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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감이 권하는 책] 20대 청년은 우리의 미래다 – 『88만원 세대』



 



‘긴 머리에 하이힐을 신은 단정한 여대생 한명이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삭발을 하며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삭발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찰들은 미신고 집회라며 학생들을 연행하였다.’


 


배움과 낭만의 요람(물론 그렇지 않다.)인 대학에서 멋지게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어야 할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삭발식까지 하는 건 대학생활이 너무도 눈물겹도록 힘들기 때문이다. 3학년을 마친 대학생일 뿐인데 벌써 빚이 2천만 원이다. 6학기 내내 학자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외도 하고, 식당 서빙도 하고, 하루 종일 매연 들이마시며 주차장 안내도 하고, 심지어는 피도 팔아보았지만 **듯이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해도 그들을 기다리는 건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 대기업, 은행, 공무원 등 5% 정도의 괜찮은 직장을 따내게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처럼 벼랑 끝에 서있는 20대에게 우석훈 소장은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고 외친다. 『88만원 세대』는 절망의 20대를 위해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다. ‘지금의 20대는 그야말로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상태다. 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엄폐장치인 바리케이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들의 고단한 삶은 그들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더 많은 노동을 시킬수록 행복해지는 사람들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절망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는 20대를 위해 그들이 최소한 숨 쉴 공간이라도 열어주자고 기성세대를 다그친다.


 


등록금 집회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종로경찰서에서 나온 경찰 한명이 확성기를 들었다. “이런 행위가 대학생들이 할 짓입니까? 빨리 집회를 중단하세요.” 이에 집회에 참여한 한 학생의 우문현답. “오죽하면 이러겠습니까!” 그렇다. 오죽하면 87년 6월 항쟁을 모르고 박종철도 모르며 학점과 토익․토플에만 매달리던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겠는가. 초중고 시절에는 학원에만 매달리게 하고, 대학 시절에는 학점과 영어에만 매달리게 했던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거리에까지 나오게 하는 것이 과연 어른으로서 할 짓일까.


 


20대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다. 그들의 불행은 우리 미래의 불행이고, 바로 우리의 불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대들이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다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은 보다 자신의 소비를 줄이는 생태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고, 시스템은 낭비를 줄이고 경제적 약자를 더 고려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고, 이미 많은 것을 쥐고 있는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조금은 양보를 하여야 한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복지보다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였다.
“우리들이 진보한다는 것의 잣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의 풍요에 뭔가를 더 주는데 있지 않다. 그것은 아주 적게 가지거나 거의 못 가진 사람들에게 견딜 만큼 마련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는 것이다.”


 


글_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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