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권하는 책]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 – 교회를 다니는 당신에게
공감은 다양한 인권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여성, 장애, 이주, 난민, 노동, 빈곤과 복지에서부터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일까지 정말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죠. 그리고 공감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상근하는 변호사, 간사들뿐만 아니라, 공감을 후원하고 있는 천여 명이 넘는 기부자부터, 자원활동 중인 인턴들, 실무수습 중인 사법연수원생이나 로스쿨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공감이 활동하고 있는 모든 이슈에 모든 사람의 입장이 동일할 수는 없어요.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인권 보장이라는 공감의 미션을 보고 모이긴 했지만, 어떤 이슈는 낯설거나 생소하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해는 편차가 심하다는 걸 느껴요. 공감이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분들이 있고, 그래서 공감을 찾아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성소수자를 일반적인 소수자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다”는 분들도 있어요. 또 공감 인턴활동을 하면서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드러내 놓고 적극적으로 반대는 하지 않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갈등하거나 고민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교회를 다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어요. 이 책은 기독교 신앙 내의 동성애 혐오와 차별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대안 마련과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 ‘향린교회 여성인권소모임’, ‘LGBT평신도 네트워크’의 기독교인들과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2008년에 꾸린 ‘슘 프로젝트’에서 엮은 책이에요. 목회자의 이야기에서부터, 보수 신자가 보수 신자에게 보내는 글, “내 안에도 주님이 계십니다”는 동성애자 기독교인들의 글, 그리고 동성애에 관한 성경의 해석 문제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교리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있는 성소수자 기독교인이 있다면, 이경 님의 글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그녀의 글은 여러 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가슴 속 깊이 울컥 치밀어 오르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요. 동시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저도 그녀의 글에서 예수의 사랑을 느낄 정도로 따뜻한 글이기도 하고요.
무엇을 어떻게 믿느냐는 신앙의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독교와 동성애 논쟁은 개인의 신앙과 교회 안에만 머무르는 문제가 아니라 교회 밖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이었어요. 2007년 차별금지법에서부터 2010년 군형법 위헌사건,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 그리고 동성애자이자 카톨릭 신자인 한 청년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했던 2003년 청소년보호법에 이르기까지, 그 대척점에는 늘 기독교 단체들이 있었어요.
2011년 12월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싸고 찬반대립이 팽팽하던 시기에, 제가 만난 기독교인들은 세 부류였어요.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되면 초중고생 동성애가 충만해진다”거나 “학교에서 항문성교를 가르친다”며 의원들에게 괴문자와 협박문자를 보내던 사람들. 서울시의회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고 “나쁜 인권, 반대한다”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에, 원안통과를 촉구하며 점거시위를 하고 있던 성소수자 공동행동 농성장에 지지방문과 함께 적극적으로 연대를 해준 목회자와 교인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던 사람들이 아닌가 싶어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던 날, 본회의장에서 찬성토론을 한 의원의 발언이에요. “기독교인인 한 사람으로서 저는 그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예수님이 정말 이 땅에 지금 살아 계시다면 과연 그 분이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라고 하실까, 그들을 향해서 돌을 던지라고 하실까. 적어도 제가 믿고 제가 아는 예수님은 분명히 그들까지도 존중하고 배려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의 발언이 울림이 컸던 이유는 다수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에서 나온 공식적이고 적극적인 지지 표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 제목부터 거북하다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매우 논쟁적인 주제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을 권하게 된 이유는, 교회를 다니는 당신과 체념하거나 포기하는 대신에 대화를 시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_장서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