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이 있어 참 다행이다 – 전수안 이사장
1.
공감이 15주년을 맞습니다.
힘겹게 꾸려온 날을 생각하면 벌써 15년인가 싶지만, 그 사이 이루어 낸 일을 생각하면 겨우 15년인가 싶기도 합니다.
공감은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본연의 인권운동 법률가 단체며, 가장 낮은 곳의 서민들과 함께 끌어안고 뒹굴며 슬픔을 나누는 가슴 따뜻한 법률가 단체입니다.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 가기 전에는 법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절규할 때, 현장에서 목소리와 힘을 보태는 활동가 단체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부자가 천국 문을 통과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 뚫기만큼 어렵다 하셨다지만, 이승에서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그 많은 장벽 하나하나를 통과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중에도 바늘귀만큼 통과하기 어려운 문이 편견의 문입니다. 한 번이라도 그 문 앞에 서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래서 포기할 것인가, 편견의 문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많은 사람이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몸피를 줄이고 걸친 옷을 벗어보고 하면서 애쓰는 동안, 애쓰다가 실패하고 절망하고 포기하는 동안, ‘우리 저 문을 한번 부숴 봅시다. 문을 부수고 당당히 들어갑시다’라고 선동한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흑인으로 첫 대법관이 된 서굿 마샬(Thurgood Marshall)이 이렇게 말했다지요. “편견의 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길은 그 문을 부수는 것이다”.
한국에는 누가 있었을까요. 바로 그 일이야말로, 공감이 하고 있는 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과 단체가 그 일에 헌신하였지만, 법률가로서 그리고 혼자가 아닌 여럿의 법률가가 함께 하는 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그 일을 시작한 것이 공감이었습니다.
2.
다행히도 그리고 고맙고 또 고맙게도 이런 생각에 공감해 주신 분들이 있어 지난 15년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바로 후원자 여러분이십니다. 공감이 한 일은 모두 공감 후원자께서 해 내신 일과 다름없습니다. 후원자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공감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공감이란, 공익변호사들의 단체이자 공감에 공감하신 후원자들의 단체입니다. 열악한 사무실에서 적은 월급으로도 공감 구성원들의 심장과 맥박이 멈추지 않고 고동칠 수 있도록, 부디 후원자 여러분의 뜨거운 숨결을 저들에게 불어넣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 10주기였습니다. 감히 추기경님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으로 공감의 정신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나의 생각을 지배한 가장 큰 주제는 인간이었습니다. 격동기를 헤쳐 오면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그래서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려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평생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고 인간으로서 대접받고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인간은 누구든 어떤 모습이든 절대적으로 존엄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고 있나요?”
지금까지의 15년처럼 앞으로도 ‘공감이 있어 참 다행이다’ 그리 생각하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법률가가 인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는 시민의 상식은 언제나 옳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글_전수안 이사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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