농도부터 체크한다. 그리고 가끔은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떠한 세상에서 살게 될까?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쓰러지고,
세상의 마지막 강이 오염되고,
세상의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때서야 그대는 돈을 먹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글_ 박영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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